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구글 비판 2R... "세금·고용·망사용료 밝혀라"

    입력 : 2017.11.10 10:03

    [인터넷 한국1위·세계1위 설전]


    이해진 국감서 구글 비판이 1R
    구글 측 "한국 직원 수백명이고 세금도 잘 내고 있다" 즉각 반박
    어제 한성숙 대표가 쟁점 재반박
    한국서 구글 급성장이 설전 배경


    국내 1위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세계 1위 구글이 상대방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가 최근 국감에 나와 "구글은 국내에서 엄청난 돈을 벌면서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안 하고 트래픽 비용(망 사용료)도 안 낸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이어 구글이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즉각 반박하자 네이버는 9일 한성숙 최고경영자(CEO) 명의의 성명을 통해 주요 쟁점에 대해 조목조목 재반박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날이 선 논쟁의 배경에는 최근 4~5년 동안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의 위협적인 경쟁자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은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와 유튜브를 통해 한국에서 2조(兆)원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금액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네이버와 구글 간 논란의 3대 쟁점은 세금·고용·망(網) 사용료다.


    ①세금 제대로 내나: 구글 "세법 준수" vs 네이버 "금액 공개해야"


    네이버의 한성숙 대표는 9일 "구글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하며 세금의 근거가 되는 국내 매출은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영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공개하면서 왜 한국에선 매출과 수익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네이버는 작년에 2조59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746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일 구글 측은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내고 있으며, 한국 세법과 조세 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구글의 규정과 법적인 근거에 따른 것이며 한국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현재 한국 지사인 구글코리아가 유한회사(有限會社)로 설립돼 있기 때문에 매출이나 세금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최근 국감에서도 "구글은 지역별 매출은 발표하지만, 국가별로는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는 구글이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을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로 돌려 세금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②고용 얼마나 하나: 구글 "한국 직원 수백 명" vs 네이버 "대부분 영업 직원 아니냐"


    한국 내 고용 창출에 대해서 구글 측은 "구글코리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연구하는 엔지니어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영업·마케팅 직원 등 수백 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또 "한국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는 '구글캠퍼스 서울팀'도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 고용 증대에 기여한 점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세금 문제와는 달리 직원 고용만큼은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한 대표는 "우리는 구글의 고용이 하나도 없다는 게 아니라, 한국 내 이익에 합당한 고용을 하고 있냐는 것"이라며 "구글코리아의 수백 명 직원이 모두 온라인 광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인지, 연구·개발 인력은 얼마나 고용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한 대표는 또 "구글은 사회적 기여에 대해서도 피상적으로 언급하지 말고 구체적인 투자와 기부 등을 공개해달라"며 "네이버의 경우 올해만 국내 63개 스타트업과 관련 펀드에 2318억원을 투자했고, 작년 기부액은 353억원이다"고 말했다.


    ③망 사용료: 구글 전혀 언급 안 해… 네이버 "망 사용료 밝혀야"


    양측의 갈등은 네트워크의 사용 대가인 '망 사용료'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망 사용료는 인터넷 기업이 각종 서비스를 할 때 필요한 통신망을 통신업체에 임대하는 비용이다. 네이버는 구글의 유튜브가 한국에서 망 사용료를 한 푼도 안 내는 이점을 활용해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 시장인데도 한국 기업이 오히려 불리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구글 유튜브의 올 9월 동영상 점유율(시간 기준·코리안클릭 집계)은 72.8%로, 네이버 동영상(2.7%)을 압도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런 열세의 원인 중 하나로 망 사용료 역차별을 꼽고 있다. 네이버는 단지 2.7%의 동영상 점유율인데도 연간 734억원의 망 사용료를 통신업체에 지불하지만 유튜브는 강력한 동영상 콘텐츠를 앞세워 국내 통신업체들과 거의 무료에 가까운 통신망 사용 계약을 맺었다는 게 네이버의 불만이다.


    구글 측은 유독 망 사용료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한 대표는 "입장 표명이 없는 것은 (구글이 망 사용료를 안 낸다는 이해진 창업자의) 국감 발언을 인정하겠다는 뜻이냐"며 "국내 통신업체에 지불하고 있는 망 사용료는 얼마인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