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8플러스 배터리는 왜 자꾸 '배불뚝이'가 되나

    입력 : 2017.10.17 09:16

    [리튬이온 배터리 팽창 미스터리… 세계 6개국서 최소 11건 신고]


    배터리 방전·충전 때마다 리튬이온이 전해액을 오가는데
    이 전해액이 불순물과 반응해 기체로 바뀌게 되면 부피가 2000배가량 커져
    "제조 과정에 문제 있었을 듯"


    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8플러스'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부풀어 오른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9월 22일 글로벌 출시 이후 최근까지 세계 6국에서 최소 11건의 배터리 팽창 사례가 발견돼 애플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배터리 부실로 드러날 경우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해액 잘못되면 '배불뚝이 배터리'


    스마트폰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 포함된 양(+)극, 탄소로 이뤄진 음(-)극, 분리막, 전해액으로 이뤄져 있다. 충전을 하면 리튬이 음극의 탄소 사이에 자리를 잡게 된다. 이후 음극과 양극을 전선으로 연결하면 음극의 리튬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와 더 안정된 양극으로 전선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이렇게 전선을 따라 이동하는 전자의 흐름이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다.


    한편 전자를 잃은 리튬을 리튬이온이라고 하는데, 리튬이온도 전해액과 분리막을 지나 더 안정된 양극으로 이동한다. 분리막에는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어 리튬이온을 통과시키고, 리튬이온은 양극에서 전자와 다시 만난다. 충전은 양극에서 재회한 리튬이온과 전자를 음극으로 강제로 되돌려 보내는 과정이다.


    그래픽=김현지 기자


    배터리 팽창은 방전·충전 때마다 리튬이온이 헤엄쳐 다니는 전해액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난다. 전해액으로는 통상 휘발성이 강한 액체가 쓰인다. 이 액체는 정상 상태라면 리튬이온은 물론 다른 어느 물질과도 반응하지 않는다. 이 전해액이 어떤 불순 물질과 반응해 기체로 바뀌게 되면 전해액의 부피가 2000배가량 커지면서 '배불뚝이 배터리'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제조 부실·첨가제 이상 가능성


    배터리 팽창은 이번에 처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어느 회사 제품이든지 오래 쓴 배터리의 경우 내부에 불순물이 생겨 점점 부풀어 오를 수 있다"며 "아이폰8플러스의 문제는 신품 배터리에서 팽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8플러스의 경우 배터리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상 전해액도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음극·양극 물질과 반응해 많은 기체를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배터리 제조사들은 배터리에 껍데기를 씌워 밀폐하기 전에 기체를 제거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김동원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제조사가 기체 제거를 제대로 못했을 경우 신제품 배터리라도 부풀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에 들어간 첨가제가 잘못됐을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에는 성능을 끌어올리거나 과충전(過充電)을 막기 위해, 또는 충전 과정에서 불산 같은 유독한 성분이 생기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첨가제가 여러 가지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배터리 제조사가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첨가제 함량을 무리하게 높였다가 첨가제와 전해액 사이에서 예상치 않은 화학반응이 일어났을 수 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배터리 용량을 올리기 위해 양극에 니켈이나 코발트 같은 금속을 넣는데, 그 함량이 높아질수록 예상치 못한 화학반응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팽창·발화 가능성 없앤 '고체 배터리' 나온다


    배터리 팽창의 위험성은 스마트폰을 망가뜨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배터리 안에 들어찬 기체가 가연성일 경우 열이 가해지면 불이 붙을 수 있다. 민감한 양극 물질이 외부의 공기나 물에 노출되면서 폭발하거나 발화할 수도 있다. 이번 아이폰8플러스의 경우 발화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전해액을 고체로 바꾼 '전고체(全固體)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액체인 기존 전해액보다 훨씬 안정적이어서 기체가 생겨나거나 불이 붙을 가능성이 적다. 일본 배터리 업체 무라타와 완성차 업체 도요타·포르셰, 가전 회사 다이슨 등이 수년 내에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상태다. 국내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