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알뜰폰, 보안·렌털로 사업 넓힌다

    입력 : 2017.12.20 09:16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고객 이탈… 사업 다각화로 살길 찾기]


    업계1위 'CJ헬로' IoT·AI 진출, 가입자 대상 렌털 사업도 강화
    에넥스텔레콤, 렌털로 부진 만회… SK텔링크, 보안업 진출 예고
    "영세업체는 도산위기 몰릴수도"


    알뜰폰 업체들이 보안·렌털 등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대형 통신업체와의 요금 격차가 줄면서 고객 이탈이 이어지자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바꾼 가입자는 9월 366명, 10월 1648명, 지난달 4643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통신 3사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라 선택 약정 요금 할인폭을 25%로 확대하고 저소득층 요금 감면에 나서는 등 통신비 인하에 나서면서 벌어진 일이다. 내년 정부가 예고한 월 2만원대 보편 요금제까지 도입되면 알뜰폰 업계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43곳 알뜰폰 업체 대부분이 적자인 상황에서 싼 요금제를 앞세운 출혈 경쟁보다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해 살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렌털업 뛰어드는 알뜰폰


    가입자 86만명인 알뜰폰 업계 1위 CJ헬로는 지난 10월 회사 이름을 'CJ헬로비전'에서 'CJ헬로'로 바꾸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CJ헬로는 4차 산업혁명 중심 산업인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로봇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기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렌털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렌털 사업의 경우 TV·PC 등 생활가전 중심에서 최근 승마 운동기, 다리 마사지기 등 건강 관련 제품으로 대여 품목을 확대했다. CJ헬로 관계자는 "기존 가입자들에게 렌털 서비스를 권유하는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너지가 높다"며 "렌털 사업은 전체 사업 부문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입자 40만명으로 알뜰폰 업계 8위인 에넥스텔레콤은 지난해 우체국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유통망을 지원해주는 업체 명단에서 탈락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냉장고, 에어컨, 침대를 빌려주는 렌털 사업을 시작해 2년 만에 3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알뜰폰 사업 부진을 만회한 것이다.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렌털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알뜰폰과 렌털을 접목한 결합 상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알뜰폰 업계 2위인 SK텔링크는 지난 10월 보안 업체 NSOK를 100% 자회사로 만들고 본격적인 보안업 진출을 예고했다. SK텔링크 관계자는 "모회사인 SK텔레콤이 보유한 인공지능, IoT 등 첨단 기술과 NSOK의 출동 서비스를 결합해 내년에 새로운 보안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텔레콤은 지난 6월 간편 결제 시스템인 '세종페이'를 내놓은 데 이어 9월 각종 악성 프로그램을 차단하는 인터넷 보안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임기채 세종텔레콤 부사장은 "미래 성장 엔진을 확보하기 위해 보안 상품 등 신사업을 확대해 해외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영세 업체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


    알뜰폰 업체들이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이는 그나마 여력이 있는 업체들이나 가능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43개 업체가 난립한 알뜰폰 업계는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700만 가입자 중 500만명을 차지한다"며 "영세한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엄두조차 못 낸다"고 말했다. 가입자를 많이 확보한 대기업 계열 알뜰폰 업체가 아니면 새로운 시도를 할 엄두도 못 낸다는 것이다.


    한국 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2만원대 보편요금제, 요금 할인율 상향, 취약 계층 요금 감면 등 알뜰폰 업계의 생존과 직결되는 정부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며 "알뜰폰 사업자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가입자 10만명 이하의 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