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100조 시장... "빅데이터 금맥을 캐라"

    입력 : 2017.10.18 09:12

    개당 300원짜리 통역기용 문장… 플리토, 2년간 1000만 어절 팔아
    의약품 분석·운전 습관 자료 등 기업들 새로운 시장 개척 나서


    빅데이터 시장 갈수록 커지는데 한국은 개인정보 거래 불가능
    수억~수십억건씩 쌓아두기만


    번역 앱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플리토는 마이크로소프트·바이두 등 세계적인 IT(정보기술) 기업들에 지난 2년간 언어 데이터 말뭉치 1000만 어절(語節)을 팔아 3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일본 최대 통신업체 NTT도코모도 한국어 통역기 개발을 위해 이 회사에서 150만 어절의 한국어·일어 데이터를 사 갔다. 이 회사가 판매한 언어 데이터는 음성이나 문자로 된 한국어 어절을 영어·일어 등으로 번역한 것으로 개당 가격은 평균 300원이다. 플리토는 700만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남긴 언어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정교하게 다듬어 데이터로 판매하고 있다.


    21세기의 '금광'으로 불리는 빅데이터 거래 시장에서 금맥을 캐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초고속인터넷 등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축적되는 막대한 빅데이터를 가공해 수출하거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인터넷에서 주고받은 언어 데이터에서 쇼핑·의료 정보와 내비게이션 사용 실태 분석까지 정보의 분야와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제약시장 분석부터 보험상품까지… 빅데이터로 금맥 찾는 기업들


    개인정보를 삭제한 뒤 제공하는 공공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기업도 있다. 직원 10명 규모인 스타트업 코아제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분석으로 지난 1년 동안 약 20억원을 벌어들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145만명의 진료·처방 데이터 2700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제약사들에 특정 의약품에 대한 시장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치료제의 경우 코아제타는 연령·성별·지역에 따라 최근 5년간 '어떤 고혈압 치료제를 사용했는가'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부터, 환자의 증상이나 정도에 따른 처방의 변화까지 분석해준다. 국내 기업부터 다국적 제약사 등 30여 제약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코아제타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이용해본 해외 제약사들이 '한국에 좋은 데이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로 신사업에 진출하기도 한다. 국내 통신사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자사의 내비게이션 티맵을 이용, 동부화재와 자동차보험 제휴상품을 출시했다. 티맵으로 운전자의 과속 여부, 급가속과 급정지 횟수 등을 측정해 운전습관을 점수화하고 이 데이터를 보험사가 받아 '안전점수'가 높은 운전자에게 보험료의 10%를 할인해주는 상품이다. SK텔레콤은 운전자의 운전습관 빅데이터를 제공하고 보험가입 시마다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다른 보험사들과도 사업 제휴를 논의하고 있을 정도로 이 빅데이터 사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거래 시장, 10년 후 104조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이 확산되면서 각종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해 활용하는 빅데이터 거래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빅데이터 거래 시장 규모는 올해 335억달러(약 38조원)에서 2026년엔 922억달러(약 104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마스터카드는 고객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기업에 판매해 작년에 3억4000만달러(약 3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 등 6개 부처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를 지운 데이터를 기업들이 공유해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하면서 이 시장에 첫발을 뗐다. 하지만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여전히 규제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미국은 데이터 남용법 등을 통해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지운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하되, 만약 유출로 개인이 피해를 볼 경우에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후 규제로 데이터 거래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SK텔레콤과 동부화재같이 기업의 데이터를 공유해 활용할 수는 있지만 데이터 거래는 불가능하다. 플리토의 경우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데이터라 판매가 가능했지만,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는 반드시 본인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손경호 센터장은 "대형 포털과 온라인쇼핑몰들은 수억~수십억 건의 빅데이터를 쌓아두고 있지만 이를 다른 기업에 팔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미국과 같은 제도 도입을 검토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