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친밀하고 더 싹싹한... AI 로봇이 온다

    입력 : 2017.12.27 09:27

    주인의 음성과 얼굴 인식하고 자연스러운 대화·행동 가능
    2020년 시장 규모 두 배로… 글로벌 기업들 속속 뛰어들어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 2018'에서 로봇 신제품을 대거 공개할 계획이다.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한 놀이용 로봇, 실내외에서 타고 다닐 수 있는 의자 형태의 이동 로봇, 많은 짐을 싣고 사람과 함께 다닐 수 있는 로봇 등 모두 개개인의 생활을 도와주는 '서비스 로봇'이다. 2000년 세계 최초의 두발 보행 로봇 '아시모(ASIMO)'를 선보이며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혼다가 본격적으로 서비스 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 한컴도 이번 CES에 어린이의 공부를 도와주는 로봇, 맞춤형 안내·통역 로봇,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물건을 지정된 위치로 옮겨주는 심부름 로봇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주인 칭찬에 애교 부리는 로봇 강아지 -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서비스 로봇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내년 1월 출시되는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는 사람의 말과 몸짓을 인식해 반응하고 애정 표현을 한다. /소니


    한컴 관계자는 "서비스 로봇은 생활 보조, 가사,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발달로 서비스 로봇 시장 본격화


    어린아이와 치매 노인을 돌보거나 매장과 공공시설에서 사람 대신 안내와 판매를 맡는 서비스 로봇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6일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420만대인 글로벌 서비스 로봇 판매량은 내년 1960만대로 성장하고 2020년에는 3150만대로 커질 전망이다.


    집안 돌아다니며 아이랑 놀아주고 - 보쉬의 가정용 로봇 '쿠리'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가족들에게 중요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아이와 놀아주기도 한다. /보쉬


    서비스 로봇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은 인공지능(AI)의 발달 덕분이다. 박성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합연구단장은 "서비스 로봇은 2000년대 초·중반 인간형 로봇과 애완용 로봇 등이 등장하며 반짝 관심을 모았지만, 실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10년 넘게 침체기를 겪었다"면서 "하지만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음성·얼굴 인식이 가능해지고 자연스러운 대화와 행동도 구현할 수 있게 되자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회사는 일본 소프트뱅크이다. 일본 최대 IT(정보기술) 기업인 소프트뱅크는 2012년 프랑스 알데바란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구글의 로봇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샤프트를 잇따라 인수하며 로봇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페퍼'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2만대 이상 팔렸다. 매장에서 고객의 감정을 읽어 응대하고 안내를 해주고, 춤을 추거나 가슴 부분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각종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이 탈 수 있는 의자형까지 - 혼다는 내년 1월 이동 로봇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혼다


    소니는 2006년 생산을 중단했던 로봇 강아지 아이보에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해 내년 1월 출시한다. 주인의 칭찬에 귀를 쫑긋하거나 꼬리를 흔들고 애정 표현도 한다.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돼 있어 음성 명령과 쓰다듬는 동작에 반응하기도 한다. 가격이 1700달러(약 183만원)에 이르고 인공지능 업데이트를 위해 매달 25달러씩 내야 하지만 예약 판매 30분 만에 매진됐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최근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 '쿠리(Kuri)' 판매를 시작했다. 어린아이와 놀아주는 역할을 하는 쿠리는 장애물을 피하며 집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어린아이 표정 같은 다양한 장면을 알아서 촬영한다. 보쉬 측은 "시간이 지나면 집안 구조와 가족들의 생활 패턴을 파악해 성능이 향상된다"고 밝혔다. 가전 기업인 밀레는 최근 520억원을 투자해 한국 중견 서비스 로봇 기업인 유진로봇을 인수했다. 로봇청소기와 병원 급식용 로봇 등을 보유한 유진로봇의 기술력을 이용해 가정용 서비스 로봇을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맞춤형 안내·통역도 척척 - 한국의 한컴도 안내·통역 등의 기능을 갖춘 로봇들을 선보이며 로봇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컴


    ◇"5G 통신이 서비스 로봇 보편화 이끌 것"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서비스 로봇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인천국제공항과 스타필드 하남 등에 안내로봇과 청소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안내로봇은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음성을 알아 듣고 고객을 원하는 장소로 안내해주면서 방문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로그램만 변경하면 어떤 장소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며 "잔디 깎기 로봇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분야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SK㈜ C&C도 한국암웨이 매장에서 사용할 서비스 로봇을 개발해 내년 3월 공급할 계획이다. 이 밖에 네이버와 SK텔레콤·KT 등도 서비스 로봇 개발에 나선 상태이다.


    로봇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 5세대(5G) 통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서비스 로봇 시장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봇기업 로보티즈의 김병수 대표는 "현재보다 40배 이상 빠른 5G 통신 시대가 열리면 서비스 로봇은 통신 기능만 있으면 서버(대형 컴퓨터)에서 무한에 가까운 정보를 실시간으로 꺼내 쓸 수 있다"면서 "저렴한 가격에 똑똑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 점차 더 빠르게 사람들의 삶에 파고들면서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