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 몰리는 뭉칫돈... 일자리 5만개 만들었다

    입력 : 2017.11.28 09:20

    [스타트업이 미래다] [1] 벤처붐 2막… 5년간 9兆 투자


    투자받은 벤처 3년 생존율 93%… 올해도 2조3000억 사상 최대
    스타 벤처기업들도 속속 등장


    올해 국내 벤처기업 투자가 2조3000억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最高)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3년간 민관 합동으로 10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가 새롭게 조성될 예정이어서 벤처 투자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올해 벤처 투자 금액은 작년보다 9.8% 늘어난 1조8375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연간 총신규 투자액은 작년보다 7.7%가 증가한 2조314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벤처 투자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8월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8300억원을 신규로 벤처 투자에 배정한 것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직방, 창업 초기 11명이었던 직원이 150명으로 -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의 스타트업 직방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 앱을 서비스하는 이 업체는 창업 초기 11명이었던 직원 규모가 150여명으로 불어나며 올해 2월 이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올해 국내 벤처기업 투자는 역대 최고치인 2조3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연정 객원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의 박용순 과장은 "지난 5년간 9조원대의 투자금이 4800여 벤처기업에 투자됐다"며 "우수 벤처기업을 선별해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금을 받은 벤처의 3년 생존율은 무려 93%에 달한다"고 말했다. 통상 벤처기업의 3년 생존율은 38.8%다.


    ◇역대 최대 2조3000억원 몰려


    성공한 벤처기업의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부동산 중개 앱 스타트업 '직방'이다. 지난 24일 종로구에 있는 22층짜리 고층 건물의 7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축구장 4분의 1 크기의 공간에 150여명의 직원이 북적이고 있었다. 직방은 올 2월 이 건물의 7층 전체를 임대해 들어왔다. 스마트폰에서 원룸 월세를 중개하는 직방은 작년에 275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6년 연속 적자에 마침표를 찍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창업 직후 운영비도 못 벌어 고전하다가 정부 모태(母胎) 펀드로부터 5억원을 받으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올 5월에는 직방 앱 다운로드 수가 2000만건(누적)을 돌파했다. 이 회사 안성우 대표는 "올해 다시 적자를 각오하고 가상현실(VR)과 빅데이터 기술 도입, 아파트 중개 신규 서비스에 수십억원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벤처 투자 확대 정책에 힘입어 국내 벤처기업 숫자도 역대 최대인 3만4400여곳에 이른다. 이 벤처기업들의 전체 고용 인원도 2014년 71만명에서 2016년에는 76만명으로 늘었다. 정부 투자가 민간 투자를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빈약한 투자 생태계를 보강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덕분에 2000년 초 닷컴 버블 이후 명맥이 끊겼던 스타 벤처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숙박 예약 앱을 운영하는 야놀자는 올해 1100억~1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작년 682억원보다 2배 정도 성장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작년에 모태 펀드에서 60억원의 투자를 받은 뒤 호텔 예약 앱 '호텔나우'를 인수하고, 해외 한인 민박 앱 '민다'에 지분 투자하면서 숙박 앱 분야의 1위 업체로 자리 잡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신규 직원을 120명이나 뽑았다.


    음식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짜리 벤처기업) 후보로 꼽힌다. 우아한형제들은 13조~15조원 규모의 국내 음식 배달 시장에서 음식 주문 앱 1위로 자리 잡았고, 올해는 매출 1000억원을 올릴 전망이다. 2011년 창업 당시 16명이었던 직원 수가 지금은 680여명에 달한다. 매년 평균 100명씩 추가 고용한 셈이다.


    게임업체 넷게임즈는 4년 전 창업 당시 '게임 개발 기획서' 한 장만 들고 6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지금은 200억원대 매출에 330여명의 직원을 둔 중견 게임 개발사로 성장했다.


    ◇"내년에 더 큰 벤처 투자 붐 온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올해를 능가하는 벤처 투자 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3년간 3조원의 종자돈을 내놓고 민간 자금 7조원을 끌어오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음 달 초 중장기 벤처 투자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 수출 대기업의 경영 실적이 좋아 민간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벤처캐피털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의 구형철 팀장은 "내년에는 벤처 신규 투자액이 보수적으로 잡아도 2조5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며 "앞으로 3년간 매년 투자액 신기록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2000년대 초의 벤처 버블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존 투자금에 신규 투자금까지 쏟아져 나올 경우 벤처기업들의 옥석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 채 묻지 마 투자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 업체의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연간 투자받는 벤처기업 수만 1100곳 정도에 달한다"면서 "추가로 돈이 풀리면 도태돼야 할 벤처기업에까지 넘치는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