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對 행안부 '100조 예산' 줄다리기

    입력 : 2017.11.01 09:26

    ["국세와 지방세 비율 6대4 수준까지" 대통령 공약 놓고 입장 차]


    - 지방분권 대변하는 행안부
    "지자체간 재정 격차 줄이려면 지방세율 인상해 수입 늘리고 정부가 주는 교부세도 키워야"


    - 국가재정 책임지는 기재부
    "호화 청사·낭비성 축제 등 지자체 예산 집행 불투명한데 지방세도 교부세도 늘리라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100조원 예산'을 둘러싸고 치열한 예산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중앙정부 수입인 국세(國稅)의 상당 부분을 지방세로 돌려 지방정부 재정을 강화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현실화하는 데 따른 것이다.


    줄다리기의 한쪽에는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 반대쪽에는 지방분권을 대변하는 행정안전부가 자리 잡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와 김부겸 행안부장관이 지방재정 강화라는 목표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 실현 방안에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나라 살림의 양대 축인 예산과 세제에 큰 변화를 주는 사안으로,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문 대통령 "국세·지방세 비율 8대2→6대4"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지방자치의 날 기념사에서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재정 분권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면서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이루고 장기적으로 6대4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예산 줄다리기에 문 대통령이 직접 '시작' 호루라기를 분 셈이다.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을 268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세·지방세 비율이 지금처럼 8대2 수준으로 유지되면 내년 지방세 수입은 85조원으로 예상된다. 만약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로 바꾸게 되면, 지방세는 141조원 수준이 된다. 국세에서 56조원을 덜어내 지방세로 넘겨야 한다는 얘기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주는 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재정 수요에 비해 수입이 부족한 지자체에 중앙정부가 지방교부세를 지원한다. 지자체 간 재원 격차를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해마다 내국세 총액의 19.24%가 지방교부세로 나간다. 내년 내국세 총액(228조원) 기준으로 하면 44조원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행안부의 예산 줄다리기 결과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돈이 100조원대(56조원+44조원)인 셈"이라며 "앞으로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면 이 액수도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김부겸 입장 차이… 증세 이어 2라운드


    문제는 지방재정 강화를 위한 핵심 방안인 국세·지방세 비율 변경을 둘러싸고 김 부총리와 김 행안부장관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 7월 경제 관계 장관회의에서 증세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인 적도 있다. 김 행안부장관의 증세 의견에 김 부총리가 반대했지만, 결국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신설로 정부 방침이 정해졌다.


    지방재정 강화와 관련, 김 행안부장관은 그동안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11%에서 20%로, 지방소득세율을 현행 10%에서 20%로 각각 높이면 지방세 수입 20조원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11%만큼을 광역시·도 지방세 수입으로 넘기는 것이다. 지방소득세는 국세인 법인세·소득세의 10%가 시·군 지방세 수입으로 잡히는 것이다.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는 지자체의 일반 재원으로 쓰인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지난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건 행안부 안(案)이고 우리는 여러 다른 생각이 있다"며 정면 반박했다.


    기재부는 지자체의 예산 낭비, 지방재정의 불투명성 등을 문제 삼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분권을 위해 지자체 재원을 확충해 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방재정에서 낭비 요소를 없애고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초대형·초호화 청사, 거액을 투입했지만 이용객은 극소수인 경전철, 낭비성 지역 축제, 장·차관보다 고급차 타는 지자체장 등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금고'를 통째로 넘길 수는 없다는 얘기다.


    지방교부세 문제도 있다. 행안부는 국세·지방세 비율 변경으로 국세가 줄어들더라도 지방교부세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지방교부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세 수입이 늘어나면 교부세는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가 전체 재정을 걱정하는 기재부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기재부와 행안부의 예산 줄다리기는 내년 3월이 시한이다. 이듬해인 2019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그때까지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지방세 비율이 달라지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입·세출 구조도 바뀌게 된다. 지난 30일 국감에서 김 부총리는 "재정분권은 국가 운영의 전체적 틀을 바꾸는 것으로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