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택시, 라스베이거스 폭우 뚫고 '씽씽'

    입력 : 2018.01.11 09:25

    [아마존 제국에 맞서… 삼성·구글·바이두의 AI 반격]


    美·英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차
    22대의 레이더·카메라·GPS로 악천후와 교통정체 무난히 극복
    아마존, 스마트 샤워기·거울 등 생활용품 전체로 인공지능 확대
    삼성·구글도 AI제품 대거 배치


    9일(현지 시각) 오전 10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18'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주차장으로 독일 BMW의 중형 세단 5시리즈 한 대가 천천히 들어와 멈췄다.


    이 차량은 미국 2위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가 영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 택시다. 이날 처음으로 일반인을 상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본지 기자는 이날 자율주행 택시의 첫 승객으로 탑승했다. 택시는 리프트의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호출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보조 운전자는 목적지인 라스베이거스 도심 만달레이 베이 호텔까지 약 9㎞를 운행하는 동안 앉아만 있을 뿐 운전대나 페달 조작을 전혀 하지 않았다. 교통 정체가 심각했지만 자율주행 택시는 능숙했다. 바깥쪽 차선의 대기 행렬이 길어지자 '차선 바꿈'이라는 안내 목소리가 나오고 옆 차선으로 자연스럽게 옮겼다. 앞에 다른 차량이 없으면 부드럽게 가속했고,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차량도 감속이나 차선을 바꾸면서 안전하게 피했다.


    운전자 두 손은 무릎 위에 - 9일(현지 시각) 오전 폭우가 쏟아지는 라스베이거스 도심 도로를 달리는 자율 주행 택시의 내부 모습. 운전석에 앉은 보조 운전자는 무릎 위에 손을 올린 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핸들에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았다. 자율 주행차 개발 업체인 앱티브는 차량 공유 업체인 리프트와 함께 이날부터 12일까지 라스베이거스 일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율 주행 택시를 서비스한다. /라스베이거스=강동철 특파원


    자율주행 택시가 거리를 운행하는 사이 전시 면적 24만2000㎡(약 7만3200평)에 이르는 컨벤션센터 전시장 곳곳에서는 인공지능 시장의 패권(覇權)을 노리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격전이 벌어졌다. 작년 CES에서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로 주목받았던 아마존에 맞서 구글·삼성전자·바이두 등 글로벌 업체들이 대대적인 반격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악천후까지 극복한 자율주행 택시


    이날 운행을 시작한 자율주행 택시의 자동차 앞뒤와 양 측면·천정에는 10대의 레이더, 9대의 라이다(물체 인식 센서), 2대의 카메라와 GPS(위성항법장치) 1대 등 총 22대의 센서가 장착돼 있다. 하지만 모두 자동차 속으로 매립돼 있어 겉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리프트의 자율주행 택시는 악천후까지 극복했다. 이전의 자율주행 택시는 비나 눈이 오면 빗방울·눈과 사람을 완벽하게 분간하지 못했다. 앱티브는 이 문제를 센서 성능과 프로그램을 개선하면서 해결했다. 앱티브의 지앙 지닝 엔지니어는 "악천후에는 레이더와 카메라, GPS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와 라이다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정확한 데이터를 추출한다"고 말했다.


    CES 전시장 외부 주차장에서도 프랑스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인 나브야의 자율주행 택시가 운행을 하고 있었다. 이 택시는 아예 운전석이 없었다. 앱으로 호출하면 반대편에 주차돼 있던 자율주행 택시가 시동을 걸고 다가와 사람을 태웠다. 약 200m 거리를 승객만 태운 채 움직였다. 올해 CES에서는 도요타·폴크스바겐·포드 등 자동차 대기업들이 전시장 안에서 자동차 모델을 보여주는 동안 앱티브·나브야 등 생소한 기업들이 실제 주행까지 성공하며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한층 앞당기고 있다.


    ◇아마존에 도전하는 구글·삼성전자·바이두


    글로벌 IT 기업들의 인공지능 경쟁은 올 CES를 계기로 더욱 치열해졌다.


    구글은 9일 LG전자·소니·레노버·파나소닉·JBL·샤오미·하이얼 등 전 세계 30여개 전자업체가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전자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CES 부스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TV· 스피커·냉장고·세탁기 등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음성 인식을 통해 가전제품의 모든 기능을 시연했다.


    알렉사 탑재한 LG 공기청정기 -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 행사장에서 LG전자 직원이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알렉사'가 탑재된 공기청정기를 작동시키고 있다.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AI 뿐 아니라 아마존·구글·네이버 등 다른 기업들이 만든 서비스도 자사 제품에 적극 탑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를 이용한 편리한 생활상으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빅스비 에브리웨어'라는 공간에서는 집 안 어디에서나 날씨나 일정 등 궁금해하는 것을 물어보면 가전제품이나 화분, 거울 등 곳곳에 설치된 빅스비가 나타나 답변해줬다. 냉장고에 "오늘 요리는 뭐가 좋을까"라고 물어보면 안에 있는 재료를 알아서 파악한 뒤 적합한 요리 종류와 요리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까지 SK텔레콤·카카오·네이버 등 40여 개 파트너사가 빅스비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빅스비가 탑재된 기기는 370여 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 바이두도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운영체제(OS) '듀에르OS'를 공개하고 미국 퀄컴과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에 맞서 아마존의 알렉사는 이번 CES에서 전자제품을 넘어 생활용품 전체로 인공지능의 적용 범위를 넓혔다. 미국 욕실용품 업체 모엔은 알렉사를 이용한 스마트 샤워기를 선보였다. '뜨겁다'고 말하면 알아서 물 온도를 낮춰주고, 미리 온도를 설정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업체 콜러는 면도나 화장을 하면서 뉴스나 날씨, 교통 정보 등을 알렉사가 알려주는 스마트 거울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