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 앱의 '그 방'... 가보니 없었다

      입력 : 2017.10.19 08:58

      [허위매물·엉터리 정보 심각]


      "당장 보여준다"고 해 찾아가면 "방금 나갔다"며 다른 매물 권유
      앱에서 본 정보와 다른 경우도…
      업체 난립으로 경쟁 치열해져 네이버 등 대기업까지 가세
      허위매물 신고 해마다 급증세, 업자 처벌·등록 취소 등 추진


      서울역 근처에서 자취를 하던 회사원 정모(31)씨는 방을 새로 구하기 위해 모바일 부동산 중개 앱(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안내에 나온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당장 보여줄 수 있다"던 이 중개업자는 정작 사무실을 방문하자 "방금 전 나갔다"면서 다른 매물을 은근히 권유했다. 다른 모바일 부동산 앱도 마찬가지. 앱에 올라온 방 사진과 실제 상태가 전혀 딴판이거나 가격을 실제보다 싸게 올려 이용자를 현혹하는 매물이 즐비했다. T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A사 모바일 부동산 앱에 올라온 건 거의 허위매물"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처럼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지 않고 전·월세 등 각종 부동산 매물을 조건별로 검색, 관련 정보를 얻고 거래까지 하는 모바일 부동산 앱이 난립하면서 허위매물·미끼 상품 등 각종 부작용과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모바일 부동산 앱 시장엔 초창기 직방·다방에 이어 방부장·온동네·집토스·고방·와방·방콜·7번방 등이 뛰어들었고, 네이버와 카카오까지 가세한 상태다.


      ◇모바일 부동산 앱에 허위매물 급증


      인터넷과 모바일 부동산 앱에서 가장 자주 드러나는 문제는 허위매물이다. 한국소비자원은 "부동산 앱에 올라온 매물의 약 60%는 허위매물"이라는 보고서를 지난해 내놓기도 했다. ▲"물건이 이미 팔렸다"며 보여주지 않거나 ▲앱에서 본 가격보다 비싸고 ▲위치나 매물 조건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모바일 부동산 앱들이 "허위매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을 내건 것에 대해 '불공정 약관'이라고 규정하고 시정을 지시했지만 허위매물은 줄지 않고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400건이었던 허위매물 신고는 2015년 2만7400건, 2016년 4만2400건까지 늘었다. 올해 1~8월 신고 건수만 해도 2만622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82건 늘었다. 모바일 부동산 앱 대부분이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허위매물 신고는 실제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모바일 부동산 중개 앱으로 원룸·오피스텔 등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부동산 중개 앱 운영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허위매물·거짓 광고 등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모바일 부동산 앱은 처음엔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주로 매물로 다루다 지금은 아파트 시장까지 영역을 넓혔다. 여기에 네이버 같은 대형 인터넷 기업이 가세하면서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4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직접 하지 않겠다'고 했었지만 부동산114·닥터아파트·두꺼비세상·매경닷컴·부동산써브 등 전문업체 10곳과 제휴를 맺고 부동산 중개 앱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앱에이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네이버 부동산' 앱은 '다방'을 밀어내고 모바일 부동산 앱 분야에서 직방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만든 중개 앱 '한방'은 "협회 소속 정회원들이 검증한 물건을 등록한다"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았다"며 홍보하고 있지만 매물이 적고, 검색이나 정보 제공이 제한적이라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허위·과장 광고 금지법 개정 추진


      모바일 부동산 앱 피해 사례가 늘자 정부도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는 '다방' 앱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 한유순 대표가 허위매물 사안과 관련한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공인중개업 관리·단속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토연구원에 모바일 부동산 앱 허위매물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 김정희 국토부 부동산산업과장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단속하고 있는 거짓·과장 광고를 국토부도 단속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자유한국당) 의원은 부동산 중개 업체 거짓·과장 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중개업자를 처벌하거나 등록 취소 등 행정제재를 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원룸·오피스텔 같은 전·월세 매물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검색하는 소비자가 많아져 거짓·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며 "모바일 부동산 앱 시장을 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