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에 매달 신상 네 벌... 美 패션피플은 렌털한다

    입력 : 2017.11.08 09:27

    [美 패션업계의 생존 경쟁]


    美 유통계선 패션 대여업이 대세… 렌트더런웨이, 연간 125%씩 성장
    값싼 서비스에 20대도 열광하자 전통 브랜드 '앤테일러' 최근 가세
    고객 취향 따져 추천하는 업체도… 스티치픽스, 구매율 80% 넘어


    미국 유명 패션 브랜드 앤테일러가 지난달 말부터 월 95달러(약 11만원)만 내면 무제한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는 패션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은 한 번에 세 벌까지 온라인으로 옷을 주문해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할인된 가격에 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반송 박스에 넣어 돌려 보내면 된다. 앤테일러 측은 "드라이클리닝 등 귀찮은 문제들은 우리가 다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전통 패션 업체들은 3중고(苦)를 겪고 있다. 자라, 유니클로, H&M 등 저가에 빠른 속도로 신제품을 내놓는 패스트패션에 밀리며 고전한 데 이어,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엄청난 성장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하게 되는 등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CNN머니는 지난 3일 "회원제 의류 서비스가 여성 고객들 사이에서 급성장하고 있다"며 "많은 고객이 편안하게 집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대여 서비스가 온라인 쇼핑을 급속히 추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통 패션 브랜드가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기가 만든 옷을 빌려주는 회원제 대여 사업까지 나서자, 미 패션 업계는 이를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구조적인 혁신기를 맞아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살길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렌트더런웨이, "매년 125% 성장, 2018년엔 세 배 성장할 것"


    미국 시장에서 패션 대여업은 패션 유통업의 또 다른 대세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2009년 제니퍼 하이먼과 제니퍼 퓰라이스가 공동 창업한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다. 렌트더런웨이는 월 159달러를 내면 무제한으로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는 기존 서비스에 더해 지난달 월 89달러를 내고 4벌까지 빌려 입을 수 있는 서비스, 30달러에 4일간 옷 한 벌을 빌려 입을 수 있는 서비스 등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기사에서 "2009년 패션의 '민주화'를 내걸고 창업해 450여 개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고객들이 쉽게 입을 수 있게 한 렌트더런웨이가 매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제니퍼 하이먼 CEO(최고경영자)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이제 맨해튼 본사에서 1200명이 일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분위기는 처음 창업했을 때와 똑같다"며 "우리의 정열과 온기, 우정으로 활기찬 기업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먼 CEO는 업계에서 튀는 발언을 자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달 전국 홍보 캠페인을 벌이며 "(패스트패션 업체인) 자라를 비즈니스에서 물러나게 할 생각" "자라, H&M 등 옷 같지도 않은 옷을 사서 이내 없애버리는 것보다 월 89달러로 최신 브랜드의 패션을 입는 것이 훨씬 실속 있다"고 했다. 패스트패션의 주 고객층인 20대 젊은이들을 새로 런칭한 월 89달러 서비스로 끌어들이기 위한 공격 전략이다. 그는 또 "우리는 지금까지 매년 125%씩 성장해왔고, 내년에는 3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맞춤형 온라인 의류 판매 '스티치픽스', 기업 가치 4조원


    의류 대여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의 취향이나 소비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과 정보를 제공해 의류를 판매하는 '스티치픽스(Stitch Fix)'는 업그레이드된 온라인 유통업으로 이미 성공 신화를 썼다. 지난달 뉴욕 증시에 상장 신청을 마쳤고 30억~4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곧 또 하나의 '스타트업 유니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스티치픽스가 이처럼 각광받는 이유는 패션 산업을 온라인 영화 서비스 넷플릭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스포티파이처럼 수준 높은 맞춤형 서비스로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거래 시장이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했다면 스티치픽스는 이들과 달리 이용자의 신체 사이즈나 선호 색상 등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넷플릭스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고, 1000명이 넘는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을 토대로 이용자별로 세분화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함으로써, 쇼핑할 시간이 없거나 아마존에서 수많은 상품을 검색하는 데 기진맥진한 고객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인공지능이 30조 종류의 경우의 수를 조합한 후 이용자에 맞는 9개의 샘플을 선택하면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이 상품들 가운데 패션 트렌드나 고객의 거주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5개로 압축해 회원들에게 발송한다. 고객들은 이 중 한 벌을 사면 스티치픽스에 낸 스타일링 서비스 요금 2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고 5벌을 다 사면 25% 할인 혜택까지 받는다. 스티치픽스 측은 "이용자 10명 중 8명이 발송한 상품 중 1개 이상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추천 성공률이 80%가 넘는 것이다.


    지난해 7억3000만달러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에는 매출이 1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패션 분야에서 아마존에 대항할 수 있는 대표적인 회사로 스티치픽스를 꼽고 있다.


    온라인 최대 유통업체인 아마존도 대응에 나섰다. 아마존은 최근 아마존 프라임 옷장(Wardrobe)에서 판매하는 옷을 먼저 입어보고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회비 99달러를 내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 주는 혜택인데, 온라인에서 선택한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등을 배송받아 착용해 본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료로 반품할 수 있는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