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배신에 품질 논란까지... 벌레먹은 애플

    입력 : 2017.12.26 09:27

    삼성전자 작년 인수 '데이코' 활용, 빌트인 가전 유통망 구축 박차
    영화관용 시네마 LED사업 확대… 에어컨·자동차용 전장 급성장
    LG전자 B2B 매출이 전체 20%, 사업본부 신설 조직 개편도 단행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家電) 업계가 빌트인 가전,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등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 TV 시장이 정체기를 맞고 있고 생활 가전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리는 상황에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B2B 시장 개척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B2B 시장에서도 미국 월풀과 독일 밀레 등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시네마 LED·대형 냉방기 등 사업 확장


    삼성전자는 빌트인 가전, 영화 스크린을 대체하는 시네마 LED(발광다이오드) 등을 중심으로 B2B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인수한 미국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활용해 고급 생활 가전제품 개발과 전문 유통망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데이코는 냉장고·오븐·가스레인지·식기세척기 등 주방 가전을 합친 가격이 4000만원에 이른다. 고가인 점을 감안해 국내에서는 건설사 최고급 브랜드부터 맞춤형 납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빌트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V 사업에서는 극장 스크린을 대체하는 영화관용 대형 전광판인 시네마 LED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 7월 롯데시네마에서 처음 선보인 데 이어 10월 태국 메이저시네플렉스, 11월 스위스 아레나시네마와 공급 계약을 맺고 해외 시장까지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베트남 호찌민시에 문을 연 700㎡ 규모 B2B(기업 간 거래) 종합전시관에서 현지 모델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사진 위). LG전자는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처음으로 참가해 글로벌 고객들에게 자동차 전장 부품을 소개했다(사진 아래). 가전업계 양강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들어 빌트인 가전, 자동차 전장, 디지털 사이니지 등 B2B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LG전자의 올해 B2B 매출은 12조원을 넘어서며 전체 매출의 20%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9조원, 전체 매출 비중 15%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 사이 급성장한 것이다. 특히 에어컨 사업에서는 B2B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고양 스타필드 등 대형 쇼핑몰에 납품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LG전자 관계자는 "대형 건물용 칠러(chiller·대형 냉방기)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서 에너지 효율화 컨설팅과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며 올해 매출이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장 사업은 두 회사가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수한 전장 업체 하만의 제품에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기차 부품이나 자동차 소프트웨어 같은 차세대 전장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LG전자 전장 사업은 올 들어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로부터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 업체 퀄컴과 함께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나섰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 VC(자동차 전장)사업본부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분기 매출이 1조원대로 올라서며 흑자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B2B에서도 라이벌 구도 이어질 듯


    두 회사는 B2B 사업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 작업도 착수했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사장급인 B2B사업본부를 신설했다. B2B 분야를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TV·생활 가전·스마트폰과 동등한 위치로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구본무 LG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를 디지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담당 사업부장에 선임해 힘을 실어줬다. LG전자 관계자는 "구 상무를 B2B 사업에 투입한 것만 봐도 그룹 차원에서 B2B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반도체·부품 부문에서 총괄하던 전장 사업을 CFO(최고재무책임자)인 노희찬 사장에게 맡기면서 전사(全社) 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BMW 등 기존 하만의 거래처들이 이제는 삼성과 직접 협의를 하자고 할 정도로 전장 업계에서 삼성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B2B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국 월풀, 독일 써마도·밀레 등 기존 강자들이 긴장하고 있다"면서 "B2B 사업 분야에서도 두 회사의 오랜 라이벌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