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기준금리 인상 강력 시사

    입력 : 2017.10.20 09:16

    [韓銀, 올 성장률 3%로 올려]


    "금융 완화 줄여나갈 여건 성숙…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해 있어 판단하는 데 좀 더 시간 필요"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했지만 금리인상 소수의견… 결단 임박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3%로 올렸다. 한은 전망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률에 복귀하게 된다. 3% 성장률은 한은이 추정하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2016~2020년 2.8~2.9%)을 웃도는 수준이어서 지금과 같은 초(超)저금리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진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6개월째 동결했지만, 모처럼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오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 인상을 강력히 시사해 수개월 내에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수출이 밝힌 3% 성장 전망… 사드 악영향은 더 커져


    19일 한은은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3%로 전망하며 지난 7월에 비해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지난 4월과 7월 각 0.1%포인트, 0.2%포인트에 이어 올해 벌써 세 번째다. 내년 성장률은 2.9%로 종전 전망을 유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주열 총재는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해 향후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성장률 상향 근거로 한은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상품 수출 증가와 그에 따른 설비 투자 확대를 우선 꼽았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물량과 단가가 크게 늘고 있고, 고가의 해양 플랜트 인도도 급증했다"며 올해 상품 수지 흑자액을 당초 1070억달러에서 1180억달러로 늘려 잡았다. 또 "조사 결과 반도체 업체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올해 설비 투자 증가율을 당초 9.5%에서 14%로 대폭 올렸다.


    지난번 전망치에 반영되지 않았던 추경 효과도 이번에 반영됐으나,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0.2%포인트 미만으로 정부 목표보다 낮을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당초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7월에는 사드 보복이 성장률을 0.3%포인트 낮출 것으로 봤으나 이번에는 0.4%포인트로 더 내려 잡았다"며 "일본과 대만 사례를 고려할 때 내년 2분기부터 사드 보복에 따른 충격에서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수정 전망치 3%는 민간 연구 기관 대부분보다는 0.2~0.3%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 전망치가 정부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똑같다는 것이 공교롭다"며 "4분기를 봐야 하겠지만, 미약한 내수 회복세로 볼 때 3% 성장률 달성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2.7%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도 세계경제의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내부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등이 겹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6년 만에 등장한 금리 인상 소수 의견… 채권 금리 급등


    성장률 전망이 상향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해 16개월째 1.25% 초(超)저금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종전과 같은 만장일치가 아닌,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일형 금통위원)이 나와 향후 통화 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금통위에서 소수 의견이 나온 것은 18개월 만이며, 특히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소수 의견이 나온 것은 2011년 9월 이후 6년여 만이다.


    금통위 소수 의견은 통상 기준금리 변경에 앞서 시장에 "미리 준비하라"고 던지는 신호로 여겨진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릴 때가 됐다는 발언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강력한 신호로 시장에선 읽고 있다. 이 총재는 "다만 내외 위험 요인이 상존하기 때문에 성장세가 기조적일지 아닐지 판단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해,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매파적으로 변한 한은의 태도에 시장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71%포인트 급등(채권 가격은 급락)한 2.006%로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를 웃돈 것은 2015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하이투자증권 서향미 연구원은 "예상보다 빨리 나온 소수 의견이 시장에 두려움을 불러왔다"며 "이제 금리 인상은 시간문제일 뿐 아니라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