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의 귀환... 벌써 64兆 조기상환

    입력 : 2017.11.08 09:36

    글로벌 증시 달아오르면서 올해 발행규모 70兆 넘을 듯
    ELS 펀드 수익률은 35%… 단기간 너무 올라 급락 우려도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ELS(주가연계증권)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ELS는 주가지수나 종목 같은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해놓은 범위를 유지하면 약정된 수익(연 5~8%)이 지급되는 파생 금융 상품이다. 주식 직접투자보다는 리스크(risk·위험)가 낮으면서도 예·적금, 채권 투자보다는 기대 수익률이 높다.


    ELS는 작년 초 중국 증시 쇼크로 H지수(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급락한 탓에 큰 위기를 맞았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 중에는 원금마저 까먹게 된 상품이 속출했다. 글로벌 증시가 주춤했던 지난해, ELS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ELS의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요국 증시가 달아오르며 수익을 확신한 투자자들이 몰렸고, 증권사들도 ELS 신규 발행을 대폭 늘렸다.


    ◇조기 상환은 작년의 2배, 연간 발행 2년 만에 70조원대 예상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ELS 조기 상환 금액은 11월 현재까지 63조6245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조기 상환액(28조3077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ELS는 통상 만기가 1~3년인데,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일정 가격 범위를 유지하면 만기 전이라도 약정된 수익과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조기 상환). 올 3월 조기 상환액(9조1063억원)은 2008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치이며, 9월에도 9조원 가까이 조기 상환됐다.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은 다시 ELS 재투자에 나섰고, 증권사들의 ELS 발행액도 급증했다. 작년엔 50조원에도 못 미쳤지만, 올 들어선 11월 초까지 약 62조원 가까이 발행됐다. 올해는 70조원 이상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 기조는 여전한데 글로벌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자 주식 투자는 겁이 나고 펀드 수익률은 못 믿는 투자자들의 돈이 다시 ELS로 몰리기 시작했다.


    ◇다양해지는 상품, ELS 펀드는 평균 수익률 35% 달해


    발행액이 늘면서 최근 출시되는 ELS는 안정성을 강조한 상품부터 고위험·고수익 상품까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도마뱀이 위기 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약정된 수익을 올리지 못하더라도 곧바로 정산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리자드(lizard·도마뱀)형 ELS'가 원금 회수를 중시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한편에서는 연 15% 수익률로 조기 상환이 가능한 고수익 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기초자산도 다양해지고 있다. H지수 ELS가 줄어든 반면 유로스톡스50 ELS, 코스피200 ELS, 홍콩 항셍지수 ELS 등이 크게 늘었다. 종목형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미국 스타벅스와 중국 알리바바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내놨고, 신한금융투자는 아마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온라인 전용 ELS를 출시했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때와 달리 환전할 필요가 없고, 실시간으로 미국 시장을 모니터링할 필요도 없다.


    최근엔 ELS에 투자하는 펀드도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공모형 ELS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34.7%에 달한다. 신한BNPPHE-10 펀드처럼 연초 이후 수익률이 45%가 넘는 펀드들도 있다.


    ◇내년 전망 나쁘지 않지만, 증시 급락 가능성 배제 못 해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ELS 인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수가 단기간 크게 오른 만큼 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증시는 동반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향이 강한데, ELS의 대표적 기초자산인 유로스톡스50지수와 코스피200지수 등이 동반 급락할 경우엔 ELS에 몰린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공포가 되살아날 수 있다. 또 기초자산이 3~4개인 ELS의 경우엔 하나만 가격이 떨어져도 손실 위험이 생긴다.


    종목형 ELS의 경우도 최근 IT(정보기술) 업종 강세로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을 집중 편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IT 업종 경기가 출렁이면 이 종목들을 편입한 ELS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ELS 시장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증시 상승만 믿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간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