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청춘만 5000만명... 中 싱글족, 대륙 경제를 뒤흔들다

    입력 : 2017.12.06 09:32

    [중국의 1인 가구 파워]


    혼자 사는 중국인 2025년 1억명
    개인 중심적 소비에 규모도 커… 여행·유통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주요 고객은 대도시 '독거 청년'
    음식배달 앱, 1년 새 44% 성장… 미니 헬스장·가라오케 등도 인기


    중국의 유명 훠궈 레스토랑 체인 하이디라오는 최근 솔로 손님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다. 손님의 맞은편 빈 좌석에 커다란 테디 베어 인형을 앉혀주는 서비스다. 하이디라오 관계자는 "일행 없이 식사하는 손님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 홀로 손님을 위해 봉제완구가 아닌 진짜 고양이를 곁에 놔주는 식당도 등장했다. 중국 여행사 가운데는 요즘 '여행 동반자 찾기'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이 늘고 있다. '1인 여행객'을 위한 것이다. 같은 기간에 같은 지역을 여행하는 나 홀로 여행자끼리 묶어줘 여행 비용은 줄이고 1인 여행에 따른 신변 위험을 낮춰주는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중국 사회의 인구학적 변화가 중국 경제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성인 1인 가구는 2010년 6069만 가구에서 2015년 7442만 가구를 거쳐 2025년 1억 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중 20~39세 사이의 미혼 1인 가구, 이른바 독거 청년인 '쿵차오칭녠(空巢靑年·빈 둥지 청년이라는 뜻)'들은 한국 전체 인구와 맞먹는 5000만명에 이를 정도다. 농촌 청년들의 도시 진출, 갈수록 높아지는 결혼 연령, 고령화 등으로 인해 대륙의 솔로 인구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식구가 여럿인 가구보다 소비 지출 규모가 크고 개인 중심의 소비 패턴을 보이는 1인 가구 시장은 유통·여행·전자·건설 등 중국 경제의 각 분야를 뒤흔들며,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유명 훠궈 레스토랑에서 솔로 손님의 앞좌석에 대형 테디 베어 인형이 앉아 있다. /하이디라오


    ◇갈수록 늘어나는 1인 가구


    중국의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결혼 문화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율은 갈수록 높아져 혼자가 되는 사람이 늘고, 결혼 적령기 청년층들의 결혼은 갈수록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1.3%에 불과했던 중국의 이혼율은 2013년 2.3%, 2016년 3.0%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반면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만혼(晩婚)' 트렌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여성들의 평균 결혼 연령이 2011년 27세에서 2016년 30세로 높아졌다.


    1인 가구 증가세의 또 다른 원인은 구직을 위해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나오는 '이촌향도(移村向都)'형 인구 이동이다. 그 핵심이 일자리와 창업의 기회를 좇아 대도시로 몰려들어 가족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는 독거 청년들이다. 중국 쓰촨대학의 왕잉메이 교수는 "독거 청년의 증가세는 대도시와 농촌, 소도시 간 경제·사회 발전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의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1인 가구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한 식당에서 혼자 온 고객이 식사를 하고 있다. /Getty Images


    중국 독거 청년들의 규모에 대해서는 최소 2000만명에서 최고 7000만명까지 기관마다 추산되는 규모가 다르다.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분석에 따르면 독거 청년 규모는 올해 이미 50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이다. 중국의 31개 성(省) 중에서도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인 곳은 10곳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대륙의 독거 청년들이 얼마나 큰 규모의 집단인지 짐작할 수 있다.


    ◇광군제를 세계 최대 쇼핑일로 만든 독거 청년들


    1억에 가까운 1인 가구 중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그룹은 독거 청년들이다. 고향 마을에서 우등생 소리를 듣고 자라 대도시의 전문대학이나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 다시 현지에서 직장에 다니는 미혼남녀들이다. 또래의 젊은이들보다 상대적으로 고학력·고소득을 특징으로 하는 이들 대부분은 집값이 싼 도시의 교외에 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길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평일 저녁에는 모바일 및 온라인 쇼핑이나 주문을 통해 집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방콕족'의 특성을 지닌다. 반면 주말이나 휴가 등 여가 때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같은 연령대에 비해 자신을 위해 더 많이 소비하는 특징이 있다. 중국판 솔로데이인 알리바바의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 솔로의 날)를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 이벤트로 만든 주역도 이들이다. 올해 광군제 할인 행사의 하루 거래액은 1682억위안(약 28조3078억원)에 달했다.



    중국의 소비 시장을 흔드는 새로운 주체로 떠오른 독거 청년들이 가장 많은 빅 4 도시는 중국 남부의 IT 중심지 선전(307만명), 수도 베이징(300만명), 선전과 가까운 광저우(289만명), 금융 중심지 상하이다. 이들 4대 1선(一線·가장 큰 대도시) 도시에 사는 독거 청년만도 1137만명에 이른다. 이 네 곳에 이어 청두·항저우·쑤저우·둥관 등 기업들이 다수 몰려 있어 경제 발전 속도가 빠른 2선 도시들이 독거 청년들의 집결지다.


    ◇1인 여행, 미니 가전, 배달 앱 전성시대


    1인 가구와 독거 청년들은 중국의 각 경제 분야를 확 바꿔놓고 있다. 우선 여행 업계에선 1인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랩에 따르면 1인 여행자 비중은 2014년 8.3%에서 2016년 15%로 2배 수준이 됐다. 이들은 특히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또래 청년층보다 여행지에서 쓰든 돈이 14%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행사나 여행지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손님들인 것이다.


    솔로들을 위한 미니 가전 시장도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배관 등을 따로 설치할 필요 없고 공간도 적게 차지하는 1인용 식기 세척기나 벽걸이 세탁기, 미니 냉장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중국 소형 가전 시장은 연평균 12%씩 성장해 2020년 4608억위안(약 7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 업계에서도 혼자만의 공간을 원하는 독거 청년들을 위한 미니 아파트나 원룸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돈이 들더라도 혼자만의 생활을 선택하는 독거 청년들의 가치관은 월세를 아끼기 위해 화장실 칸막이조차 없는 좁은 공간에서 집단 거주한다고 해서 '개미족'이라 불렸던 선배 세대와는 완전히 차별화된다.


    1인 가구, 특히 독거 청년들 덕분에 먹고사는 대표적인 산업이 모바일 음식 배달 앱 시장이다. 중국 음식 배달 앱 기업인 메이퇀 뎬핑에 따르면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의 65%가 독거 청년이다. 나 홀로 식당에 가기를 꺼리는 이들 덕분에 일부 배달 앱 업체들은 2016년 매출이 무려 44%나 늘었다.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에서는 매일 30만개, 1년에 1억개의 도시락이 판매되고 있다. 이 역시 1인 가구가 주소비층이다.


    자신만의 오붓한 오락이나 운동 공간을 원하는 독거 청년들 덕분에 왕푸징 등 베이징의 쇼핑 중심가에는 1~2명만 들어갈 수 있는 미니 가라오케가 인기다. 독거 청년들이 많이 사는 주택가에는 24시간 사용 가능한 1인용 헬스장도 등장했다. 모두 시설에 부착된 QR 코드를 휴대폰으로 스캔하면 입장할 수 있고, 알리바바의 즈푸바오나 텐센트의 위챗 결제 앱을 이용해 사용 시간만큼 결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