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코스피, IT·반도체 빼면 '속 빈 강정'

    입력 : 2017.10.17 09:26

    [증시 양극화 갈수록 깊어져]


    상승 종목 10개 중 4개도 안 돼
    대형주 올해 26.5% 올랐지만 소형주 오히려 4.4% 떨어져
    대기업 비중 갈수록 커져


    북핵 도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한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43포인트(0.26%) 상승해 2480.05를 기록, 종가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2487.71까지 올라 전날 기록한 장중 기준 사상 최고치(2479.73)도 경신했다. 북한 리스크로 한국 투자 비중을 줄이는가 했던 외국인이 되돌아오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 실적이 좋은 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는 조만간 2500에 도달해, 연내 2600선 도전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호황의 이면에는 양극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주가 상승을 주도하면서,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깊어지는 증시 양극화… 10개 종목 가운데 4개도 못 올라


    올해 초 2026에서 새해를 맞았던 코스피 지수는 16일 현재 2480으로 454포인트(22%)나 뛰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 지수의 상승률인 15%(1만9881에서 2만2871)보다 높다.


    16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6.43포인트(0.26%) 오른 2480.05에 마감돼 사상 최고치(종가 기준)를 경신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업종별·기업별로 뜯어보면 사정은 다르다. 대형주와 대기업·반도체 등 특정 종목의 주가 상승률은 100%를 넘는 반면, 나머지는 대부분 코스피 전체 상승률보다도 낮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 1940에서 시작한 대형 주(시총 1위~100위 종목) 지수는 16일 현재 2455으로 26.5% 상승했다. 반면 소형주(시총 301위 이하 종목)는 같은 기간 2054에서 오히려 4.4% 떨어져 1964에 머물렀고, 중형주(시총 101~300위 종목)도 2488에서 2605로 4.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관과 외국인 등 비교적 돈이 많은 투자자가 대형주를,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개인은 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은 주가 상승이라는 과실(果實)을 따먹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 양극화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IT와 반도체 등 호황인 업종이 포함된 전기·전자 지수는 1만2957에서 1만9643로 무려 52% 올랐지만, 건설업(-4.8%), 종이 목재(-15.29%), 운수 장비(-6.81%) 등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코스피지수가 수차례 사상 최고치를 뚫어냈지만, 오른 종목보다 오르지 않은 종목이 더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781개로 전체(2023개)의 38.6%에 불과했다. 10개 종목 가운데 오른 종목이 4개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갈수록 높아지는 4대 그룹 비중


    증시에서 삼성과 현대차 등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시가총액은 1842조9000억원으로 연초 1542조3000억원보다 300조6000억원(19.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소속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80조6000억원 늘어 전체 증가분의 60.1%를 차지했다. 특히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으로 최고 실적을 내면서 대기업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다.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초 22%(전체 1308조원 가운데 287조원)에서 16일 현재 25%(전체 1614조원 가운데 411조원)로 3%포인트 올랐다. 올해 초 코스피지수가 2026이었을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지수는 1565로 두 지수 간 격차는 461포인트였는데, 13일 현재 두 지수 간 격차는 657로 더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시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오현석 센터장은 "북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외국인들이 때를 맞춰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석 달 가까이 우리 증시를 관망했다"며 "하지만 예상보다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길어지고, 우리 기업의 실적이 좋다 보니 다시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반도체 쏠림 현상은 우려스럽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은 트렌드가 빨리 변하고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반도체 불황이 닥치면 우리 증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