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AI... 인터넷 음란물 거르고, 올림픽 심판까지

    입력 : 2017.12.28 09:15

    [인공지능 서비스 영역 확장]


    KT 콜센터 AI로 고객 욕설 감지… 상담사 스트레스 따라 휴식 권해
    네이버, AI로 음란물 실시간 감지… 적중률 98%… 검색 노출 막아
    AI로봇이 체조선수 연기 심판… 도쿄 하계올림픽 시스템 개발 중


    인공지능(AI) 기술이 콜센터, 인터넷 콘텐츠 관리,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IT(정보기술) 서비스 전문 기업 KT DS는 이달 들어 콜센터 업무에 특화한 AI 서비스를 내놨다. 악성 고객들의 폭언·욕설을 AI가 자동으로 식별해 상담사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게 특징이다. 네이버·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들은 음란물과 자살 암시 콘텐츠를 스스로 감지해 이용자를 보호하는 AI를 개발하고 적용에 나섰다. 2020년 도쿄올림픽 체조 경기에선 선수 동작을 인간보다 정확하게 채점하는 AI 심판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지능 기반(플랫폼)에 어떤 분야를 접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서비스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인공지능이 소비자들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고 말했다.


    ◇'걸러내기'로 욕설·음란물 잡는 AI


    KT 콜센터를 운영하는 KT CS는 이달 4일 KT DS와 업무 협약을 맺고 콜센터 업무에 특화한 AI 기술 '아이센트로'를 전국 콜센터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센트로'에는 메신저 앱(응용 프로그램)과 연동한 '상담봇(상담 로봇)' 외에 통화하는 고객이 상담사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면 AI가 이를 감지해 알려주는 '폭언·욕설 분리수거' 기능을 탑재했다. 예를 들어 한 상담사가 24시간 내에 폭언을 세 번 이상 듣게 되면 AI가 이를 확인해 상담사를 쉬게 하고 스트레스 치료를 받게 한다. 문상룡 KT DS 상무는 "AI가 보여주는 스트레스 지수에 따라 상담사들에게 휴식을 권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 전국 800여개 콜센터를 대상으로 AI 도입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7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사옥에서 한 개발자가 AI(인공지능)을 활용해 음란물을 검열하는 '엑스아이(X-eye)'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4일부터 엑스아이 기술을 적용해 온라인상 음란 이미지·동영상 노출을 막고 있다. /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14일부터 AI를 이용해 음란물을 검열할 수 있는 '엑스아이(X-eye)'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엑스아이는 음란 이미지나 동영상이 네이버에 등록될 경우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검색 노출을 막아준다. 네이버 관계자는 "400만장 이미지를 실험한 결과 음란물을 가려내는 적중률이 98.1%에 달했다"며 "24시간 가동해 음란 이미지와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역시 지난달 자살 암시 동영상이나 게시글을 분석해 이를 방지하는 AI 기술을 발표했다. 자살 충동이나 의심 행동이 감지되면 AI는 사용자에게 경고를 하거나 친구에게 알리고, 심각하다 판단되면 자살 방지 구조 단체에 신고한다.


    ◇스포츠·연예 분야까지 적용되는 AI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에도 AI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국제체조연맹(FIG)이 일본 IT 기업 후지쓰와 함께 도쿄 하계올림픽 체조 경기에서 AI 로봇이 선수의 연기를 심판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장에 10대가 넘는 카메라를 동원해 체조 선수들의 연기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담아 AI가 채점하는 방식이다. 브루노 그란디 FIG 전 회장은 "심판이 하루 8시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일관성 있게 선수들을 채점할 수 있는 것은 아마 AI 심판뿐일 것"이라고 밝혔다. 올 7월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IBM의 AI '왓슨'을 도입해 선수들의 표정, 관중과 소셜 미디어 반응, 해설위원 목소리 톤을 분석한 뒤 경기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전체 시청자 수를 지난해보다 25% 더 끌어올렸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홍콩에서 AI와 만든 음악과 안무를 공개하고 국내에선 실제 연예인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AI와 채팅할 수 있는 '셀럽봇'서비스를 공개했다. 이 회사는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연예인 목소리를 입힌 AI 스피커와 대화할 수 있거나 가상공간에서 연예인 아바타(가상 캐릭터)와 음악을 듣는 식의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지난 5일 베트남에서 열린 포럼에서 "인공지능 연예인과 함께 생활하며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