삼성전자 "1등인 지금이 위기"... D램 라인 늘리고 풀가동

    입력 : 2018.01.16 09:18

    [반도체 1위 守城 작전… 화성·평택 공장을 가다]


    - 화성사업장·DSR 연구소
    반도체 사이클 급락에 대비, 석·박사급 연구원 1만3000명 미세공정 한계점 넘기 박차


    - 평택공장 D램 라인 추가
    공급량 늘려 가격 경쟁력 강화… 15조 투자해 5월부터 가동
    위탁생산 사업도 돌파구 모색


    지난달 21일 경기도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 12라인(공장). 고가의 반도체 제조 장비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공장 천장에 웨이퍼(반도체 원료인 둥근 원판)를 24장씩 담은 원통형 모양의 '풉(foup)' 수천대가 매달린 채 줄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풉은 화학약품을 도포하고 회로를 새기는 각종 기기 사이를 오가며 웨이퍼를 실어 날랐다. 이 웨이퍼들은 이 공장에 들어와 한 달간 500가지가 넘는 공정을 거치면서 스마트폰·노트북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에 사용하는 낸드플래시가 된다.


    157만㎡(약 48만평) 규모인 화성사업장에는 공장 7곳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가 24시간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공장 내부에는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5~6명을 제외하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라인 외부 공간에서 원격으로 시스템을 조종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들은 완전 자동화 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여직원들이 방진복을 입고 웨이퍼를 직접 다루는 모습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수퍼호황에도 긴장감 넘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퍼호황 덕분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로만 65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24년간 세계 반도체 업계를 지배해 온 미국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직원들에게는 기본급의 400%에 이르는 성과급이 지급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러나 "경영진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창 잘나가는 지금이 오히려 위기라고 강조한다"면서 "반도체 사이클은 극과 극을 오가기 때문에 언제든지 하향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분석실에서 연구원들이 300㎜ 크기 웨이퍼를 육안 검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흥·화성·평택, 중국 시안 등 국내외 생산·연구 거점을 기반으로 지난해 인텔을 제치고 세계 1위 반도체 업체에 등극했다.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바로 옆의 거대한 세 쌍둥이 빌딩에 들어서자 수많은 연구원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지난해 4월 완공된 이 빌딩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연구 역량이 집결된 DSR(디바이스 솔루션 리서치) 연구소이다. 석·박사급 연구인력 1만3000명과 지원인력 2000명 등 1만5000명이 일하고 있다. D램 공정을 개발하는 한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기는 하지만 미세공정 기술 개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도 이를 돌파할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소비 전력이 낮고,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른 M램 같은 차세대 반도체나 그래핀·흑린 등 신소재를 활용한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 인력도 공격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미래, 평택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꾸준히 생산량을 확대하는 한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방문한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는 타워크레인 16대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육중한 공장 설비를 옮기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15조원을 투입해 지난해 7월부터 평택 공장 1층에서 최첨단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15조원을 더 투자해 2층에 D램 라인을 추가로 만들고 있다. 이르면 올해 5월부터 D램 생산을 시작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드는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삼성의 생산량 확대로 반도체 공급량이 많아지면 기술이 떨어지는 중국 업체들은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며 "TV·생활가전·스마트폰에서 중국의 추격을 경험한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싹부터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기세에 눌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도 결국 기술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착공한 화성 파운드리 신공장에 세계 최초로 대당 1000억원이 넘는 극자외선 장비(EUV) 수십대를 도입할 것"이라며 "EUV 장비를 이용하면 현재 10nm (1나노미터=1억 분의 1m) 수준인 반도체 회로 선폭을 7nm까지 줄여 더 작고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