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주가 2500 시대... 탄력받은 코스피, 연내 2600?

    입력 : 2017.10.31 09:23

    반도체·IT 대형주 탄탄한 실적
    외국인·기관, 릴레이 사재기
    올들어만 500포인트 정도 상승


    美 증시 가파른 상승세도 호재
    각국 고용·소비·물가 지표 양호
    특별한 변수 없는 한 순항할 듯


    '주가 2500 시대'가 열렸다.


    30일 증시에서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5.30포인트(0.21%) 오른 2501.93에 마감돼 사상 처음으로 장 마감 기준 2500선을 돌파했다. 2007년 7월 2000포인트를 넘어선 지 10년 3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2513.87까지 치솟으며 장중 최고치를 갈아치운 뒤 상승 폭을 줄여 2500선에 마감됐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 상승과 국제유가 반등이 호재로 작용해 개인과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26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외국인 보유 금액은 611조원으로, 사상 처음 60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IT 대형주의 힘


    작년 말 2026.46으로 마감했던 코스피가 올 들어만 5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IT(정보기술) 업종을 필두로 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에 불고 있는 훈풍(薰風) 덕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으로 외국인 투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코스피가 상승 동력을 얻은 것이다.


    30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5.30포인트(0.21%) 오른 2501.93에 마감돼 사상 최고치(종가 기준) 기록을 다시 썼다. 이날 오후 장 마감 직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코스피 2500 돌파를 확인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올 상반기(1~6월)에만 9조2000억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7~9월 북한 도발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자 이번엔 기관투자자들이 구원 투수로 나섰다. 이 기간 외국인이 4조원 가까이 팔아치우는 동안 기관투자자들이 4조8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지수를 방어했다. 이달 들어선 다시 외국인 투자금이 2조5000억원 이상 유입됐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내 업종별 지수 등락률을 보면 전기전자 업종이 52% 상승했다. '대장주(株)' 삼성전자 주가가 작년 말 180만2000원에서 30일 270만2000원으로 50% 올랐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주당 4만4700원에서 7만9800원으로 79% 급등했다. 두 종목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1%(삼성전자가 21.6%)에 달한다.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올 들어 매 분기 기업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면서 두 종목 주가는 거침없이 상승했다.


    이 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한미약품이 주축인 의약 업종이 작년 말 대비 50%, 은행·증권·금융업이 각각 25% 이상 오르며 코스피 상승에 힘을 보탰다.


    ◇'글로벌 대세 상승장' 도래


    글로벌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증시가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호재가 됐다. 3대 주가지수(다우·S&P500·나스닥)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연거푸 최고가 행진을 경신하는 중이다. 애플·알파벳(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 등 주요 IT 기업이 미국 증시를 이끌고 있다. 실적 호조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지난 27일(현지 시각) 하루에만 이들 '빅5'의 시가총액이 1810억달러(약 204조원) 증가했다.



    미국 증시의 온기는 세계 각국 증시를 데우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이달 초부터 16거래일 연속 오르며 21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홍콩, 브라질, 인도 증시가 올 초부터 현재까지 20% 넘게 상승했다. "글로벌 대세 상승장"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각국의 고용·소비·물가 지표와 통화 정책도 증시 안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회복을 근거로 그간 시장에 풀어오던 돈의 규모를 줄이는 이른바 '양적 완화 축소'에 나서지만, 그 속도가 점진적일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도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를 등에 업고 여전히 대규모로 돈을 풀고 있다.


    ◇"코스피, 연내 2600도 가능"


    올 12월로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이르면 다음 달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가계부채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적극적인 긴축에 나서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글로벌 증시가 충격을 받거나 반도체 경기가 타격을 받을 만한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 남은 두 달간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전히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에 비해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여전히 탄탄한 만큼 11~12월 중 코스피가 2600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선 "올 연말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거나 북한 도발 등이 다시 발생하면 외국인 투자가 주춤해져 코스피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