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의 한계, 성적으로 확인한 6개월

    입력 : 2017.10.16 09:37

    [J노믹스, 수출 빼곤 다 빨간불… '혁신성장'으로 간판 바꾸나]


    국내소비·설비투자·건설실적 11개월만에 '트리플 마이너스'
    수출호황에도 산업생산 뒷걸음


    "최근 나온 혁신성장, 실체 모호… 정부정책과 건건이 충돌 가능성"


    정부가 경제 정책의 중심을 '소득 주도 성장'에서 '혁신 성장'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혁신 성장은 개념이나 구체적 방안을 상대적으로 덜 제시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 성장에 대해 빠른 시일 안에 개념을 정립해 속도감 있게 집행 전략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혁신 성장이 전면에 등장한 시기는 이번 정부가 추진한 경제 정책 '성적표'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일자리, 소비, 설비 투자, 건설 실적 등 내수 전반에 대해 '나쁜 성적'이 잇따라 나왔다.


    이에 따라 경제 부처 주변에선 "정부 출범 몇 개월 만에 'J노믹스'에 낙제점이 매겨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청와대가 경제 정책의 간판을 바꿔 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수출 제외한 경제지표 일제히 '빨간 불'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경제지표를 보면 수출을 제외한 모든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계청의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일자리 증가 폭은 21만2000명으로 최근 4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8월 산업활동 동향'에선 국내 소비, 설비 투자와 건설 실적이 모두 한 달 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3대 부문이 동시 감소하는 '트리플 마이너스' 현상은 작년 9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지난 8월 전체 산업 생산은 0% 성장을 기록했지만, 반도체와 전자 부품을 제외할 경우 0.5% 감소했다. 수출 호황인 반도체 덕분에 수치가 좋게 나오는 '반도체 착시' 현상을 걷어내면 오히려 산업 생산이 뒷걸음질한 것이다.


    경제 심리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7.7로 지난 8월보다 2.2포인트가 하락했다. 올 1월 93.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심리지수는 7월 111.2까지 올랐다가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내년 우리 경제는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2.7%, 내년에 2.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도 내년 성장률이 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J노믹스에 대한 '경고음' 잇따라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J노믹스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5일 '2018년 한국 경제 7대 이슈 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이 2%대에서 고착화 ▲부동산 경기 침체 ▲세수 부진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 ▲임금 인상발 인플레이션 발생 등을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2일 '2018년 경제 전망'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취업자 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내년 취업자 증가 폭이 올해보다 둔화된 25만명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축소가 청년층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J노믹스에 대한 비판은 보수와 진보, 좌우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지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등을 한다고 해서 성장이 되지 않는다"며 "경제 전체적으로 봐도 '새 발의 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도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정책이면 실시할 경우 예상 효과가 무엇인지 나와 있어야 한다"면서 "일은 벌어졌는데, 이것을 실시하면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정부 측 예상 시나리오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기업인데 기업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마중물이라며 돈만 퍼붓지 말고 기업들이 펌프질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 주도 성장을 강조하던 정부가 최근 들어 혁신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벌써부터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료들 사이에서도 "박근혜 정부 시절 내걸었던 창조 경제와 뭐가 다르냐"는 얘기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혁신 성장은 정부가 외친다고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규제 완화와 대기업 지원 방안이 중요한데 소득 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새 정부 경제 정책과 건건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