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스마트폰, 좋긴 하다만...

    입력 : 2017.09.21 09:29

    [초고가 스마트폰 시대의 명암]


    화면·저장장치·배터리 커지고 생체 인식 등 부품 고급화 경쟁
    아이폰 원가 3년 만에 두 배로
    신제품 주기 짧아져 개발비 늘고 영업·마케팅 비용도 눈덩이
    각국 소비자가 생각하는 적정가, 설문 조사해보니 66만원 정도
    액정 수리 등 유지비도 큰 부담


    스마트폰 가격이 심리적 저지선인 100만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8, 애플의 아이폰X(텐) 등 세계 1·2위 스마트폰 업체들의 최신 제품들이 100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달고 나왔고, 구글이 LG전자와 손잡고 다음 달 4일 출시키로 한 스마트폰 '픽셀2 XL' 주력 모델의 가격도 100만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스마트폰 업계의 기준을 제시해온 주요 업체들이 모두 100만원대 제품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100만원 시대'가 열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가격 상승 불러


    20일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구글은 내달 4일 출시 예정인 최신 스마트폰 '픽셀2 XL'(저장용량 128GB 모델)의 판매 가격을 949달러(107만7600원)로 정했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내놓은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었다. 5년 전 아이폰5 기본 모델(저장용량 16GB)의 출시 가격(199달러·22만5000원)보다 5배가량 비싸다.


    스마트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뭘까. 스마트폰 업체들은 "고성능과 대화면을 추구하면서 기본 제작비가 계속 오른다"고 밝혔다. 6인치대 화면과 대용량 저장장치와 배터리, 초고속 소프트웨어 구동칩, 1000만 화소가 넘는 전·후면 카메라, 지문·홍채·얼굴 인식 모듈 등 부품과 소재의 고급화가 원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음매 없는 매끈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제조 공정도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실제로 아이폰의 경우 2014년 출시된 아이폰6 모델의 부품 원가는 206달러(23만원)로 추정됐지만, 최근 발표된 아이폰X의 부품 원가는 413달러(47만원)로 3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스마트폰 신모델 발표 주기가 1년에서 6개월 단위로 단축되면서 제품 개발 비용도 급상승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은 "2~3개 팀이 돌아가면서 차기, 차차기 제품을 동시에 개발하는 상황"이라면서 "과거(5~6년 전)와 비교해 개발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이 몇 배 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더불어 스마트폰 판매에 들어가는 영업과 마케팅 비용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은 연말까지 총 150개국에, 애플 아이폰X은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100여 개국에 출시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마케팅 비용으로 연간 10조원을 쓴다"면서 "출시 국가·제품이 늘어날수록 마케팅 비용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한 가족 스마트폰 값만 수백만원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지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한 사람당 100만원씩, 한 가정으로 따지면 아빠·엄마·자녀가 수백만원을 손에 들고 다니는 셈"이라며 "가계에 미치는 부담이 생각보다 크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제조사들이 통신 업체들이 뿌리는 보조금을 감안해 5만~10만원씩 가격을 높여서 출고한다고 비판한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떨어뜨렸을 때 가장 잘 망가지는 스마트폰 액정은 수리 가격이 20만~30만원에 육박한다. 아이폰 배터리는 교체 비용이 5만~9만원이다. 스마트폰 분실에 대비해 보험을 든 경우에도 스마트폰 가격의 20~3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109만원짜리 갤럭시노트8 스마트폰을 3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24개월 할부 구매를 하면 매달 내야 하는 할부금만 3만2900원이다. 스마트폰 보험(3800~5800원)까지 포함하면 4만원에 육박한다.


    영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Barclays)는 지난 8월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스마트폰 적정 가격은 582달러(66만원)"라며 "1000달러(112만원)가 넘는 스마트폰 신제품을 살 사람은 5명 중 1명도 안 된다'고 밝혔다. 통신업체가 제공하는 보조금이 없다면 살 엄두를 못 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