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다음의 신문 기사 요약, 편집권 침해 논란

    입력 : 2017.12.06 09:13

    [요약 서비스, 기사를 세문장으로 압축… "사실상 언론행위"]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줄여… 긴 기사 엉뚱한 내용 바뀌기도
    전문가들 "기사내용 왜곡 가능성"
    포털측 "바쁜 이용자위해 개발"
    정부 "실정법 위반 적극 검토"


    포털 사이트들이 신문·방송·통신사 뉴스를 요약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다음이 작년 11월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네이버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기사에 달려 있는 메뉴를 누르면 따로 작은 창에 요약 기사가 나오는 식이다. 포털은 기사 요약에 인공지능(AI)을 사용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들은 "바쁜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요약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기사 요약이 사실상 언론 편집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털이 그동안 뉴스를 유통만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각종 언론 규제를 회피해온 것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번질 조짐이 보인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포털의 AI가 중립적이라고 어떻게 100% 믿느냐"며 "선거 때는 쓸데없는 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기사의 정치적 균형이 무너진 사례도 많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 사안을 왜곡할 우려도 크다"며 "신문법 위반 혐의로 포털을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알고리즘이 요약한 기사, 오류 왜곡 가능성 커


    네이버 기사 요약은 PC든 스마트폰이든 모든 기사를 기사량이나 성격에 관계없이 세 문장으로 줄여 보여준다. 다음은 원고지 9장 이하 기사만 서너 문장으로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두 회사는 현재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요약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상당수 독자가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AI 알고리즘(전산 논리 공식)이 기사를 요약하다 보니 본래 취지가 훼손되는 일이 자주 생긴다. 예를 들어 지난 5일 네이버에 올라온 '서울시가 심야 버스 노선을 짜면서 택시 운행 빅데이터를 이용했다'는 내용의 한 일간지 기사는 '회사원 박모씨는 연말 회식이 두렵다. 최근 3년 승차 거부 신고가 많은 지역은 홍대입구·강남역·종로 순이다. 올해 1~10월 홍대입구와 강남역 부근에서 발생한 승차 거부 신고는 각각 263건, 161건이다'는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요약됐다. 같은 날 다음에 올라온 '학폭 실태 조사 연 2회 전수조사' 기사는 "교육부가 내년부터 학교 폭력 실태 조사 방식을 바꾼다고 선언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고 시작하지만, 정작 이유는 한 가지만 소개했다.


    지난 3일 네이버에 올라온 '여야, 내일 오전 10시 30분 협상 재개… 마지막 합의 시도' 기사도 원래 기사는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3당 입장이 모두 등장하지만, 요약 과정에서 민주당 입장이 빠져버리기도 했다.


    ◇"뉴스 편집하는 언론 행위" vs. "독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


    네이버나 다음은 "뉴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간단하게 정리해주는 서비스"라며 "기사 내용을 고의로 바꾸거나 제목을 수정하지 않기 때문에 신문법을 위반할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 관계자는 "미국에도 '심플리 뉴스'라고 하는 앱(응용 프로그램)이 기사를 요약해주는 등 최근 AI 기반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알고리즘 정확도가 높아져 내용이 잘못될 가능성도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사 요약이 사실상 언론 행위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신문법 등 관련 법률에도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로 규정된 포털이 정보 전달을 넘어 기사 제목이나 내용을 바꾸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신문협회 정우현 정책기획부장은 "기사는 전체 맥락, 원인과 배경 및 분석을 종합해 작성하는 것인데 이를 단 세 줄로 요약할 경우 전체 기사의 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한국 포털이 결코 뉴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을 끌어모으는 데 뉴스만큼 유용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며 "포털은 알고리즘을 앞세운 혁신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뉴스 생산자들의 편집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실태 파악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국 관계자는 "포털이 기사 제목·내용을 수정할 때는 원생산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모든 기사를 '봇'으로 일괄적으로 수정하면서 일일이 동의를 구했을지 의문"이라며 "원래 기사와 달리 정치적 균형을 잃거나 원문 취지가 훼손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실정법 위반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