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이머 보러... 中 젊은이 4만명 몰리고, 5000만명이 시청

    입력 : 2017.11.06 09:31

    [급성장하는 e스포츠 시장]


    세계 e스포츠 팬 4억명 추정… 시장 규모 2년새 33%나 확대
    LoL 게임 결승전 시청자 수… 美 월드시리즈 7차전보다 많아
    한국 프로게이머가 세계 최강… 엄청난 브랜드 마케팅 효과
    아마존·인텔·디즈니 등 대기업… 대회·중계권에 수천억원씩 투자


    "페이커(Faker)! 페이커! 페이커!"


    지난 4일 중국의 베이징 국립경기장을 꽉 채운 4만여 관중이 일제히 한 명의 이름을 연호(連呼)했다. e스포츠 구단 SK텔레콤 T1(이하 SKT T1)의 프로게이머 이상혁(21) 선수가 경기에 패배한 뒤 눈물을 흘리자 울지 말라며 그의 닉네임(게임 내 별명)을 외친 것이다. 이날 '2008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이 열렸던 대형 스타디움에서는 PC 온라인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렸다. 세계 각 지역 대표 24개팀(북미·유럽·아시아 등)과의 조별 리그·본선을 뚫은 한국팀 SKT T1과 삼성 갤럭시 간 결승전에서 삼성이 3대0으로 승리했다. 여성 팬 사오슈에(20)씨는 "내 사랑은 송중기가 아니라 페이커"라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 한·중 관계가 복잡하다지만 정치는 정치, 스포츠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장씬(21)씨는 "삼성 최고"라며 '삼성 포에버(forever)♥'라는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4일 중국의 베이징국립경기장에서 열린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전' 무대의 큰 화면에 프로게임팀 삼성 갤럭시 선수들이 소개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4일 중국의 베이징국립경기장에는 4만여 좌석이 매진돼 관중들로 가득 찼다. 한국팀 SKT T1의 중국 팬이 'SKT Faker(이상혁 선수의 별칭)'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중국 10~20대 젊은이 사이에 한국 e스포츠 팀이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e스포츠는 축구나 야구처럼 특정 게임을 종목으로 삼아 프로게이머들이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LoL은 전 세계 1억명이 즐기는 최고 인기 게임으로 5명이 한 팀으로 게임 캐릭터를 조종해 상대 진영을 점령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5년 연속 우승(2013·2015·2016년 SKT T1, 2014·2017년 삼성 갤럭시)을 차지한 세계 최강국이다. 이날 대회를 온라인 중계한 인터넷 방송 업체 또우위의 쑨지(36) 매니저는 "중국 젊은이들이 한국팀에 열광하는 이유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세계 최강팀이기 때문"이라며 "중국 축구 팬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며, 페이커(이상혁 지칭)는 축구로 치면 리오넬 메시 수준의 선수"라고 했다.


    ◇e스포츠 팬 4억명… 급부상한 신규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날 전 세계로 인터넷 생중계된 'LoL 결승전'의 시청자는 50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열린 준결승전의 생중계 시청자 수가 중국에서만 4000만명 이상이었다. 작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이 대회 결승전의 시청자 수는 전 세계 4300만명이었다. 이는 작년 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7차전의 미국 내 TV 시청자 수(4000만명)를 넘어선다.


    e스포츠 산업은 최근 5~6년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수퍼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올해 1조1200억원으로 2년 전에 비해 33%나 커졌다. e스포츠의 주요 게임 종목은 오버워치,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수십 개에 달하고 전 세계 e스포츠 팬은 4억명으로 추정된다.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는 최근 "e스포츠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들이 마케팅 각축전을 벌이는 뉴(new)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고 보도했다.




    아마존·인텔·월트디즈니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e스포츠의 중계권 확보와 대회 후원에 수천억원씩 투자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은 3년 전 프로게이머들의 인터넷 방송을 중계하는 벤처기업 트위치를 약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에 인수했다. 월트디즈니는 지난 8월 'LoL 세계대회 온라인 독점 중계권'을 보유한 밤테크를 약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2007년부터 '인텔익스트림마스터즈(IEM)'라는 e스포츠 대회를 열고 있다. 자동차 기업 메르세데스 벤츠, 음료 기업 코카콜라 등은 e스포츠 대회의 단골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최강 프로 게임팀 만든 SKT·삼성·KT 등 국내 기업들


    국내에서는 SK텔레콤, 삼성, KT, CJ, 진에어 등 10여개 기업이 '세계 최고의 e스포츠 프로팀' 만들기에 뛰어들고 있다. 예컨대 SKT T1 이상혁 선수의 연봉은 30억원으로 프로야구 최고 연봉인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25억원)보다 많다. 다른 e스포츠 프로팀에서도 에이스 선수들은 2억~5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KT가 운영하는 프로게임단 'KT롤스터' 관계자는 "e스포츠는 선수단 규모가 10명 내외로 적고 연봉 외에는 별도의 대형 훈련 시설이나 전지훈련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런 프로게임 팀은 국내는 물론이고 북미·호주·중국 등 해외에 기업 브랜드를 노출하는 효과가 크다. 이날 베이징에서 만난 왕지(27)씨는 "한국 게임팀을 응원하다가 한식에 관심이 생겨 먹어봤다"며 "부추어(꽤 괜찮던데)!"라고 했다. 김가을 삼성e스포츠단 사무국장은 "e스포츠는 세계 대회가 많고 팬들도 세계 여러 나라에 있어 e스포츠 팀은 효과적인 글로벌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