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모두 쪼그라들었다

    입력 : 2017.12.01 09:03

    [널뛰는 한국 경제… 10월 '트리플 마이너스']


    9월 '트리플 플러스'서 급락
    생산, 21개월 만에 최대 폭 감소… 설비투자는 무려 14.4% 줄어
    전문가들 경기회복 전망 엇갈려… 정부는 "추석 장기 연휴 탓"


    지난 10월 우리나라 산업 생산이 2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비와 투자에 이어 생산까지 줄어드는 '트리플 마이너스(-)' 상황에 빠진 것이다. 통계청은 3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17년 10월 산업 활동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 9월 '트리플 플러스(+)'이던 경제가 한 달 만에 정반대로 뒤집히면서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도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산업 생산 감소, 21개월 만에 최대 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체 산업 생산은 한 달 전보다 1.5% 줄었다. 이번 산업 생산 감소 폭은 작년 1월(1.5%) 이후 가장 컸다.


    하반기 들어 산업 생산은 7월 1% 증가, 8월 제자리걸음(0% 증가), 9월 0.8% 증가, 10월 1.5% 감소 등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생산 감소와 함께 소비를 뜻하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2.9%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14.4% 급감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10월에 추석 연휴(9일간)가 있었지만 9월과 비슷한 날짜만큼 일한 것으로 환산해서 나온 수치"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조업일수가 줄어서 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감소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산업 생산을 분야별로 보면 지난 10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전월 대비 1.5%, 1.7%씩 감소했다. 제조업에선 완성차 수출 부진으로 자동차 생산이 11.3% 줄었고, 해양 플랜트 업종 부진으로 금속 가공 생산이 5.9% 떨어졌다. 제조업 재고도 전월 대비 4.2% 늘었다. 서비스업 중에는 부동산·임대업 감소 폭(15.2%)이 가장 컸다. 주택 매매와 전월세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부동산 중개업이 부진했던 것이다.


    소비의 경우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등 3대 품목에서 모두 줄면서 2.9% 감소율(전월 대비)을 나타냈다. 설비투자를 보면 기계류와 운송 장비가 각각 17.9%, 3.4%씩 줄면서 전체적으로 전월 대비 14.4% 감소했다.


    ◇정부 "추석 연휴 앞두고 가불 당겨쓴 탓"


    지난 10월 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감소한 이유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불'하듯 지난 9월에 미리 당겨쓴 탓"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기업들이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10월분 생산 제품을 조기 생산·수출하는 등 9월엔 이례적으로 산업 활동이 활발했다. 그로 인해 지난 9월 생산·소비·투자가 좋았는데 그 여파로 지난 10월에는 상대적으로 나빠지는 기저 효과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9월은 생산(0.8%)·소비(3.1%)·투자(5.3%)가 모두 증가하는 '트리플 플러스(+)'였다.


    기재부는 지난 9~10월 산업 생산을 평균 낸 수치로 지난 8월과 비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생산은 8월 대비 0%, 소비는 1.6%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다만 설비투자는 2.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 설비투자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이 지난 9월 16억7000만달러로 급증했다가 10월 9억6000만달러로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널뛰기' 경기지표… 엇갈린 전망


    지난 8월 이후 생산·소비·투자는 매월 등락이 뒤바뀌는 '널뛰기'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보도 자료에서 "10월 산업 활동이 기저 효과로 조정을 받았지만, 전반적인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판단처럼) 추석 연휴에 따른 기저 효과를 감안해 우리 경제가 회복 기조라고 하더라도 그 추세가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래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가 지난 8월 이후 101.8→101.6→101.3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 실장은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했고, 건설 수주는 지난 9월부터 2개월 연속 감소한 것도 악재"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정부처럼) 추석 연휴를 감안해 9~10월 산업 생산을 평균 내서 8월과 비교하는 게 옳고, 이렇게 보면 우리 경제가 '완만한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세계 반도체 수요가 아직은 단단하기 때문에 당분간 수출도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