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블랙혁명이 시작됐다"

  • Interview 정선혜 스토리 전문가
  • Editor 이호택

    입력 : 2017.12.07 09:52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는 우리 고유의 멋과 낭만이 있는 리더이다. 제품 하나를 만들어 내는데도 치밀한 시장 분석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앞서, 늘 그 제품의 생명과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의 신제품에서는 항상 우리만의 역사와 그 안에 들어있는 스토리, 철학이 담겨 있다. 올해 초 하이트진로음료의 CEO로서 첫 발을 내딛고 나서, 첫 평가무대라고 할 수 있는 신제품 출시 시점에서 만난 조운호 대표의 여유로운 미소 속에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한국 고유 국민음료 탄생'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서 있는 그를 스토리 마케팅 전문가인 정선혜 박사(의류학)가 만나 보았다.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Photographer 김성호


    정선혜 박사(이하 정선혜): 반갑습니다. 대표님, 굉장히 좋은 소식이 들립니다. 역사적인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근황은 어떠신지요?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이하 조운호): 먼저 이렇게 먼 길 와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사실 저는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 3개월을 앞두고는 작두 위에 올라 선 무당 같다고 표현합니다. 무당이 작두 위에 올라 춤을 추는데, 신기가 있지 않으면 발을 베지 않습니까? 무당에게 신이 내리듯, 신명 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웃음). 이제 출시 2주를 앞두고 있으니 신제품 생산라인 확인부터, 광고, 홍보 등 완벽한 준비 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어요. 내부 직원들이 우선 제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감을 갖고 있어야 하기에 내부 교육은 물론 출정식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전국 지점을 돌며 일선 부서까지 제품에 대한 비전이나 탄생 배경, 앞으로의 전략 계획을 토론하고 단합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선혜: 신제품의 주원료가 '검정보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보리라고 하면 대중적으로 친숙하고, 편하게 와 닿는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블랙보리는 독특하네요. 그 많은 작물 중에서 검정보리를 선택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조운호: 우선 사람들이 보리는 익숙하지만 검정보리를 잘 모릅니다. 쉽게 설명해서 보리 중에 최신 품종이자 최고의 품종이라고 보면 됩니다.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일반 보리에 비해 4배가 많습니다. 식이섬유소 역시 일반 보리보다 1.5배가 많은 품종입니다. 항산화 효과, 갈증 해소는 물론 채내 효율적인 수분 보충을 위해 최적화된 건강음료의 재료로서 최고 품질의 블랙보리를 선택했다고 보면 됩니다.



    음료의 역사 속에서 길을 찾다


    정선혜: 본격적인 제품 소개에 앞서 조 대표님의 우리 음료에 대한 탐구정신과 애정은 유명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조운호: 모든 것은 역사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거 히스토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타일입니다. 음료업계에 몸 담은 지도 23년이 됐지만 처음 음료사업을 시작할 당시나 새로운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현재나 마찬가집니다. 음료가 뭘까? 사람들에게 왜 필요할까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습니다.


    정선혜: 조 대표님께서 바라보고 있는 음료의 역사, 그 안에서 음료가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조운호: 우선 음료의 역사는 '용기의 역사'라고 정의 내립니다. 음료라는 것이 원래는 집에서 홈메이드로 만들어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이 음료를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만들어도 운반과 보관에 문제가 생깁니다. 때문에 시장을 만들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킨 결정적 계기가 바로 캔음료의 탄생입니다. 운반이 편리해졌고 용기 내 음료의 보존성이 생겼습니다. 대량생산 체계가 갖춰지며 효율성과 경제성까지 갖춰졌죠. 드디어 음료시장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230년 전 프랑스에서 시작됐죠. 100여년이 지나며 미국으로 건너가며 이 용기에 콜라가 담겼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시장이 커집니다. 이러한 음료시장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아시아까지 확대됩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도 70년이 됐고, 4조4천억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한국음료 시장이 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숨어있는 2~3조원의 시장이 있다는 것입니다. 수요는 있으나 상품화가 안된 제품을 저희가 찾아내겠습니다.


    정선혜: 정말 음료의 역사 전체를 꿰뚫고 계시네요. 조 대표님은 꾸준히 우리 고유 음료의 대중화를 위해 고민을 해왔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조운호: 역발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음료의 역사가 이리도 길고, 우리나라에 음료가 들어온 것도 70년 이상이 됐는데, 왜 우리 음료는 없을까? 아주 지극히 상식적이고 단순한 물음에서 우리 음료의 신제품 사업은 출발하게 됐습니다. 용기 안에 우리 것을 담자는 마음으로 집에서 먹던 대추나 쌀, 매실, 보리를 음료로 만들어 담기 시작했죠.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그것이 가을대추,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였습니다. 200억 매출의 히트상품들이 줄줄이 만들어진 것이죠. 100억짜리 상품이 10개, 3개는 1,000억짜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능성을 봤습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왔죠.



    조운호 대표가 음료사업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들었던 의문은 "미국에는 콜라가 있고 일본에는 녹차가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국민음료가 없는가"였다.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 우리 고유 음료에 대한 연구와 개발사업은 이제 조 대표의 사명이 됐다. "왜?"에서 시작한 고유 국민음료 개발에 대한 의지는 "반드시 만들어야만 한다"는 목표로 바뀌었다.


    정선혜: 그러고 보니 우리 고유의 작물을 갖고 대중적 음료를 만든 효시 격인 제품들이 모두 조운호 대표님 손에서 탄생했네요.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유의 음료를 만들겠다고 다시 한번 나섰습니다.


    조운호: 1995년 처음으로 우리 고유의 음료를 만들기 시작해서 이제 20년이 흘렀습니다. 앞선 역사가 태동기였다면 이제는 성장기를 맞이하는 시점이 온 것이죠. 미국 대표 음료는 코카콜라, 일본 하면 녹차입니다. 유럽은 홍차나 커피가 있죠. 왜 우리는 그것을 수입만 하고 우리를 대표하는 음료를 만들지 않았을까? 저는 제품을 통해 화두를 던졌습니다.


    정선혜: 그래서 이번에 출시되는 신제품은 어떤 결론에 도달한 결과물이라고 보면 좋을까요?


    조운호: 서민들이 가장 많이 마셨던 우리의 음료, 홈메이드로 만들어 먹었던 익숙한 음료가 바로 '보리 숭늉'이었습니다. 전세계에서 숭늉문화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저의 멘토이신 이어령 교수님께 들은 얘기인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밥짓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쌀 문화 나라에서는 밥을 찌거나 삶습니다. 누룽지가 생길 수가 없죠. 하지만 우리는 누룽지가 생깁니다. 밥을 퍼내고 남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여서 숭늉을 만들 수 있죠. 왜 그랬을까? 왜 귀한 곡물을 굳이 눌게 만들었을까? 무릎을 탁 쳤던 것이 음식문화의 조화에서 찾았습니다. 속칭 푸드 페어링(food pairing)이라고 합니다. 음식과의 조화를 중시한다는 것이죠. 음식과 궁합이 맞는 음료가 있더라는 겁니다. 음료는 갈증해소도 중요하지만 후식으로서의 기능도 합니다. 외국에서는 음식을 먹고 입가심을 위해서 홍차, 커피, 콜라를 마시는데 우리는 숭늉을 마십니다.


    정선혜 스토리 전문가


    옛 선조들의 지혜, 보리숭늉의 재발견


    정선혜: 재미있는 접근방법입니다. 그 근거를 찾으셨나요?


    조운호: 네, 그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일본은 생선 음식이 많다 보니 비린내를 잡기 위해 녹차를 마십니다. 미국은 햄버거 같은 기름기 있는 음식의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콜라를 마시죠. 우리는 반찬 문화인데 거의 대부분이 발효 음식들입니다. 맵고 짠 음식들이 많죠. 식사하고 나면 입에서 냄새가 납니다. 음료가 갖는 식후 후식 기능에서 입가심도 중요하지만 냄새를 없애고 매운맛 짠맛을 달래줄 수 있는 기능도 필요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보리숭늉이죠. 옛 선조들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정선혜: 놀라운 역사의 재발견이네요. 결국 우리 전통의 역사를 따라 올라가서 우리에게 맞는 음료 문화의 맥을 찾고 이를 대중의 음료로 재탄생 시키겠다는 말씀이군요.


    조운호: 바로 그것입니다. 숭늉은 천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전통 후식 음료라고 보면 됩니다. 옛 선조들은 쌀 아래 보리를 깔아서 밥을 지었습니다. 이를 통해 나온 것이 바로 보리숭늉이죠. 이미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우리 입맛에 익숙한 순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리차의 원조가 바로 보리숭늉이라고 보면 됩니다. 밥솥문화가 들어오며 어느 순간부터 누룽지가 없어졌고, 숭늉은 식당에서 별미로 먹는 수준으로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보리숭늉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있다고 생각했죠. 처음 용기에 담아 제품화한 것이 바로 하늘보리였습니다. 모두들 미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보리차를 사먹습니다.


    정선혜: 그렇다면 처음 대중화를 이끈 하늘보리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제품이 지금 출시를 앞둔 '블랙보리'라고 보면 되겠군요.


    조운호: 네, 그렇습니다. 우리 고유의 전통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코리안티'라는 대표성을 띌 수 있는 음료, 더 나아가서 세계화를 이끌 수 있는 음료로서 '블랙보리'가 탄생했다고 보면 됩니다. 그동안의 연구와 개발과정을 통해 제대로 된 제품이 이제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 고유 대표 국민음료 1번 타자는 블랙보리로 정했습니다. 한 번 맛을 보시죠.


    정선혜: 블랙보리의 성공을 기원하며 한 번 마셔보겠습니다. 우선 향이 굉장히 깊네요.


    조운호: 익숙한 향이죠?


    정선혜: 첫 모금에서는 우리 전통 보리차의 구수하고 깨끗한 맛이 느껴지면서 마시고 나서는 느껴지는 깊이 있는 풍미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소비자로서 합격점 드립니다(웃음).


    조운호: 감사합니다.



    한국 고유 국민음료 탄생, 역사적 책임이다


    정선혜: 보리에 대해 연구와 고민을 많이 한 것이 제품을 통해서도 느껴집니다. 그럼 본격적인 제품 브랜드 소개를 부탁합니다.


    조운호: 보리는 품종이 다양합니다. 사실 고민이 많았던 것이 2012년도 보리수매제가 폐지된 것입니다. 농작물 수매제는 정부에서 농민들에게 선 구매를 해주는 제도인데, 판로가 끊긴 것이죠. 소비가 줄고 부가가치가 낮다 보니 정부에서 보리를 포기하고 다른 고부가가치 작물을 심으라고 장려한 것입니다. 국산 원료만을 고집하고 전통적인 보리 음료를 고민하고 만든 사람으로서 재배가 안되니까 난감했죠. 천만다행으로 수매제가 폐지되는 시점에서 농업진흥청에서 신품종 '흑누리'라는 검정보리 품종이 나오게 됐습니다. 기존 보리보다 작황이 좋으면서도 효능이나 기능이 월등히 좋은 신품종이 개발된 것이죠. 특히 검정보리는 항산화 성분이 있는 안토시안이 일반 보리에 비해 4배가 많습니다. 또한 섬유질이 많아 장 트러블이 있는 분에게도 좋고, 숙취 해소와도 맞물려 있죠. 숙취 해소도 되고 위와 장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음료입니다. 특히 해남 땅끝마을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검정보리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최고급 커피처럼 최고급 검정보리를 로스팅해서 추출한 것이 바로 블랙보리 음료라고 볼 수 있죠.


    정선혜: 우리 고유의 국민음료를 목표로 만들었지만 세계화에 대한 목표도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운호: 사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즐기는 커피와 보리는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커피도 로스팅을 해야 하고 보리 역시 로스팅을 합니다. 뜨겁게도 차갑게도 마실 수 있죠. 진하게 마시면 차로 즐길 수 있습니다. 커피는 카페인 음료인데, 여기에는 카페인이 없습니다. 건강을 해치는 각성작용, 이뇨작용이 전혀 없는 제대로 된 건강음료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무카페인 시대가 온다고 봅니다. 바로 무카페인 음료의 대명사가 우리 보리차입니다. 저는 '블랙보리 돌풍'이 불 것이다라고 자신합니다. 보리는 전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소재입니다.


    정선혜: 좋은 제품인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한 마케팅이나 홍보전략 수립 역시 중요하겠습니다. 블랙보리의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이 있으신가요?


    조운호: 보통 4P라고 하지 않습니까? 제품(product), 가격(Price), 판매환경(Place), 홍보(Promotion), 저는 여기에 포장/디자인(Package)까지 한 가지를 더 넣습니다. 우선 제품에 대한 자신감은 있습니다. 가격은 너무 비싸지도 싸지도 않고 적절한 수준으로 맞췄습니다. 유통망은 구매 환경과 소비자의 성향에 맞게 구성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면 편의점에서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소형 용기로, 마트는 가정에서 두고두고 마실 수 있는 대형 용기 기준으로 갑니다. 제품 디자인은 보시다시피 대중성을 중시하면서도 고유의 품격을 느낄 수 있는 고고함을 담았습니다. 보통 제품 출시 후 두세 달 후에 광고나 홍보를 진행하지만 워낙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블랙보리는 출시와 동시에 대대적인 프로모션과 광고홍보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모델은 세련되면서도 고유의 미가 느껴지는 빅모델 강소라씨로 정했습니다. 건강미가 있고 보리음료 특유의 시원한 이미지와 어울리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선혜: 다시 한번 역사적인 신제품 출시를 축하 드리며, 가치 있는 성공을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운호: 오는 12월 12일,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그간 국민소주 참이슬, 국민맥주 하이트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제는 국민음료가 나올 시점이 됐고, 그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랙혁명’이 시작된 것입니다. 단순히 신제품 출시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 국민음료의 완성을 위한 성장기를 시작하는 신호탄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및 기사 링크
    리더피아
    www.leader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