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후 새 먹거리"... 美 IT기업들 AR에 푹 빠졌다

    입력 : 2018.01.15 09:40

    [세계 최대 IT쇼, AR 기기 쏟아져]


    길 안내·백미러 기능 갖춘 헬멧, 말로 물으면 정보 보여주는 안경
    인공지능·IoT 등 다양하게 결합… VR과 달리 별도 기기 필요 없어
    스마트폰·거울·차 앞유리창 등 이미지 띄울수 있는곳 어디든 적용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18'의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현지 시각) 행사 폐막을 준비 중인 다른 전시 부스와 달리 미국의 증강현실(AR) 안경 업체 뷰직스의 전시장 앞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뷰직스가 올해 CES에서 선보인 AR 안경 '블레이드'를 착용해보기 위해 기다리는 행렬이었다. 이 제품은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알렉사를 탑재한 '증강현실 안경'이다.


    20여분 기다린 끝에 블레이드를 착용해봤다. 안경을 쓰고 "알렉사, 오늘 날씨가 어때"라고 말하자 시선의 오른쪽 상단에 '맑음' 표시와 함께 온도가 나타났다. 이 제품은 올 하반기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뷰직스는 앞으로 AR 안경을 쓰고 길을 걷다 영화관이 보이면 어떤 영화가 상영 중인지 알려주고, 음성으로 "영화 예매해줘"라고 하면 자동 예약까지 해주는 단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올해 CES는 증강현실이 우리 실생활에 한층 밀접하게 다가왔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AR은 게임·영상 콘텐츠뿐 아니라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해 다양한 기능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공장·물류창고 등 산업 현장에서도 쓰임새가 점차 늘고 있다. 가상현실(VR)과 달리 별도 기기 없이 스마트폰이나 유리창, 거울 등을 활용해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안경부터 유리창까지. AR의 폭발적인 확산


    최근 수년간 CES에서 AR 관련 기술·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이 AR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일본 파나소닉은 올해 CES 전시장 중 가장 큰 면적을 '스마트 경기장 AR 기술' 전시에 할애했다. 사람이 AR 안경을 쓰고 경기장에 입장하면 눈앞에 자동으로 좌석까지 가는 길이 표시된다. 경기장 안에 있는 음식점, 카페 정보도 실시간으로 눈앞에 나타난다. 파나소닉의 히사오 사사이 AR 담당자는 "2025년까지 실제 스포츠 경기장에 AR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이 밖에도 AR을 활용한 공정 개선, 물류 관리 등 다양한 A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에도 AR 기술이 탑재되고 있다. AI·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의 엔비디아는 이번 CES에서 '드라이브 AR'이라는 증강현실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기존 자동차 운전석 대시보드에 달려 있는 각종 정보를 앞 유리창에 증강현실 이미지로 띄워 길을 안내하고, 음악도 들려주는 식이다. 스위스 웨이레이 역시 CES에서 자동차 앞유리에 적용할 수 있는 AR 기술과 개발자용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스타트업도 차별화된 AR 기술과 소프트웨어로 CES 무대를 장식했다. 중국 AR 업체 록키드의 'AR 안경'이 특히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록키드의 AR 안경은 한쪽은 일반 렌즈, 다른 한쪽은 AR 렌즈로 구성돼 있다. 한쪽 눈으로는 현실을, 다른 눈으로는 가상 이미지를 보게 한 것이다. 록키드 관계자는 "양쪽 다 AR 렌즈를 쓸 경우, 너무 많은 가상 이미지가 시선 위에 덧씌워져서 자칫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AR 스타트업 스컬리 테크놀로지스는 AR 오토바이 헬멧인 '페닉스 AR'을 내놨다. 오토바이 헬멧의 방풍 안경 부분에 AR을 탑재해 길 안내를 보여주고, 헬멧 뒤쪽의 카메라와 연결해 오토바이 뒤에 차량이 따라오는지 등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AR의 무한한 확장성


    애플·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스냅 등 CES에 별도 부스를 마련하지 않은 IT 대기업들도 올해 CES에 참관단을 대거 파견했다. 이들은 모두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먹거리로 AR을 꼽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미국·중국 등 AR 안경 업체들과 연쇄 미팅을 갖고 AR 기기 제조와 기술 개발에 있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아마존 역시 VR 대신 AR을 미래 동력으로 꼽고 미국 실리콘밸리·시애틀 일대의 스타트업들과 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세계 IT업계에 AR이 급속히 확산되는 배경은 AR의 '범용성'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주목받았던 VR은 머리에 별도 기기를 뒤집어써야만 한다는 한계가 있다. 헤드셋의 무게도 상당하고, 안경을 쓰는 사람은 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AR은 별도 기기가 필요 없다. AR 확산의 결정적 계기였던 '포켓몬 고' 게임처럼 스마트폰으로 현실만 비춰도 가상 AR 이미지가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동차 유리창, 욕실 거울, 창문 등 가상 이미지를 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AR을 쓸 수 있다. VR처럼 별도 기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도 덜하다.


    올해를 계기로 속속 출시되는 AR 안경은 '거부감 없는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과거 구글이 내놨던 '구글글라스'는 안경에 카메라가 달려 있는 디자인이 너무 튀는 바람에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최근 공개되는 AR 안경은 일반 안경과 거의 같은 무게와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실제 현실 위에 가상 이미지로 정보를 제공하는 AR은 향후 일반 소비자나 기업 현장 등 활용처가 다양하다"며 "앞으로 스타트업, 대기업 할 것 없이 AR을 활용한 기기,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