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관광 흑자 12조인데... 한국은 적자 10조

    입력 : 2017.11.21 09:06

    [평창 동계올림픽 앞두고 비상]


    - 일본, 관광 인프라 확보에 올인
    3년 뒤 도쿄올림픽 앞두고 민박 영업 규제 대폭 완화
    소비세 혜택 늘려 관광객 흡수


    - 한국, 16년째 관광수지 적자
    사드 보복 여파, 북핵 위기감에 외국인 관광객 뚝… 지갑도 닫아
    올해 전체 적자 15조 가능성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민박업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지자체에 신고하면 연간 180일까지 외국인 관광객에게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빌려줄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이전까지 일부 관광특구에서만 허용한 것을 전국 어느 곳에서도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400만명. 올해는 2800만명,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는 4000만명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인 숙박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지난 5월 규제개혁위원회는 민박 영업을 신고제로 하고 시설 관리자에게 투숙객 명단 작성을 의무화하도록 한 개혁안을 마련했다. 6월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숙박사업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국은 관광 수지 적자 10조원, 일본은 12조원 흑자


    일본은 3년 뒤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관광 인프라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12년 재집권한 뒤 관광산업을 국가 부흥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관광입국(觀光立國)'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관광산업 발목을 잡는 규제를 일일이 찾아내 없애고 있다. 덕분에 만년 적자를 지속하던 일본의 관광 수지는 2014년 22억달러(약 2조4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116억달러(약 12조7600억원)까지 수직 상승했고, 올해는 9월까지 106억달러(약 11조65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작년 방한 관광객이 역대 최대인 1724만명까지 치솟았지만, 올해는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고 북핵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1250만여 명 달성도 쉽지 않다. 관광 수지는 올 들어 9월까지 96억6880만달러(약 10조5000억원) 적자를 보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쓴 돈은 100억568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24% 줄어들었고, 내국인이 해외에 나가 쓴 돈은 197억2060만달러로 15% 늘었다. 관광 수지 적자는 2001년 이후 16년째. 관광공사 측은 "올해 전체 관광 수지 적자는 15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日, 면세 혜택 확대하며 관광객 흡인


    일본은 면세 범위 확대 등 발 빠른 규제 완화 정책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일본 재무성과 관광청은 외국인이 일본에서 구입한 물건 가격을 합친 금액이 5000엔(약 4만9000원)을 넘는 경우에는 최대 50만엔 한도 안에서 소비세(8%)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4000엔짜리 셔츠(일반 물품)와 2500엔짜리 화장품(소모품)을 구입한 경우 품목별 액수가 5000엔을 넘지 않아 면세 혜택을 볼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제한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올 1~9월 외국인이 일본에서 쓴 돈은 3조2761억엔(약 32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일본의 '미니 면세점' 4만여 개도 관광객 유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항·시내 면세점 등 대규모 사전 면세점(duty free) 위주로 운영하지만, 일본은 부가세와 소비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중소 규모 사후 면세점(tax free)이 대다수다. 롯데면세점 도쿄사무소 임용섭 소장은 "일본은 지방 관광지 어느 곳에 가도 작은 면세점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관광 진흥 위한 강력한 리더십 절실"


    일본을 찾는 관광객 급증은 동남아 국가를 상대로 비자 면제 대상을 확대하고, 장기 체류나 복수 비자 도입도 도움이 됐다. 호텔은 최소 10개, 전통 숙박 시설인 료칸(旅館)은 5개 이상의 객실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제 조항을 풀자 지자체와 기업이 숙박 시설 건설에 앞다퉈 나섰다. 도쿄에서 활동하는 국내 관광업체 임원은 "잡화 유통 체인점인 돈키호테에 외국인 손님이 많은데 이런 곳은 대부분 24시간 연중무휴로 영업하며 규제도 없다"며 "우리나라 같으면 골목 상권 죽인다고 주변 상인들이 들고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성공 요인은 외국인 관광객을 지역 발전의 마중물로 삼았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해 각국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매출 신장을 통해 점포를 키우며, 지역 경기도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관광업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연내 출범키로 한 국가관광전략회의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당초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로 추진했지만, 국무총리 주재 기구로 격하됐다. 한 관광업체 고위 임원은 "관광입국 추진 각료회의를 신설해 자신이 의장을 맡고, 관광비전 구상회의를 만들어 관광산업을 강력 지원한 아베 총리의 리더십이 부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