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의 진화... 공중제비에 원격 조종도

    입력 : 2017.11.29 09:35

    [韓·美·日 '인간형 로봇 삼국지']


    美 '아틀라스' 뒤공중제비 성공 "재난 시 구조·탐색용으로 투입"
    사람의 아바타 같은 日 'T-HR3' 손·발·몸통 모든 움직임 따라해
    한국은 '휴보' 상용화 서둘러 "산업용 협동 로봇 선보일 것"


    지난 26일(현지 시각)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로봇 동영상을 보고 "우리는 죽었다"고 글을 올리자,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몇 년 내 로봇이 너무 빨리 움직여서 동작을 보려면 (일종의 정지 화면을 만드는) 스트로브 조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댓글을 붙였다. 머스크가 언급한 로봇은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휴머노이드(humanoid·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다. 영상을 보면 로봇이 점프를 하고 뒤로 공중제비까지 완벽하게 한다.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이 불붙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2000년대 초반 일본 혼다의 '아시모'가 나오면서 큰 관심을 받았으나 두 발 보행 기능이 불완전해 상용화에 실패했다. 현재 시판 중인 휴머노이드는 대부분 바퀴로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 두 발 보행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국내외 주요 로봇 기업들은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나 구조·탐색 로봇으로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전통적인 로봇 강국인 일본과 미국이 앞서 달리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도 개발 경쟁에 가세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은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 시장이 올해 3억2030만달러(3473억원)에서 연평균 52.1%씩 성장해 2023년 39억6250만달러(4조2965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세계 14개 주요 휴머노이드 개발 업체로 로보티즈와 DST로봇 등 한국 업체 두 곳을 꼽았다.


    ◇가정·구조용 휴머노이드 속속 개발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지난 21일 신형 휴머노이드 'T-HR3'를 발표했다. 이 로봇은 온몸에 32개의 관절과 10개의 손가락이 있어 사람처럼 움직이고 걸을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휴머노이드들은 실험실에서는 완벽한 동작을 하다가도 일상 공간으로 나오면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쩔쩔매기 일쑤였다. 도요타는 이를 원격조종으로 해결했다. 사람이 로봇 카메라가 보내온 영상을 보면서 팔다리를 움직이면 로봇이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 도요타는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다가 필요할 때만 사람의 도움을 청하면 한 사람이 여러 대의 로봇을 동시에 조종할 수 있다"며 "앞으로 가정이나 병원에서 노인과 환자를 돕는 로봇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뒤공중제비를 돌고 있는 아틀라스 로봇. /보스턴 다이내믹스


    머스크가 경탄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다른 로봇과 달리 유압 펌프로 작동한다. 덕분에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가 재난 현장의 구조탐색 업무에 먼저 투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틀라스는 원래 2015년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재난로봇경진대회의 공용 하드웨어였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바퀴 달린 대화형 휴머노이드 '페퍼'를 개발한 프랑스 알데바란을 인수한 데 이어 보스턴 다이내믹스까지 사들여 휴머노이드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


    ◇한국 기술력도 세계적 수준 평가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팀이 '휴보(HUBO)'의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휴보는 2015년 재난로봇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해외 대학에 연구용 휴보 로봇을 판매하고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내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오준호 교수는 "내년부터는 휴보의 팔을 활용해 조립 라인에서 사람과 같이 작업할 수 있는 산업용 '협동로봇(코봇·cobot)'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견 로봇 기업 로보티즈는 소형 휴머노이드 '로보티즈 미니'의 업그레이드판을 내년 출시한다. 뉴욕타임스는 2014년 로보티즈 미니를 '미국 10대 가정용 로봇'에 선정했었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새 로봇은 코딩 교육과 대화 기능까지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