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호의 한국의 명품문화 - 6] 한가위와 민속이야기

  • 국립목포대 하중호 초빙교수

    입력 : 2017.10.13 14:47

    국립목포대 하중호 초빙교수

    예전에 우리는 보름달을 보고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고 믿었다. 어려웠던 시절 방아 찧는 상상만으로도 풍요로웠으리라. 인도와 중앙아메리카에서도 우리처럼 달에서 토끼를 보았으나, 유럽에서는 보석 목걸이를 한 여인의 옆얼굴이나 거울을 들고 있은 여인을 상상했고, 두꺼비·당나귀·사자의 모습을 생각한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의 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며, 정월 대보름(1.15)·유두(6.15)·백중(7.15)과 한가위(8.15) 등 음력 보름의 민속 절이 많다. 서양의 달은 종종 마귀할멈 늑대인간이나 악령과 연관되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할로윈데이(Halloween day) 등 귀신의 날이기도 하다. 이처럼 세시풍속도 동서양이 다르다.


    금년 한가위는 10월 4일(음 8.15)로 대체연휴까지 장장 10일을 쉰다며 법석이다. 한가위는 '크다'는 뜻인 '한'과 '가운데'라는 '가위'가 합쳐진 우리말로 8월 가운데의 큰 명절을 뜻한다. 가배(嘉俳)란 신라의 시발 영남에서는 가운데를 ‘가분데’라고 한데서 연유하며, 추석(秋夕)과 중추절(仲秋節)은 한자식 표기이다. 중국의 수서(隋書)나 구당서(舊唐書)에 신라는 8월 15일을 중히 여겨 음악을 베풀고 잔치를 열었으며 활쏘기 대회 등을 했다고 쓰였고, 일본인 승려 원인(圓仁)도 신라인들이 한가위 명절을 즐겼다고 하였다. 한가위는 신라와 관련이 깊은 오랜 우리의 고유 명절로 다채로운 민속들이 전해져 온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한가위는 서기 32년 신라 유리왕 9년에 국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王女)가 그들을 이끌어 한 달 동안 삼베길쌈 짜기를 하고, 8월 보름날에 짠 베를 심사하여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케 하였다고 한다. 이 날 달 밝은 밤에 강강술래(강강수월래x) 등 노래와 춤을 추며 놀았다. 올해가 서기 2017년이므로 1986회째 맞는 한가위이다. 세계민속문헌에도 거의 2000년 전의 민속이 이처럼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아있는 경우는 희귀한 사례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명절이다.


    시절음식에는 송편, 시루떡, 인절미, 토란국 등이 있으나, 그중 송편이 대표 절식이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하여 여성들은 예쁜 손자국으로 송편을 맛있게 쪄냈으며, 반월(半月)의 모양인데 점차 만월(滿月)이 될 것이므로 미래지향적 희망을 의미한다. 민속놀이로는 강강술래, 소싸움, 닭싸움, 가마싸움, 씨름 등 풍년을 자축하는 것들이 많다. 이같이 한해의 수확에 감사하며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 차례에는 밥 대신 계절식인 송편을 올리며, 또한 가족들이 모여 풍성한 계절식과 민속놀이를 즐겼다. 이러한 풍습은 중국과 일본도 비슷한 점이 있으나, 우리나라만이 한가위를 대명절로 치르고 있다.


    우리의 삼대명절은 설, 한식(寒食), 한가위이다. 설이 한해의 출발을 경축하는 산자의 명절이라면, 한식은 사초 등 산소를 살피는 죽은 자를 위한 명절인 셈이고, 한가위는 한해의 결실을 차례(茶禮)로 조상께 고(告)하고 가족이 모여 즐기는 산자와 죽은 자를 위한 축제며 명절인 셈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는 한가위를 맞아 그 유래와 뜻을 음미하여 보았다. 전통은 지키는 자의 것이다. 한가위까지 넘보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아니더라도 우리 것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전통과 고유문화도 남의 것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