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론 밀어냈다... 美 테크 기업들, 무한질주

    입력 : 2017.10.30 09:47

    [오늘의 세상]


    빅데이터·AI 기술력 등으로 무장, 아마존·구글 등 3분기 깜짝 실적
    매출 20~30% 이상 대폭 성장
    다른 기업과 격차 매순간 벌어져 "규제 움직임이 유일한 걸림돌"


    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거대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올 들어 30% 이상 급등하자 최근 미국 월가(街)에서는 '거품'이라는 비판이 확산됐다. 하지만 지난 26일(현지 시각) 이 기업들이 일제히 3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자 고(高)평가 논란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 시대를 뛰어넘는 테크 기업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이들은 세계경제의 주류로 영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帝國 아마존의 질주


    테크 기업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제국(帝國)'으로 불리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해 유통, 드론 무인 택배, 인공지능(AI), 우주 개발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아마존의 성장 속도는 기존 어떤 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아마존은 올 3분기 매출이 437억4000만달러(약 49조47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다. 아마존은 "7월 창립기념일 행사인 '프라임데이 세일'에서 하루 만에 1조원이 넘는 판매 기록을 세웠고, 기업용 클라우드(원격 서버 임대) 사업과 인공지능 스피커 사업도 호조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아마존은 올해 인수한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에서도 13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오프라인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 실적은 다른 유통업체들엔 공포"라고 보도했다. 아마존 주가는 27일 13% 이상 급등했고, 아마존 지분 17%를 보유한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는 재산이 100억달러 이상 늘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



    구글도 3분기에 작년보다 24% 오른 278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전망치였던 220억달러를 크게 뛰어넘은 것은 모바일 광고 시장의 성장 덕분이다. 컴퓨터 운영 체제, 오피스 등 주력 사업 부진으로 고심하던 마이크로소프트도 돌파구를 찾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3분기에 245억49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다음 달 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도 작년보다 광고 매출과 이용자 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 기업의 유일한 걸림돌은 규제 강화


    전문가들은 거대 테크 기업들의 급성장 비결로 빅데이터와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력을 꼽는다. 아마존은 고객의 쇼핑 기록을 분석해 다음에 무슨 제품을 살지 미리 알 수 있고, 구글은 검색 데이터를 이용해 이용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광고를 보여준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는 "테크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는 데다 다른 기업과의 격차는 매 순간 더 벌어지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수많은 시장에서 다른 기업들은 모두 도태되고 이 기업들끼리만 경쟁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격전을 벌이고 있고, 1500억달러에 이르는 인터넷 광고 시장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양분하고 있다. 게다가 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 보유액을 이용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초기 벤처 기업)을 싹쓸이하고 있다.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들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테크 기업들이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갖게 되면서 경쟁이 제한되고 여론조차 조작될 수 있다는 우려다. 뉴욕타임스는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치권과 규제 당국이 테크 기업들의 앞날에 유일한 걸림돌"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