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통계조사의 가치와 한계

  • ㈜월드리서치 김창영 상무

    입력 : 2018.01.09 11:14

    ㈜월드리서치 김창영 상무

    현대는 통계의 시대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실재하는 현상들을 통계 정보의 수치로 축약한 지표(Indicator)의 시대이다. 국정 운영 지지율이나 공공기관 만족도, 경기 체감지수, 인구조사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사람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을 수치화한 행복지수도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통계는 현상을 집약적으로 정리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다. 지난 일의 부족함을 질책하거나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 오늘을 살아가는 각자의 위치와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2017년 12월 수돗물홍보협의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월드리서치에 조사를 의뢰하여 진행한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전국 17개 시·도 거주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2,196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인구통계학적 특성 등을 제외한다면 총 9개 문항에 대해 질문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0.96%p 수준이다.


    수돗물홍보협의회에서 전국 단위 수돗물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것은 2009년의 일이다. 2013년까지 5년간 연차 조사를 실시했고 이후 중단하였다가 2017년 설문 문항 등 대대적인 개선을 통해 다시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수돗물 공급 주체인 수돗물홍보협의회와 시민·환경·소비자 단체가 주축을 이룬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조사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조사 문항의 개발부터 진행 과정, 그리고 최종 결과 값에 대해 최대한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래픽= 수돗물홍보협의회 제공


    주요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 2명 중 1명(49.4%)은 평소 수돗물을 먹고 있다고 응답했다. 수돗물을 먹지 않는 경우 기타 주요 식수 사용 비율은 정수기 물이 34.3%, 먹는 샘물이 13.1%, 지하수·우물물·약수가 3.2%로 뒤를 이었다. 수돗물을 먹는 경우 수돗물에 대해 만족하거나 보통이라는 비율은 95.9%였다. 한 가지 눈여겨볼만한 것은 수돗물 외 정수기나 먹는 샘물을 먹는다고 응답한 경우에도 수돗물에 대해 만족하거나 보통이라는 비율이 89.3%였다는 사실이다. 수돗물을 먹거나 먹지 않는 것과 수돗물에 대해 만족하는 것은 응답자 내부에서 별개의 인식이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수돗물을 먹는 이유로는 편리해서 49.7%, 습관적으로 22.7%, 안전해서 11.2%, 경제적이어서 11.1%, 맛이 좋아서 1.8%, 환경에 도움이 되어서 1.1% 순이었다. 하지만 먹는 이유별 만족도를 분석해보면 맛이 좋아서라고 응답한 경우 73.2%, 안전해서 71.7%로 수돗물을 먹는 이유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정보의 쓰나미가 휘몰아치는 빅 데이터의 시대, 오직 숫자로만 이루어진 통계는 우리에게 안정된 세계상을 제시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없이 투명해 보이는 숫자, 하지만 역설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숫자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한편 위험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수돗물에 대해 숫자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수돗물의 환경 가치와 친환경 소비, 미래 안전한 수자원 확보와 물 공급 시스템 유지 등이 바로 그러하다. 물은 생명이며, 수돗물은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수돗물은 단순히 공공재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통계 조사를 통해 지금 눈앞에 제시된 불변의 숫자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추출된 것인지,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