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도 車에서 '드라이브 스루'

    입력 : 2017.10.18 09:06

    [일본의 이유있는 '죽음 산업']


    IT 접목한 일본의 新장례풍속
    성묘 때 비석 QR코드 찍으면 생전 부모님 동영상 나오기도


    "매주 이곳에 들러 스마트폰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납니다."


    교토에 사는 하야시 유미리씨는 지난 5월에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를 매달 집 근처 공원묘지에서 AR(증강현실)을 통해 만나고 있다. 하야시씨 어머니의 무덤 비석에는 QR 코드가 붙어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이걸 찍으면 어머니가 생전에 촬영해둔 영상들이 스마트폰에 펼쳐진다. 이 서비스를 만든 업체 측은 "생생한 모습으로 자식과 후세에 기억되고 싶어하는 노인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작년 말 판매를 시작한 이 서비스는 벌써 주문이 500건 넘게 들어왔다.


    일본에서는 다사(多死) 사회에 걸맞게 새로운 장례 문화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장례업체 '관혼상제 아이치그룹'은 오는 12월 나가노현에 일본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장례식장'을 열기로 했다.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에 조문(弔問)을 접목, 간단히 조문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차에서 바로 조문 - 오는 12월 일본 나가노현에 설치될 예정인 '드라이브 스루' 장례식장의 모습. 신체 활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바쁜 직장인들이 승용차 안에서 유족들을 만나 조문할 수 있도록 했다. /관혼상제 아이치그룹


    조문객은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 차량 출입구에 설치된 태블릿PC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고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면 된다. 그러면 장례식장 안에 있는 상주와 참석자들이 벽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차량에 앉아 있는 조문객의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눌 수 있다. 업체 측은 "노약자나 장애인 등 신체 활동이 불편한 조문객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라며 "더불어 바쁜 직장인도 편리하게 조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기술을 활용한 장례 상품들도 확산하고 있다. 올해는 승려들이 담당하던 장례식 진행을 대체하는 '로봇 승려'도 등장했다. 지난 8월 말 도쿄 빅사트에서 열린 '2017 엔딩산업전'에서는 소프트뱅크의 인간형 로봇 '페퍼'가 장례식 순서에 맞게 북을 두드리고 경전을 읽었다. 장례식에 승려를 초빙할 경우 20만엔(약 202만원) 정도를 줘야 하지만, 로봇 승려는 그보다 싼 5만엔(약 51만원) 선에서 부를 수 있다. IT를 이용한 인터넷 장례식 중계 사이트와 망자의 인생사를 정리한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업체도 인기이다.


    대형 풍선에 유골을 넣어 30~35㎞ 높이 성층권에 쏘아 뿌리는 '우주장'도 있는데, 우주장은 등장한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올해 말부터는 유골을 담은 캡슐을 달 표면으로 쏘아 올리는 '월면장(月面葬)'도 시작된다. "결혼식장과 결혼 방식을 고르는 것처럼 이제는 장례식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는 게 엔딩산업전 주최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