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兆?... 재생에너지 하려면 수십兆 더 들 듯

    입력 : 2017.12.21 09:44

    [정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부지, 여의도 면적의 168배 필요
    물가상승률·지가 상승 고려 안해 간척지 등 땅값 한달새 倍로 뛰어
    발전 原價도 원전의 2~3배 달해
    친환경 앞세우지만 환경 피해… 지역 주민들 반발 큰 숙제될 듯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늘리기 위해 총 100조원을 들여 48.7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웬만한 시군 크기의 토지가 필요하고, 추가로 수십조원도 더 들 전망이다. 또 전력의 안정성 문제나 환경 파괴 문제도 있어 재생에너지 확충에는 난관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서울 상암동 에너지드림센터에서 전체 발전량의 7%(작년 말 기준, 자가용 포함)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현재 15.1GW 규모인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2030년까지 63.8GW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태양광은 기존 5.7GW에서 30.8GW 늘어난 36.5GW까지 늘리고, 풍력은 기존 1.2GW에서 16.5GW 늘어난 17.7GW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비용에 물가·지가 상승 등은 고려 안 해


    산업부는 100조원의 구체적인 산출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태양광발전은 1㎿당 설비 비용이 15억~17억원, 풍력발전은 육상은 25억~30억원, 해상은 5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기반으로 산출한 전체 신규 설비 투자 비용은 112조4500억~121조8600억원이다. 정부 추산보다 10조~20조원 많다. 이에 대해 정부는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과 설계·인허가·건설비 등이 2030년까지 35% 정도 하락할 것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가와 지가 상승 등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전국 땅값은 2.92% 올랐다. 특히 정부의 태양광·풍력발전 확대 정책으로 전국 시골 유휴지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일조량이 풍부한 충남 서산 간척지구 땅값은 지난달 3.3㎡당 2만~3만원이었으나 최근 5만~6만원으로 뛰었다. 날씨에 좌우되는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도 필요하다.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인 강원도 영월군 남면 야산에 자리 잡은 영월 태양광발전소(왼쪽). 야산 3개를 깎아 만든 경사지 101만㎡를 따라 300W짜리 태양광 패널 13만장이 깔려 있다. 태양 위치에 따라 태양광 패널이 움직이는 최신 추적식 시스템을 적용해 이용률은 국내 최고지만, 17%는 넘지 못한다.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 세워진 풍력발전기(오른쪽). 160억원을 들여 만들었고, 이용률은 10%대다. /박상훈 기자·고운호 기자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동석 박사는 "탈원전 추진 대가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전기요금 상승 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비가 높고 원전은 해체 비용, 방폐물 관리비 등 사후 관리비가 필요해 초기 투자비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전 해체 비용, 방폐물 관리비 등 사후 처리 비용을 포함해도 발전 원가는 원전이 가장 싸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모든 비용을 포함한 발전 단가는 1kWh당 원전은 68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은 157원이다.


    ◇태양광·풍력발전도 환경 해쳐… 환경부가 제동, 주민 반발도 과제


    산업부는 안전과 친환경을 앞세워 태양광·풍력발전을 확대하려 하지만 환경부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환경부는 경북 영양의 양구리 풍력발전소 사업과 관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쳤으나 건설업체가 협의한 내용대로 공사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10월 공사 중단을 명령했다. 강원도 강릉의 안인 풍력발전소 발전기 20기 건설 역시 환경영향 평가가 진행 중이지만, 환경부가 환경 훼손 최소화 방안을 요구하면서 1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됐다. 경북 청송 면봉산 풍력발전소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 피해 우려 등 문제점이 발견돼 현재 보완 단계다. 지난 7월엔 전북 부안군 위도 인근 해상에서 어민 220여명이 어선 91척을 몰고 서남해 해상 풍력 공사 구간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신재생 발전 여건 불리… 일사량 적고 풍속 느려


    문제는 우리나라의 태양광·풍력발전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좁은 국토가 걸림돌이다. 산업부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부지를 태양광 1GW당 13.2㎢, 풍력 1GW당 5㎢로 추정했다.


    신규 태양광(30.8GW)과 풍력(16.5 GW) 설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부지는 태양광 406.6㎢, 풍력 82.5㎢ 등 총 489.1㎢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168배에 달하고, 경기도 남양주시(458.1㎢)보다 크다. 염해 간척지와 농업용 저수지 등을 태양광발전에 활용하면 충분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일조량이 미국의 70%에 불과하고, 풍속도 빠르지 않아 태양광·풍력발전에 불리하다. 1시간 동안 1㎡ 땅에 내리쬐는 일조량이 한국은 985㎾h이지만 미국은 1400㎾h. 연 일조(日照) 시간은 우리는 2312시간, 미국은 3055시간이다. 이러다 보니 태양광발전은 최대 가동 능력 대비 실가동률을 뜻하는 평균 설비 이용률도 낮다. 한국은 이용률이 15%로, 미국(21%)과 중국(17%)보다 낮다. 영월발전소는 태양 위치에 따라 태양광 패널이 움직이는 최신 '추적식'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이 국내 최고라지만, 이용률은 17% 이하다.


    바람도 발전에는 좋지 않다. 우리나라 육상 풍력발전의 이용률은 평균 23%로, 미국(49%)·독일(34%)·덴마크(34%) 등보다 낮다. 해상 풍력발전은 이용률(30%)이 육상보다는 높지만 50%에 육박하는 유럽 국가에 못 미친다. 충남 서산이나 경북 울진 평균 풍속은 바닷가인데도 초속 2.4~3.8m로 독일 북부(7~9m)나 덴마크(8~9m)의 절반 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