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우버... 기업가치 20兆 폭락

    입력 : 2017.09.28 09:12

    [공유경제 사업모델도 '휘청']


    사내 성추행·불법프로그램 사용, 잇단 스캔들에 창업자 CEO 퇴출
    "운전기사 일부 범죄에 연루" 런던, 사업면허 연장 안해주기로
    뉴욕·퀘벡 등도 규제 강화 나서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이자 공유경제의 원조로 평가받는 미국 우버가 휘청이고 있다. 사내 성추행과 불법 프로그램 사용, 경쟁사 기밀 빼내기 등 잇따른 스캔들로 70조원이 넘던 기업 가치가 폭락하자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여기에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캐나다 퀘벡 등 주요 도시가 우버 사업면허를 취소하거나 규제 강화에 착수하면서 사업 모델까지 흔들리고 있다.


    ◇9개월 만에 기업 가치 20조원 날아가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현지 시각) "우버의 투자자인 어빙 화이어맨 퇴직연금 펀드가 우버와 트래비스 캘러닉 전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펀드는 소장에서 "우버의 임원들이 각종 법률을 어기고 경쟁을 억압하면서 잘못된 영업 기밀을 숨겨온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지난 몇 개월간 일련의 스캔들과 논란으로 인해 우버의 시장 가치가 최소한 180억달러(약 20조5000억원) 날아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초 우버에 200만달러를 투자한 이 펀드가 피해 보상으로 얼마를 요구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신임 CEO. /블룸버그


    월가에서는 올 초까지만 해도 우버의 기업 가치를 625억~700억달러(약 71조~80조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9일 전 직원인 수전 파울러가 블로그에 "우버에서 성희롱을 당했고, 회사가 은폐하려고 했다"고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스캔들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같은 달 23일에는 구글 계열사인 웨이모가 "우버가 자율주행 기술을 빼돌렸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28일에는 캘러닉 CEO가 우버 기사에게 막말을 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또 3월에는 미국 뉴욕타임스가 "우버가 불법 프로그램으로 경찰 단속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임원과 기술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났다. 결국 우버 이사회는 6월 창업자인 캘러닉 CEO를 퇴출시킨 뒤 지난달 다라 코스로샤히 전 익스피디아(인터넷 여행사이트) CEO를 새 CEO로 선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급기야 지난 15일 "일본 소프트뱅크가 우버 지분 매입을 추진하면서 우버의 기업 가치를 500억달러(약 57조원)로 산정했다"고 보도했다. 우버의 기업 가치가 9개월 만에 20조원 가까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월가의 주요 투자회사들도 지난달 일제히 우버의 적정 주가를 10~15%씩 하향 조정했다.


    ◇사업면허 취소·규제 강화…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


    우버는 해외 사업 확대와 이용자 수 증가로 올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한 17억5000만달러(약 2조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손실이 6억4500만달러(약 7300억원)에 이른다. 2009년 창사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 도시들이 우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본격적인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PA 연합뉴스


    영국 런던교통공사는 지난 22일 "이달 30일 만료되는 우버의 사업면허를 연장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버 기사 가운데 일부가 범죄에 연루됐거나 건강검진 기록이 없는데 우버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은 우버의 유럽 내 핵심 거점으로 4만명의 우버 기사와 350만명의 이용객이 있다. CNN은 "런던의 이런 조치는 다른 국가와 도시의 방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버가 2019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공개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버 측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스로샤히 CEO는 25일 공개 서한을 통해 "런던의 장기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며 겸손하고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것"이라며 "당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런던은 우버가 직면한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미국 뉴욕시 의회는 25일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기존 택시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규제 강화에 나섰다. 뉴욕포스트는 "우버에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운행 가능 대수를 제한하는 식의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퀘벡주도 지난주 우버에 "현재 20시간인 운전교육을 일반 택시와 같은 35시간으로 늘리고, 모든 기사들은 경찰에 범죄 경력을 조회받으라"고 요구했다. 우버는 26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인 만큼 다음 달 14일부터 퀘벡주에서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