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물 인공지능 시대 열겠다"

    입력 : 2017.10.20 09:06

    [美서 '삼성 개발자 대회' 개막]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결합
    가전부터 전구·자동차까지 소형 접속기기나 칩 형태로 부착
    음성으로 모든 제품을 관리하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 개척 나서
    스마트폰용 AI 비서 '빅스비', 내년 모든 개발자·기업에 공개
    아마존·구글과 정면승부 선언


    삼성전자가 18일(현지 시각)부터 이틀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개최하는 '삼성 개발자 대회(Samsung Developer Conference)'에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하나로 통합한 '사물 인공지능'(Intelligence of Things)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AI 비서 서비스인 '빅스비(Bixby)'를 다른 기업의 제품에도 개방하기로 했다. AI 시장 선점을 위해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과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수십억 개의 디바이스(기기)에 AI를 탑재하면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AI를 이용할 수 있다"며 "이는 스마트폰부터 가전·TV 등 하드웨어와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술을 모두 가진 삼성만이 열 수 있는 미래"라고 말했다. 올해 4회째를 맞이한 SDC는 세계 50여 개국에서 5000여 명의 개발자와 협력사 관계자, 애널리스트 등이 참석했다. 작년 행사보다 참석자 수가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사물 인공지능 시대 개척하는 삼성


    삼성전자는 사물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기 위한 첫 포석으로 '프로젝트 앰비언스(Ambience)'를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TV·냉장고·세탁기부터 전구·자동차 등 모든 기기에 작은 원형 접속 기기(동글)나 칩만 부착해 빅스비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주변 환경 어디에서나 AI를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삼성개발자대회에서 삼성전자 이인종 부사장이 원형 모양의 접속 기기(동글)를 선보이고 있다. 이 기기를 일반 스피커나 전구, TV 등에 연결하면 곧바로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인 빅스비를 이용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강동철 특파원


    시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삼성전자 이인종 부사장은 책상 위에 놓인 일반 스피커에 원형 접속 기기를 부착했다. 와이파이(무선인터넷)와 마이크 기능이 탑재된 접속 기기는 클라우드(cloud·원격 서버)에 저장돼 있는 빅스비를 기기와 연결해준다. 이 부사장이 스피커에 대고 영어로 "NBA(미국프로농구) 최고의 포인트가드는 누구지?"라고 묻자 이 스피커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라며 커리의 작년 시즌 성적까지 알려줬다. 이 부사장은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집 안에 있는 모든 제품을 음성으로 관리하고, AI 비서로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내년 한국·미국 시장에 출시되는 TV에 빅스비를 탑재하고, 순차적으로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삼성은 또 그동안 3개로 나뉘어 있던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스마트싱스'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자사 제품 전용 사물인터넷 서비스인 '삼성 커넥트'와 B2B(기업 간 거래)용 사물인터넷 칩인 '아틱', 2014년 2억달러(2260억원)에 인수한 개방형 서비스인 스마트싱스를 따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마트싱스를 통해 모든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고동진 사장은 "앞으로 모든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스마트싱스와 빅스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며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누구나 삼성의 사물인터넷,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한 개방 통해 시장 확대 나서는 빅스비 2.0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 3월 처음 선보인 음성 비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 '빅스비 2.0'도 공개했다. 빅스비 개발을 총괄하는 정의석 부사장은 "빅스비 2.0의 핵심은 개방"이라며 "SDK(software development kit·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공개해 누구나 빅스비용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올해 일부 개발자·협력사를 대상으로 SDK를 시험 제공하고, 내년부터는 모든 개발자와 기업에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



    삼성은 또 '빅스비 2.0'에는 한층 개선된 머신러닝을 탑재해 사용자의 음성을 정확히 알아듣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이 작년 인수한 AI 기업 비브랩스의 다그 키트라우스 최고경영자(CEO)는 "빅스비 2.0에는 비브랩스의 기술이 고스란히 들어갔다"며 "기존과는 한 차원 다른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분야에서는 구글과 손잡고 스마트폰용 AR 콘텐츠·앱 등을 선보이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아마존·구글과 전면전을 선언한 삼성의 노력에 대해 의구심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가 이미 초기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빅스비를 내세운 삼성의 '사물 인공지능'이 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를 참관한 벤처투자업체 빅뱅엔젤스의 정지훈 대표는 "삼성이 하드웨어 대신 AI와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내세운 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라면서도 "이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AI 시장을 강력하게 장악한 상황에서 삼성의 빅스비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