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외면한 채... 삼성 금융계열사 '얌체 영업'

    입력 : 2017.10.18 09:19

    [금감원 국감서 도마 올라]


    보험금 늑장 지급 건수 '으뜸'
    高금리 카드론 비율 단연 높아, 불건전 영업행위도 가장 많아


    "고객 민원을 대화로 풀기보다는 할테면 해보라式 자만에 빠져"


    "금융감독원장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험금 늑장 지급하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두 회사는 의료자문을 가장 많이 합니다. (보험금 신청한) 고객에게 보험금 늦게 주거나 안 주려고 하는 게 의료자문입니다. 이런 실태 확인해야 하지 않겠어요?"(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네, 점검해보도록 하겠습니다."(최흥식 금융감독원장)


    17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도마에 올랐다. 생명보험 업계와 손해보험 업계에서 각각 1위를 달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험금을 늑장 지급한다는 질타를 받았다. 삼성카드는 고(高)금리 카드론 비율이 가장 높다는 지적을 받았고, 삼성증권은 최근 5년 사이 전 금융회사를 통틀어 불건전영업행위를 가장 많이 저질렀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일류 삼성"을 내세우지만 소비자 권리를 외면한 채 얌체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생명·화재 보험금 늑장 지급


    채이배 의원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고객이 신청한 보험금을 늑장 지급하는 건수가 단연 많았다.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 삼성생명은 보험금 신청일로부터 열흘을 넘겨 보험금을 준 경우가 35만9564건에 달했다. 생보사 중 늑장 지급 건수가 가장 많았다. 삼성화재 역시 같은 기간 열흘 넘겨 보험금을 준 경우가 293만7502건에 달해 손보사 중 가장 많았다. 보험사는 원칙적으로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접수한 날로부터 사흘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조사나 확인이 필요하더라도 생보사는 열흘 이내에, 손보사는 7일 이내에 일단 지급해야 한다.



    늑장 지급한 건수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업계 1위라 계약 건수가 많다 보니 늦게 지급한 건수도 많게 나온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체 보험금 지급 건수 중 열흘 넘겨 늑장 지급한 비율로 보더라도 두 회사는 경쟁사들보다 높은 편이다. 최근 5년 사이 삼성생명은 늑장 지급한 비율이 4.03%로 교보생명(4.47%)보다는 낮지만 한화생명(2.83%), 신한생명(2.47%), 라이나생명(3.54%)보다는 두드러지게 높았다. 6개월 이상 질질 끌다 보험금을 준 사례가 한화, 흥국, ING 등 15개사는 한 건도 없는데, 삼성생명은 57건에 달했다. 삼성화재도 마찬가지다. 열흘을 넘겨 보험금을 준 비율을 보면 삼성화재가 12.1%로서 동부화재(12.7%)에 이어 4대 손보사 중 둘째였다. 현대해상(10.3%), KB손보(10.4%)보다는 고객을 속태운 비율이 뚜렷하게 높았다.


    ◇삼성카드, 금리 바가지 제일 심해


    삼성카드와 삼성증권도 고객을 골탕먹이는 회사로 꼽혔다. 삼성카드는 카드론 대출 중 금리가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 비중이 17.2%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둘째가 13.3%인 현대카드, 셋째가 11%인 우리카드였고 나머지 카드사들은 10% 미만이라 유독 삼성카드가 고금리 장사를 많이 한 셈이다. 20%대 금리를 받는 카드론 비중이 1.6%에 그친 하나카드와는 뚜렷하게 대비됐다.


    삼성증권은 2013년 이후 금감원에서 불건전 영업행위로 적발된 건수가 6회로 모든 금융회사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삼성증권의 A팀장은 2014년 채권 매매를 하는 거래 상대방인 기업체로부터 3박4일 해외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금감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과거 업계를 선도하던 삼성의 모습과 달리 요즘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윤리 경영 측면에서 느슨해졌다"며 "고객 민원을 대화로 풀어보기보다는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자만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위험해 보인다"고 했다.


    ◇실적 신통치 않고, CEO 경질설 돌아


    고객을 쥐어짜듯 영업하고 있지만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실적은 신통치 않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6%로서 업계 평균인 3.7%를 밑돌았다. 작년 말 보유한 보험 계약액 대비 올 들어 7월까지 새로 계약을 한 액수를 말하는 신계약률도 5%에 그쳐 업계 평균(8.1%)에 크게 못 미쳤다. 삼성화재 역시 작년 연말 대비 올해 상반기 자산 증가율이 5%로서 손보업계 평균(4.9%)을 간신히 웃돌았다. 업계 선도 기업의 실적으로는 초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중인 가운데 금융계열사들의 근무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삼성 금융 계열사 사장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금융계열사 사장들도 대거 퇴진시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김창수(62)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61) 삼성화재 사장, 윤용암(61) 삼성증권 사장은 60대에 접어들었고 계열사 CEO가 된 지 3년이 넘었기 때문에 쇄신 필요성이 대두되면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