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로 '호시절' 보낸 은행, 정부 자본규제로 타격 예상

    입력 : 2017.10.26 09:46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자본규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을 펼쳤던 은행의 자본규제를 개선해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자본규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가계대출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는 방안을 구상중인다. 동시에 예대율 역시 조정해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 취급 비중을 낮출 계획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12월 금융업권별 자본규제 정비방안을 발표한다. 정비방안에는 은행의 위험가중치와 예대율 조정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자본규제 방안 초점은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 취급 비중을 낮추고 중소기업 대출 등으로 기타영역으로 취급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은행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은행이 저금리 시대에 편승해 과도하게 주담대 위주의 영업을 펼쳐왔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 자영업자 대출 등 리스크가 다소 큰 영역에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은 2000년대 초반 70~90%였던 기업대출 비중을 지난해 40%대로 낮춰 영업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BIS비율 산정 시 국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위험가중치는 평균 24%다. 이중 주담대는 19.7%로 더 낮다. 반면 기업대출의 경우 64.7%로 3배 가까이 높다.


    은행은 위험가중치 정도에 따라 대출 취급 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은행 입장에선 가계대출 위험가중치가 기업대출보다 낮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가계대출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주담대 쏠림 현상이 소위 '생산적 금융'과 맞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은행 예대율 역시 수정 대상이다. 예대율의 경우 고객이 은행에 입금하는 각종 예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이다. 현재 규제비율은 100%로 대출금액이 예금금액을 넘을 수 없다. 당국은 가계대출에 대한 예대율 산정시 가중치를 둬 가계대출 예대율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은행은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 등을 늘려 자본규제를 충족해야 할 전망이다.


    당국은 당초 위험가중치와 예대율 중 한 규제만을 손대 적용하려 했지만, 가계대출을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두 수치 모두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은행들의 반발이 여전히 거센 분위기다. 위험가중치의 경우 이미 몇몇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 기준보다 높은 상황이다. 또 인위적으로 위험가중치를 조정하게 되면 우리나라 은행의 국제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8월 위험가중치 상향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영향을 받는 은행은 2~3곳 뿐이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은행이 스스로 영업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위험가중치와 예대율 조정은 은행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LTV·DTI 조정보다 더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위험가중치와 예대율 조정은 은행의 수익을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가계대출에 쏠린 은행 자산을 기업대출 같은 기타 영역으로 분산시키려는 의도"라며 "은행의 반발이 다소 있지만, 협의를 통해 연내 개선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