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지출비중 보니... 인건비가 25%, 임대료는 8%

    입력 : 2018.01.12 09:20

    [최저임금 도미노 파장] [팩트체크] 당정, 자영업자 힘든건 임대료 때문이라는데…


    최저임금 3년간 24% 뛸때 서울상가 임대료는 1% 올라


    불황 이어지고 온라인 쇼핑 확산… 홍대 등 뜨는 동네만 임대료 올라
    "임대료 갈등은 일부 상권 이야기… 건물주 절반, 세입자 나갈까 걱정"


    자영업자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자,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잇달아 "자영업자가 어려운 이유는 인건비가 아닌 임대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각종 통계와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최저임금이 24% 오른 지난 3년간 서울 상가 임대료는 1% 남짓 올랐다. 경기 불황과 온라인 쇼핑 확산, 상가 과잉 공급 등이 원인이다. 상인 매출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인건비 대비 3분의 1 수준이었다.


    ◇"월세 급등, '핫 상권'에 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영세 사업자들에게 임금보다 더 큰 압박을 주는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살인적 임대료와 고질적인 갑질 구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일까. 최근 3년(2014~2017년)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5210원에서 6470원으로 24.2% 올랐다. 한 번에 16.4%가 오른 올해 최저임금은 임대료와의 비교를 위해 제외한 수치다.


    비슷한 기간 전국 상가 평균 임대료 변동 폭은 1%에 못 미쳤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층 이하에 연면적 330㎡ 미만인 '소형 상가'의 전국 평균 월 임대료(이하 3.3㎡당 가격)는 첫 통계를 낸 2015년 1분기 5만4483원에서 작년 3분기 5만4592원으로 0.2% 올랐다. 쇼핑몰이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같은 '집합 상가'는 2014년 4분기 9만5073원에서 작년 3분기 9만4899원으로 0.18% 내렸다. 서울로 한정해도 큰 차이는 없었다. 소형 상가는 같은 기간 15만3285원에서 15만4980원으로 1.1% 올랐고, 집합 상가는 16만3647원에서 16만5793원으로 1.3%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불황과 인터넷 쇼핑의 확대로 오프라인 상가가 위축되는 가운데, 최근 수년간 저(低)금리 기조에서 은퇴자를 겨냥한 상가 분양은 대폭 늘면서 공실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뉴스에서 보는 '임대료 급등에 따른 건물주와 세입자 간 갈등'은 연남동·경리단길·해방촌 등 급격히 성장하는 극히 일부 상권의 이야기"라며 "실제로 명동·강남 등 기존 대형 상권이나 대부분의 동네 상권에서는 임대료가 안정적인 수준에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상가 정보업체 '상가뉴스레이다'의 선종필 대표도 "건물주가 임대료를 쥐고 흔드는 상가는 전체의 10% 미만"이라며 "오히려 건물주 50~60%는 '세입자가 나가면 어쩌나' 전전긍긍한다"고 말했다.


    통계도 비슷하게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분류한 서울 3대 상권(도심·강남·여의도+마포) 내 18개 지구 중 2016년 말보다 소형 상가 임대료가 오른 곳은 6곳. 연남동·망원동 등 '뜨는 동네'가 많은 홍대·합정지구가 3.5% 올랐다. 반면 명동(-2.2%) 등 9곳이 내렸고, 나머지는 변동이 없었다.


    ◇매출 40%가 재료비, 임대료는 8%


    자영업자가 실제로 쓰는 비용에서 상가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인건비에 크게 못 미쳤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외식업체 업주 1만여 명을 상대로 항목별 지출 비중을 물은 결과, 매출 대비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식재료비(40.6%)였고, 그다음이 인건비(본인과 가족 포함·24.7%)였다. 임대료(8.2%)는 인건비 3분의 1이었다.


    '체감 부담'은 어떨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6년 말 외식업 경영 실태를 조사하면서, 일반 음식점(카페 포함) 업주들에게 '경영상 애로 사항 3가지를 꼽아달라'고 물었다. 1위가 '식재료비 상승'(78.5%)이었고, '같은 업종과의 경쟁'(63.3%), '다른 업종과의 경쟁'(61.6%), '제도적 규제'(55%)가 뒤를 이었다. 임대료 상승은 5위(52.1%)였다.


    익명을 요구한 창업 컨설팅 회사 대표는 "건물주가 월세를 시장 가격 이상으로 올리면 입주할 세입자도 없거니와, 세입자가 장사가 잘돼야 건물주 자산 가치도 오르기 때문에 건물주는 밥 한 끼를 먹더라도 세입자 식당에 가려 한다"며 "정부의 '가진 자' '못 가진 자' 편 가르기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