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제2 세탁기 전쟁'은 면했다

    입력 : 2017.10.27 10:01

    [삼성, LG전자 OLED TV 공격… LG "같은방식 비방 않겠다"]


    LG 이틀간 격론후 "확전 자제", 삼성도 "비판 자제" 내부 의견
    '번인 현상' 삼성이 두차례 공격… 세계 1·2위 업체 대결 벌어질뻔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주력 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번인(burn-in) 현상을 공격하며 불거졌던 세계 1, 2위 TV 업체 간 자존심 싸움이 봉합 단계에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유튜브 동영상, 홈페이지 게시글 등을 통해 공격 수위를 높여가면서 긴장감이 커졌지만, 양측이 추가 공방을 자제하기로 하면서 진정 국면을 맞은 것이다. 번인은 장시간 같은 화면을 켜 놓으면 TV 화면 해당 부분에 잔상이 남는 현상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유튜브에 자사 제품인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와 LG전자 OLED TV를 대상으로 한 '잔상 테스트' 동영상을 올려 OLED TV의 번인 현상을 지적했다. 이 동영상은 전 세계에서 1120만번의 클릭 수를 기록했다. 이어 이달 23일에도 회사 홈페이지에 LCD(액정표시장치) TV와 OLED TV의 번인 비교 실험 결과를 올렸다.


    ◇LG 고위층 이틀간 논의 끝에 대응 자제하기로 결론


    26일 LG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24~25일 삼성전자의 OLED 비판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결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사 제품과 기술을 비방하는 일은 하지 말자"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국 세탁기에 대한 미국 당국의 수입제한 조치 발동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끼리 감정 대립을 하는 것은 두 회사 모두에 이롭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틀 동안 진행된 논의에는 지주사인 ㈜LG의 하현회 사장을 중심으로 LG전자 TV본부장인 권봉석 부사장, LG디스플레이 CMO(최고마케팅책임자) 여상덕 사장 등이 참석했으며,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CEO(최고경영자)인 조성진 부회장과 한상범 부회장도 '확전 자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14년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 사태'와 같은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9월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전시회에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당시 사장) 일행이 고의로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다며 검찰에 고소해 2년간 소송전을 벌였었다. LG 고위 관계자는 "당시 분쟁은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줬고, 해외 언론에서도 조롱거리가 됐다"며 "지금 삼성의 행동은 당시 '제품 품질과 고객 서비스 향상에 주력하자'고 합의했던 취지에도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LG전자의 대응 자제 결정에는 OLED TV에 대한 자신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날 3분기 TV 부문에서 OLED TV의 선전 덕분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45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TV 부문 영업이익률은 업계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9.9%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삼성도 공격 속도 조절할 듯


    삼성전자도 앞으로는 번인 현상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자고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번인 현상 문제점을 알렸고 시장에서도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경쟁사인 LG전자와 사사건건 각을 세우는 것이 삼성전자 이미지에 부담이 된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도 LG전자와 마찬가지로 TV 품질과 실적 경쟁에서 자신이 있다는 분위기다. 지난 20일에는 언론 브리핑에서 해외 시장조사 기관 GfK·NPD 자료를 인용해 2분기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TV가 38%의 시장점유율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번인 현상과 관련한 동영상과 글, 시장점유율 자료는 소비자들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며 "시장에서도 번인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추가적인 대응은 자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