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연봉의 20배... 아마존의 '황금 거위'를 만든 사나이

    입력 : 2017.12.04 09:10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아마존웹서비스 CEO 앤디 재시]


    "이젠 테크놀로지 임대하는 시대… 사업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라… AI·머신러닝 등 뭐든지 주겠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 44% 점유… 아마존 영업이익의 74% 차지


    "클라우드(Cloud)는 기업에 서버(대형 컴퓨터)뿐 아니라 첨단 테크놀로지를 빌려주는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업 아이디어만 있다면 필요한 기술은 전부 클라우드 기업에서 빌려 쓸 수 있습니다."


    지난 29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센터 샌즈엑스포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이하 AWS)의 기술 콘퍼런스. 전 세계에서 몰려든 1만5000여명의 엔지니어들이 메인 홀을 꽉 채웠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Andy Jassy) CEO(최고경영자)는 기조 강연에서 "올해 신기술 소프트웨어 1300여 개를 개발해 기업 고객들이 마음껏 빌려 쓰도록 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기계 학습) 같은 최고 수준의 기술도 모두 임대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어떤 기술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면서 "1초 만에 수백TB(테라바이트=기가바이트의 1000배)급 대용량 데이터를 백업하는 기술도 모두 고객의 요청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


    앤디 재시 AWS 최고경영자가 11월 29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엑스포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 AWS를 이끄는 그는 "단순히 고객 데이터를 보관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공지능 같은 첨단 기술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아마존 AWS 사업부는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유율 44%로 1위를 달린다. 2~4위 마이크로소프트(점유율 7.1%)·알리바바(3%)·구글(2.3%)보다 훨씬 앞섰다. 또 작년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 중 74%(31억800만달러·약 3조3800억원)가 AWS에서 나왔다. 그는 "올해 AWS의 매출은 180억달러(약 19조56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5년 전(약 23억달러)보다 7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재시 CEO는 2003년 직원 50여 명과 AWS 사업부를 만들어 클라우드 시장을 개척했다. 클라우드 사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공로로 작년에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보다 20배 많은 연봉(3560만달러·약 390억원)을 받았다. 지난 7월에는 미국 IT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뽑은 '세계 최고의 기술 영향력을 지닌 인물' 1위로 꼽혔다.


    ◇황금 낳는 거위 'AWS' 만든 앤디 재시 CEO


    AWS는 급팽창하는 인터넷 상거래 사업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서버 시스템을 독자 사업화한 사례다.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대형 서버를 구축·운영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여준 것이다. 에어비앤비·GE 등 미국 주요 기업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정부 기관까지 100만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넥슨 등이 고객이다.


    재시 CEO는 "누구나 IT 기술을 쉽게 활용하도록 돕는 게 우리 사업의 핵심"이며 "머신러닝 같은 최첨단 기술도 AWS를 통하면 갓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음성과 문자 인식 분야의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과거에는 호텔 등 고객사를 대신해 이용 후기를 저장·보관하는 데 그쳤다면, 지금은 이용 후기의 문맥에 따라 호평과 비평으로 분석해 따로 저장한다는 것이다. 음성 데이터를 문자로 자동 전환해주고 외국어 번역이나 문법 자동 수정 기술도 갖췄다.


    이날 행사장에서 재시 CEO는 인공지능 카메라 '딥렌즈'를 공개했다. 이 카메라는 차량 번호를 학습하면 주차장에서 차량이 왔을 때 자동 개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는 "아마존의 AI스피커 '에코'나 무인형 매장 '아마존고'처럼 아마존의 다른 사업부에서 진행하는 첨단 사업을 AWS 사업에 최대한 빨리 접목하겠다"고도 했다.


    ◇테크놀로지를 임대하는 시대… 기술 해결사 되겠다는 아마존


    재시 CEO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6곳에 데이터센터가 있는데 몇 년 내 수십 개를 더 만들 것"며 "클라우드 성장에 힘입어 주요 국가 대부분에 AWS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기업과 정부 기관이 앞으로 10년 안에 자사 건물 내 서버를 전부 데이터 센터로 이전할 것"이라며 "클라우드 시장은 아직 시장 성장 곡선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자체 서버를 운영하는 데 비해 클라우드 비용이 10분의 1 정도로 저렴한 데다 개별 기업이나 기관이 혼자 힘으로 처리 못 할 방대한 데이터 처리에도 클라우드가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재시 CEO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술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지적에 대해 "예전에 미국에 광부와 농부가 많았지만 지금은 현격하게 준 것처럼, 클라우드와 AI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첨단 기술로 신규 서비스가 더 늘어나면서 오히려 더 많고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답했다.


    ☞클라우드(Cloud)


    각종 데이터를 자기 서버(대형 컴퓨터)가 아닌, 온라인에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원격으로 접속해 사용하는 서비스. 아마존웹 서비스 등은 대용량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고객사에 가상의 저장 공간을 판매한다. 구름(cloud) 속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 따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