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호의 한국의 명품문화 - 7] 사돈양반과 사돈어른

  • 국립목포대 하중호 초빙교수

    입력 : 2017.10.23 10:10

    국립목포대 하중호 초빙교수

    어느 경상도 할머니 셋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며늘아가 그러는디, 예수가 죽었다카드라"고 하니, "와 죽었다 카드노?", "못에 찔려 죽었다 안카나" 이때, 아무 말이 없던 할머니가 "예수가 누고?"하고 물었다. "우리 며늘아가 아부지 아부지 케사이 사돈양반인 갑지 뭐~"라고 하였다. 우스갯소리지만, 진짜 며느리의 아버지라면 사돈양반이어야 하나 사돈어른이어야 하는가? 연속극이나 방송국 등에서도 사돈양반과 사돈어른 혹은 사장이나 마님 등 호칭의 선택이 잘못되는 경우가 더러 있어 혼선을 야기한다.


    사돈(査頓)이란 서로 혼인한 남자와 여자 측의 가족관계를 말하는데 그 호칭을 잘못 사용하는 사례가 흔하다. 사돈집의 모든 분을 '사돈'이라고 부르거나 사돈양반과 사돈어른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성별과 세대의 차이 나이에 따라서 달라진다. 우선, 사돈이란 같은 세대(行列항열)며 동성 간의 상대(査頓)을 칭하는 말이다. 같은 세대라도 이성(異性)의 사이거나, 동성(同性)이라도 자기보다 10년 이상 연상이면 조금 높여 사돈어른으로 예우한다. 다만 여성사돈을 '사부인(査夫人)'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자기의 며느리나 사위의 아버지(同性)는 '사돈(혹은 사돈어른)'이고 그의 어머니(異性)는 '사돈어른(혹은 사부인)'이 될 것이다.


    사장(査丈)은 웃세대의 사돈을 뜻한다. 항렬이 높은 사돈은 성별 관계없이 '사장어른'으로 칭한다. 사돈의 첫 글자인 '사(査)'자에 '어른 장(丈)'자를 쓰는 이유를 알만하다. 이처럼 사돈 간에는 세대, 남녀, 나이에 따라서 호칭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돈은 피와 살이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남이지만, 아들과 딸을 주고받은 특수한 관계이므로 항렬(行列)과 같이 세대의 위계가 정해지는 것이며, 그 위계를 사행(査行)이라고 말한다.


    딸을 시집보낸 부모의 위치에서 보면 딸의 시부모는 같은 사행이지만 딸의 시조부모는 한 단계 웃사행이 된다. 이같이 사돈 간 호칭은 사행에 따르고 나이, 남녀도 중시된다. 자녀 배우자의 조모는 ‘안’자와 함께 '안사장어른'으로도 부르며, '○○(시/처)조부모'와 같은 관계말로도 쓰인다. 동기간 배우자(형수, 자형, 올케 등)의 부모도 '사장어른'이다.


    자녀 배우자의 조부모보다 한 항렬이 더 높으면 앞에 '노(老)'자를 붙여 '노사장어른'이다. 나보다 아래 사행(査行)의 사돈은 사돈양반(아랫세대의 기혼 남성)과 사돈총각(사돈도령, 미혼 남자) 또는 사돈처녀(사돈아가씨, 미혼 여성)와 사돈아기씨(어린 사돈에 대한 애칭) 등이다. 사돈양반이란 높임이 아닌 아랫세대를 말하며, 상대방의 사행이 낮더라도 나이가 많거나 좀 어려운 상황에서는 다소 높여 ‘사돈’으로 예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돈은 사회적 사귐이면서 자녀를 주고받은 사이로 양가에게 소중한 인연이다. 사돈의 '사(査)'는 '살필 사'이며, '돈(頓)'은 '머리 꾸벅거릴 돈'이다. '삼가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머리를 꾸벅거릴 사람'이 사돈사이인 것이다. 이와 같이 사돈관계는 조심스럽고 어려운 자리이므로 바른 호칭의 사용은 중요하며 기본예의이다. 가문의 품격은 아름다운 전통(傳統)과 예절(禮節)에서 나온다. 전통 없는 문화민족은 없다. 신세대도 외국문화나 편한 트렌드만을 따르기보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실천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