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적자 커밍아웃'... 1년 만에 유상증자도

    입력 : 2017.12.07 09:21

    ["올·내년 7300억 적자" 발표… 총수 不在 속 독자 생존 시험대]


    작년 글로벌 조선업 부진 따른 수주 절벽 時差가 악영향 미쳐
    구조조정 차질… 고정費 그대로
    내년 5월까지 1조5000억 증자, 금융권 대출 회수에 대비한 듯
    어제 주가 하루 만에 29% 하락


    6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삼성중공업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종일 하한가(-30%) 근처에 머물던 주가는 결국 29% 하락하며 마감했다. 시가총액 1조4000억원이 사라졌다. 삼성중공업 주가 폭락은 회사가 증시 개장에 앞서 내놓은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 쇼크 탓이었다. 실적 발표 시즌도 아닌데 그것도 수천억원 적자를 낼 것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스스로 '커밍아웃'한 것이다. 여기에 1년 만에 1조5000억원 유상증자 계획까지 내놓아 매출 부진에 허덕이던 삼성중공업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것도 공개했다.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오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과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오던 미래전략실까지 해체된 상황이어서 삼성중공업은 독자 생존이라는 첫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重 "올해, 내년 7300억원 영업적자"


    삼성중공업은 이날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 2017~2018년 실적전망을 이례적으로 미리 공시했다. 3분기까지 매출 6조4885억원, 영업이익 717억원을 기록 중이었다. 글로벌 조선업황 부진으로 2015년 1조5000억원, 2016년 1472억원 영업적자를 내고 나서 올 들어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겨우 회복 중이었다.



    문제는 공시 내용 중 전망 부분이었다. 올해 예상 매출은 작년(10조4141억원)보다 24% 감소한 7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4900억원 적자였다. 내년에도 매출은 5조1000억원으로 줄고 영업이익은 2400억원 적자를 예상했다. 올해와 내년 영업적자 규모만 7300억원. 증권업계가 예상한 영업이익 전망치(올해 884억원, 내년 744억원 흑자)와 큰 격차를 보였다.


    ◇수백억 흑자에서 5000억 적자로


    올해 영업이익이 수백억원 흑자에서 수천억원 적자로 곤두박질치게 된 것은 2016년 글로벌 조선업황 부진으로 인한 '수주 절벽'이 시차를 두고 올해와 내년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2018년 사업계획 수립과정에 선박 수주 부진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 영향 등 예상 가능한 손실을 모두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선박 건조 원가 증가분이 2800억원, 저가로 수주한 상선의 예상 손실액 1100억원,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위로금 지급 600억원, 원자재 가격 상승분 400억원 등이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선박 수주 목표는 53억달러(약 5조8000억원)였지만 실제 10%에도 못 미치는 5억달러(약 5465억원)에 그쳤다. 올해는 그나마 수주 목표를 초과해 67억달러를 달성했지만, 현재 조선소에 남은 일감은 206억달러(약 22조원)로 1년~1년 6개월 치에 불과하다.


    회사는 또 2018년 말까지 인력 5000명을 줄이기로 하고, 작년 2000명을 감축했는데 올해는 노사 간 합의가 지연되면서 700명을 줄이는 데 그쳤다. 매출은 급격히 주는 데 인력은 그대로이니 고정비는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세계 조선 업황이 개선 중이고, 매출 회복이 예상되는 2019년부터는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1년 만에 또다시 유상증자… 삼성 총수 부재 속 독자 생존 시험대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영업적자 예고에 더해 내년 5월까지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1조1000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두 번째다. 회사는 "내년 회사채 등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가 1조6000억원에 달해 미리 자금 확보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우니까 또다시 유상증자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 그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삼성중공업 위기를 뚫고 나갈 큰 그림을 그릴 주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유상증자 등 이번 발표를 두고 삼성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진행되면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교체를 대비해 미리 모든 부실을 털어내는 작업(빅배스·Big Bath)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내년 1월 26일 임시주주총회를 알리며 신임 사내이사 후보 3명을 공시해 경영진 대거 교체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