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1100만원 찍은 비트코인 "언제 해킹 당할지 몰라" 불안

    입력 : 2017.11.28 09:32

    [오늘의 세상]


    보안 우려에도 가상화폐 광풍


    - 투기 자금 몰리며 급등세
    올해 초 100만원서 무섭게 상승…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만 1200종


    - 연이은 해킹 사고, 보안 불안 여전
    소매치기에게 지갑 털리 듯 계좌 아이디·비번 유출 땐 끝장… 한번에 380억원 도둑맞기도
    급등락 때마다 거래소 서버 다운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bitcoin) 가격이 27일 빗썸, 코인원 등 한국 거래소에서 한때 1코인당 1100만원을 넘어서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비트코인골드, 리플, 대시 등 다른 가상 화폐도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 화폐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성공을 거두자 1200종이 넘는 가상 화폐가 등장했지만 금융 당국의 관리를 전혀 받지 않는 데다 거래소 서버 다운, 해킹에 따른 계좌 탈취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 화폐는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데이터 저장 시스템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가 모든 사용자의 컴퓨터에 동시에 저장된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면 내용이 전 세계 모든 비트코인 거래자에게 전송되는 식이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실장은 "거래를 조작하려면 개개인 컴퓨터에 저장된 내용을 전부 바꿔야 하기 때문에 임의로 거래 정보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보안이 보장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가상 화폐는 거래의 편의성에서 기존 화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급상승했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려면 빗썸, 코인원 같은 사설 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계좌를 개설하고 자기 은행 계좌와 연동하면 된다.


    하지만 안전하다는 인식과 달리 가상 화폐 거래 시스템이 불안정할뿐더러 해킹에 취약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00개 이상인 가상 화폐 거래소는 모두 사설 거래소로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보안에 취약하거나 사고 발생 시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거래소 빗썸은 가상 화폐가 급등락할 때마다 서버가 다운되거나 거래가 지연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빗썸은 이달 거래액이 40조원을 넘는 세계 최대 거래소이다. 그만큼 투기 자본이 몰린다는 뜻이다.


    서버 다운으로 거래에 실패하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빗썸을 상대로 피해 보상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빗썸은 서버가 다운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피해 보상을 할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조차 마련해 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를 해킹당해 가상 화폐를 탈취당하는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유빗에서는 가상 화폐 계좌 4개가 탈취돼 3831비트코인이 사라졌다. 현재 시가로 하면 380억원이 넘는다. 이달에도 미국 가상 화폐 업체가 가상 화폐 3000만달러어치를 해킹으로 도둑맞았다. 지난 22일 오스트리아에서는 공공 와이파이에 접속해 자신의 비트코인 계좌를 열어본 사람이 10만유로(약 1억3000만원)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탈취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공 와이파이를 통해 비트코인 계좌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된 것이다.


    김영권 삼성SDS 금융컨설팅팀장은 "가상 화폐 자체는 블록체인으로 안전하게 보관되지만 가상 화폐를 거래하기 위해 개설한 거래소 계좌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얼마든지 해킹할 수 있다"면서 "가상 화폐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이 기존 금융기관 수준의 보안 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 화폐


    지폐, 동전과 같은 실물 없이 온라인 공간에서 유통되는 화폐. 국가 기관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익명이나 차명 거래가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거래 내역이 온라인에 분산 저장되므로 거래 내역을 조작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