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마트폰·TV, 어느새 메인 무대 노린다

    입력 : 2017.11.09 09:25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 삼성전자·애플 이어 3~5위
    샤오미, 내년 애플 추월 전망도


    중·소형 TV는 성능 차이 없어
    삼성·LG 등 한국 업체에 위협


    지난 7일(현지 시각)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대규모 출시 행사를 갖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믹스2'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499유로(약 65만원). 왕샹(Wang Xiang) 수석부사장은 행사장에서 가격에 비해 뛰어난 품질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더버지 등 IT(정보기술) 전문 매체들은 "지난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성장한 샤오미가 서유럽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고 보도했다.


    스마트폰·TV를 만드는 중국 IT업체들이 자국 시장 장악에 이어 해외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도·멕시코·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인 데 이어 이제는 북미·유럽까지 활동 영역을 확대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점차 중·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면서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대의 자국(自國) 시장 발판으로 해외 공략


    8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판매량 기준 점유율에서 삼성전자(21.2%), 애플(11.9%)에 이어 3~5위는 중국 업체인 화웨이(9.9%), 오포(8%), 샤오미(7%)가 각각 차지했다. 특히 샤오미는 3분기 출고량이 지난해 1450만대에서 2770만대로 급증했다. SA는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2018년에는 애플을 제치고 판매량 기준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중국 업체들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기술력과 마케팅·디자인 역량을 키웠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만 놓고 보면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가 3분기 1~4위를 휩쓸었다. 1~4위 점유율 합계는 무려 65.8%에 이른다. 이에 반해 갤럭시노트8 출시와 함께 권토중래를 꿈꿨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년 전 4.6%에서 2%로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떠오르는 거대 시장 인도에서는 샤오미(23.7%)가 삼성전자(24%)를 소수점 차이로 바짝 따라붙은 가운데 비보·오포·레노버-모토로라 등이 각각 10% 가까운 점유율을 나타냈다. 멕시코에서는 레노버-모토로라·화웨이·ZTE 중국 업체 3곳이 나란히 10%대를 기록하며 애플을 앞섰고, 또 다른 신흥 시장인 러시아에서도 ZTE와 샤오미가 작년 3분기보다 점유율을 5~8%포인트씩 늘리며 삼성과 애플에 이어 3·4위에 올랐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특허와 유통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며 "지난 9월 독일 IFA(유럽 최대 IT 전시회)에서 화웨이가 AI(인공지능) 칩을 적용한 신제품 '메이트10'을 공개한 것도 기술력 자신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TV에서도 중국 업체 점유율 확대


    TV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자국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이 동남아·중남미·유럽·북미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시장에서 부동의 1·2위 삼성전자·LG전자에 이어 3·4위를 차지한 곳은 중국 TCL과 하이센스였다. 지난 2분기만 해도 하이센스는 일본 샤프와 소니에 이어 6위에 그쳤지만, 3분기 들어 출고량을 50% 넘게 늘리며 4위로 치고 올랐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50인치 이상 프리미엄 TV를 제외하면 중·소형급에서는 브랜드별 성능 차이가 거의 없다"며 "스포츠 마케팅 등을 통해 '중국 업체=싸구려' 이미지도 상당히 덜어냈다"고 말했다.


    중국 IT업체들이 덩치를 키우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에 대한 구매력도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량 확대를 통해 구매력을 키워 원가 부담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센터장은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은 우선 규모를 키우기 위해 과거 우리 기업들이 했던 것처럼 자국 시장에서 힘을 키우고 신흥·선진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면서 "궤도에 오른 국내 기업들로서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차별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