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서 대박난 한국 게임, 수출 5조원 시대로 '진격'

    입력 : 2017.11.14 10:02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3분기까지 3조5104억 벌어들여
    중소업체 포함 땐 5조 돌파 무난


    - 모바일게임, 수출 장벽 제로
    온라인 장터에 게임 올리면 세계 200여 국가에 바로 론칭
    "중국 일변도였던 해외 시장, 북미·유럽·일본으로 확대"


    한국 게임이 올해 최초로 수출 5조원의 벽(壁)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 게임 산업이 2000년 수출 1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17년 만이며 국내 수출 품목 순위에서도 컴퓨터·석유화학 원료 등에 이어 상위 20위권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3일 본지가 국내 주요 10개 게임업체의 올해 수출 실적을 집계한 결과, 3분기까지 넥슨 1조2400억원, 넷마블게임즈 9000억원 등 해외에서 총 3조5104억원(누적)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추세라면 10개 게임업체의 연간 수출 규모는 4조7000억~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1만4000여 중소게임 업체들의 수출 실적을 포함하면 5조원 돌파는 무난할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김일 게임산업진흥단장은 "PC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인 한국이 올해 모바일게임 강국으로 체질 전환에 성공했다"면서 "해외 시장도 과거 중국 일변도에서 북미·유럽·일본·동남아 등 주요 선진국과 신흥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PC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 시장로 거듭난 한국 게임


    한국 게임이 주력 수출품 대열에 오른 데에는 세계 게임 시장이 PC와 TV 비디오 게임 중심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재편된 것이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에 접속된 PC에서 여러 명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PC온라인게임' 시장을 주도하면서 게임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세계 게임 시장의 주류는 TV에 연결하는 비디오게임(콘솔게임)이었고, PC온라인게임은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만 인기였다. 당시에는 한국 게임의 세계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체들은 3~4년 전부터 모바일게임 개발에 수백억원씩 투자했고 작년부터 신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PC온라인게임의 맹주(盟主)로 불리는 엔씨소프트의 변신이다. 이 회사는 작년 말 처음 모바일게임을 선보인 이후, 올해에는 리니지M 등 신작 모바일게임 4종을 잇따라 출시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올 8월 기준·수퍼데이터리서치 집계) 3위에 올라 있다. 넥슨은 히트 등 3~4개의 모바일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고 컴투스는 3년 전 내놓은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로 유럽·북미·동남아의 59국에서 각각 한 차례 이상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모바일게임은 해외 게임 배급망이 취약해 곤란을 겪었던 PC온라인게임과 달리, 국경의 벽을 거뜬히 뛰어넘었다. 구글의 앱장터 플레이스토어와 애플의 앱스토어에 신작 게임을 등록하기만 하면 곧바로 세계 200여 국가와 지역에 론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가 간 수출 장벽이 '제로'에 가까운 것이다. 모바일 게임의 시장 규모도 연간 52조원으로, PC온라인게임이나 콘솔게임보다 훨씬 크다.


    ◇내년엔 1조~2조원대 인수·합병으로 글로벌 입지 강화


    국내 게임업체들은 연말과 내년 초에도 모바일게임 신작을 내놓으며 성장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는 15일 북미·유럽·호주 등 54국에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한다. 이 게임은 이미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태국·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에서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 1~3위에 오르면서 연내 '단일 게임 1조(兆)원 매출'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 등 3종의 모바일게임을, 넥슨이 '야생의 땅:듀랑고' 등 신작 4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글로벌 흥행몰이를 이어갈 계획이다.


    여기에 그동안 중국 시장 진출의 발목을 잡아 온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가 풀리면서 내년부터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공략도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해외 시장에서 대박을 낸 모바일게임이 중국 시장에 진입만 해도 각 사별로 수천억원대 추가 매출이 기대된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내년에 해외에서 1조~2조원대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올 초 넷마블이 북미 모바일게임 개발업체인 카밤을 약 8000억원에 인수해 북미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 성공 사례를 따라가는 것이다. 현재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 등 주요 업체들은 각각 현금성 자산 1조4000억~3조7000억원 정도를 확보하고 있다. 사모펀드 등 전략적 투자자와 손을 잡으면 최대 3조~4조원대의 초대형 인수·합병도 가능한 상황이다.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텐센트와 같은 대형 게임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이제 국내에서도 매출 2조원대의 대형 게임업체가 3곳이나 등장한다"면서 "내년에는 미국·중국·일본과 한번 제대로 큰 싸움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