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유통에 가정 배달까지... 진화하는 '간편식'

    입력 : 2017.10.12 09:15

    [올 시장규모 3조원대로 급팽창]


    식재료별 살균 처리하는 '비비고'… 냉동하지 않고도 맛 그대로 유지


    '잇츠온'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
    '더반찬'은 前日주문 새벽에 배송


    후발 빙그레·농심은 온라인 공략
    아워홈은 '생선탕' 메뉴로 차별화


    "상온(常溫)에서 유통되는 가정 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도 냉장·냉동 제품만큼 맛있도록 회사 역량을 다 쏟았습니다."


    11일 오전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CJ제일제당 간편식 발표 행사에서 김철하 대표(부회장)는 상온 제품인 비비고의 '육개장' '닭곰탕' 등 제품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상온 제품은 냉장·냉동을 하지 않은 제품이다. 단점은 높은 온도에서 살균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채소는 흐물흐물해지고 고기는 탄력이 없어진다. 한마디로 맛이 없다. 하지만 냉장고에 넣을 필요가 없어 보관이 편하고 유통기한도 냉동 제품보다 5~6개월 길다.


    서울의 한 마트 매대에서 소비자가 CJ제일제당 비비고의 '상온 가정 간편식(HMR)' 제품을 고르고 있다(위 사진). 냉동·냉장 보관이 필요 없어 일반 매대에 진열돼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 아줌마'가 온라인으로 가정 간편식을 주문한 소비자의 집으로 제품을 배달해주고 있다(아래 사진). /CJ제일제당·한국야쿠르트


    CJ제일제당은 육류·채소류 등 식재료별로 각각 다른 온도에서 살균 처리하는 기술을 도입해 원재료 맛을 최대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작년 국·탕류 상온 제품을 낸 데 이어, 햄버그스테이크·미트볼 등 양식, 한식 일품 요리 등으로 종류를 계속 늘리고 있다.


    ◇'기회의 땅' 간편식 시장 잡아라… 식품업계 '총력전'


    식품업체들이 간편식 관련 기술 개발과 유통 구조 개선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다른 식품 매출은 정체 상태지만, 간편식 시장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1년 8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5년 만에 약 3배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3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포장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포장재 자체가 조리를 도와주는 '증기 배출 패키징' 기술을 개발해 올해부터 도입했다. 만두 찜기 원리를 적용해, 전자레인지에 조리하면 용기 안에서 증기가 발생해 제품이 골고루 데워지도록 하는 기술이다. CJ제일제당 측은 "금속 캔과 같은 유통기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격에 강한 플라스틱 캔 제조 기술도 곧 도입 예정"이라고 했다.


    유통 측면을 강화한 제품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6월 '잇츠온' 브랜드를 출시하고 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한다.


    동원홈푸드 역시 지난 4월 서울 도심에 공장을 설립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일 주문 새벽 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동원홈푸드 측은 "향후 수도권 외 지역으로도 배송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풀무원의 유기농 식품업체 올가홀푸드는 지난달 서울 성북구에 물류 센터를 세우고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간편식'이란 개념으로 서울 지역 배송을 시작했다. 올가홀푸드 측은 "간단히 먹더라도 건강을 생각한 제품을 찾는 1인 가구를 겨냥했다"고 했다.


    ◇후발 주자는 온라인 몰 공략부터


    기존 제과·음료 강자들도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7월 간편식 브랜드인 '헬로 빙그레'를 출시, G마켓을 통해 판매에 들어갔다. 이미 대형마트·편의점 매대를 장악한 기존 업체들을 피해 온라인 몰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 간편식 브랜드 쿡탐을 선보인 농심도 G마켓을 통해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급식업체 아워홈은 '비린내 없는 생선탕' 등 타 업체와 차별화된 메뉴로 승부수를 던졌다. 생선탕은 손질이 까다로운 데다 조직이 연해 가열이나 냉동에 취약해 제품화가 어려웠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식품업계의 화두는 어떤 업체가 가정 간편식 시장에서 이기느냐가 될 것"이라며 "각 업체가 갖고 있는 모든 기술과 유통망을 총동원해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