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부동산 정보 '플랫폼 전쟁'

    입력 : 2017.12.11 16:06

    [대출 '잠재 고객' 잡기 서비스]


    시세 정보 강점인 KB국민은행, 상업용 빌딩 매물 콘텐츠 추가
    KEB하나은행, 호갱노노와 제휴 '찾아가는 대출 상담 서비스' 선봬
    신한銀, 연립 등 틈새시장 도전장
    우리銀은 자체 플랫폼 도입 추진


    내년 5월 결혼 예정인 회사원 박모(34)씨는 한 시중은행의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전셋집을 구했다. 이 앱은 동원 가능한 자금과 원하는 지역 같은 정보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매물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전세 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대출 가능한 금액과 금리 같은 대출 정보도 제공해준다. 박씨는 "일일이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다니는 '발품'을 팔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맞춤형 전셋집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편리했다"고 말했다.


    KB국민·신한·KEB하나 등 시중은행들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활용한 '부동산 정보 플랫폼'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동산 거래자 상당수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담보대출 등이 필요한 은행의 '잠재 고객'인 만큼, 시장 선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은 주택 실거래가·매물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원래 인터넷 기반으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서비스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중개업소를 찾기 전에 미리 스마트폰으로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등 '손품'을 파는 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20·30대가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한 까닭도 있다.



    작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앱은 250여 개, 부동산 모바일 중개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제공하는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원룸·투룸 등 월세 구하기뿐 아니라 아파트 매매 위주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부동산 플랫폼은 자신들의 강점인 '금융'을 더한 게 특징이다. 이용자가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고르면, 이 주택 구입에 필요한 금액을 계산해주고 대출 상품까지 연결해준다.


    ◇부동산 플랫폼 선두에 나선 KB국민은행


    은행권 부동산 플랫폼 선두 주자는 KB국민은행이다. 과거 주택은행 때부터 쌓아 온 시세 정보가 강점이다. 지난 5월 매물 검색부터 대출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을 내놨던 KB국민은행은 서비스 명칭을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으로 바꾸고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특히 부족한 자금으로 신혼집을 구해야 하는 신혼부부를 위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KB 시세를 이용해 보유 예산과 원하는 조건에 맞는 매물을 보여주고, 특정 지역 매물을 동시에 3개까지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부족자금설계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출 가능 금액, 대출금리, 매달 상환해야 하는 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일 국내 중소형 빌딩 매매 기업 리얼티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리브온'에 상업용 빌딩 매물을 추가했다. KB국민은행의 상가 정보 통합 시스템과도 추가적으로 연계해 빌딩 매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객에게 빌딩 매물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합종연횡''틈새시장 노리기' 경쟁도


    후발 주자인 신한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은 각자 다른 '추월 전략'을 쓰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호갱노노'와 제휴를 맺고 지난달부터 '찾아가는 대출 상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호갱노노 이용자가 웹(인터넷)이나 앱을 통해 대출 희망 일자·기간·금액 등을 입력하면 KEB하나은행 직원이 직접 연락하고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찾아가 상담하는 방식이다. IT기업 개발자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인 '호갱노노'는 월 45만~50만명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이다.


    신한은행은 연립·다세대주택, 경매 등 '틈새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달 중 서울·경기 지역 연립 및 다세대주택 시세를 조회할 수 있는 '소형 공동주택 시세 산정 시스템'을 선보일 방침이다. 핀테크 기업과 협력해 실거래가·공시지가 등 공공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시세를 보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최근에 재테크 수단으로 '경매'의 인기가 높아진 점도 고려, 경매 물건 분석·평가·관련 대출 정보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경매 관련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도 조만간 아파트 2만8000여개 단지의 정보·교통·학군뿐 아니라 지역 호재(好材)까지 검색할 수 있는 부동산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당분간 시중은행의 부동산 등 플랫폼 싸움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벌인 플랫폼 싸움의 핵심은 결국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업종 간 하이브리드'"라며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은행 자동화기기(ATM)는 줄이는 대신 편의점 ATM을 적극 이용하고, 사업성이 좋은 부동산 정보 서비스는 은행 플랫폼으로 가져오려는 전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