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E'lectronics 'S'how... 중국이 점령한 CES

    입력 : 2018.01.10 09:40 | 수정 : 2018.01.10 09:42

    [오늘의 세상]


    - 세계 최대 IT행사 '중국發 태풍'
    참가 기업의 3분의 1이 中업체… 공식 안내어도 영어·중국어
    日도 로봇·자율주행차 거센 공세
    한국은 삼성·LG TV 눈길 끌어


    세계 최대의 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2018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 시각) 삼성전자·파나소닉·도요타 등 글로벌 IT·자동차 기업들이 미디어데이 행사를 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호텔은 마치 중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행사장 곳곳에 중국어 안내문이 등장했고, 중국어로 대화하는 목소리가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라스베이거스 도심에서 CES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로 향하는 대로변도 중국의 TV 업체인 TCL의 광고로 도배돼 있다.


    바이두 부회장 옆에 퀄컴·MS 임원들 - 8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의 개발자대회 '바이두 월드'에서 바이두의 루치 부회장(왼쪽에서 넷째)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퀄컴, 톰톰 등 글로벌 협력사 임원들과 함께 연단 위에 올랐다. 루치 부회장은 "지금부터 세계 AI 혁신은 '차이나 스피드'로 끌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강동철 특파원


    올해 CES에 참여한 중국 기업은 전체 참가 기업(3900여개)의 3분의 1이 넘는 1379개에 이른다. IT·가전·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CES가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거대한 무대가 된 것은 물론이고 중국 기업이 참여를 안 하면 CES의 흥행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미국·한국·중국 등에 밀렸던 일본 대기업들도 올해 CES에서는 로봇, 자율 주행차 등을 앞세워 재기에 나서고 있다.


    ◇세계시장 겨냥하는 중국 기업들


    8일 라스베이거스 만다린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의 개발자대회 '바이두 월드'는 중국의 첨단 기술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자리였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모인 미디어와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이 빽빽하게 행사장을 채웠다. 단상에 선 루치 바이두 부회장은 "중국은 AI 산업의 핵심인 자본, 시장, 기술, 정책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라"라면서 "지금부터 세계 AI 혁신을 '차이나 스피드(중국의 속도)'로 끌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바이두는 자율 주행차 운영체제(OS)인 '아폴로 2.0'과 독자 개발한 AI '듀에르OS'를 적용한 스마트 스피커 3종을 공개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거대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기업들에 경쟁적으로 구애의 손짓을 했다. 세계적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보쉬, 톰톰이 바이두와 자율 주행차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페이스북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와 공동 개발한 가상현실(VR) 헤드셋 신제품을 공개했고, 중국 TV 업체 하이센스도 미국 아마존의 AI '알렉사'와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를 함께 탑재한 TV 신제품 'H10E'를 선보였다. 이 TV는 화질이나 기능 면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TV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3분의 2 수준으로 저렴하다.


    드론·증강현실·가상현실 등을 선보이는 CES의 첨단 산업 전시관도 중국 업체들이 점령했다. 세계 1위 드론(무인기) 업체인 DJI는 올해 CES에서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 IT 대기업이 모여 있는 센트럴홀과 첨단 산업 전시관에 동시에 전시장을 내며 세를 과시했다. 전기차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퓨처 모빌리티'는 얼굴 인식 등 미래 기술이 집약된 전기차 신제품 바이톤(Byton)을 공개했다. 이 전기차는 1회 충전에 주행 거리가 400㎞이며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해 시동을 걸고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신성장 동력 발굴해 부활의 날개 펼치는 일본


    일본 소니는 올해 CES에서 자율 주행차 부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미지 센서 기술을 활용해 멀거나 어두운 곳의 물체를 사람의 눈보다 더 정확하게 보는 자율 주행차 부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TV·생활가전을 넘어 모든 첨단 산업 분야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도요타도 8일 CES에서 차량 공유, 물건 배달, 움직이는 상점 등 다양한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자율 주행 전기자동차(EV) 시제품 'e-팔레트(e-Palette)'를 공개하며 자동차 기업을 넘어 종합 서비스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화면에 역대 도요타 회장 얼굴과 자신의 얼굴을 띄워놓고 "도요타는 내 세대에서 자동차 업체에서 모빌리티(이동 기술) 회사로 바뀌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두 발 로봇인 '아시모'를 만든 혼다는 이번 CES에서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로봇 시제품 4종을 공개하며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국내 전자 업체의 한 임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제품은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첨단 기술에서는 중국에 뒤처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