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카풀시장... "車의 미래" 대기업도 투자 잇따라

    입력 : 2017.09.20 09:29

    [세계 차량 공유 시장 年54% 성장… 2020년엔 395조원까지 커질 전망]


    '풀러스' '럭시' 600만명 넘게 이용, 우버는 '우버셰어'로 국내 서비스
    "車 단순한 '탈 것' 개념에서 탈피… 자율차 시대, 다양한 이동 서비스"
    SK·현대차, 스타트업 지분 인수


    새로운 형태의 차량 공유 서비스인 카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작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대표업체 풀러스는 1년여 만에 회원 수를 70만명 이상으로 늘렸다. 누적 이용 실적은 최근 300만 명에 육박했다. 비슷한 시기 서비스를 시작한 럭시도 70만명 이상 회원을 확보했다. SK와 현대차 등 대기업이 카풀 전문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세계 1위 차량 공유 업체 우버도 카풀로 한국 시장 재기(再起)를 모색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자동차 빈 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 각광


    카풀은 차량 운전자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지만 우버와 달리 출근 시간(오전 5시~11시)과 퇴근 시간(오후 5시~다음 날 오전 2시)에만 이용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 혼자 이용하는 차량의 '빈자리'를 공유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우버는 택시와 사실상 서비스가 동일해 국내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논란을 빚고 2015년 3월 국내 서비스(우버X)를 중단했지만, 카풀 앱은 출·퇴근 시간에만 이용하기 때문에 예외 조항을 적용받는다. 단 정해진 출·퇴근 경로 이외의 목적지로는 운행할 수 없다. 택시 요금의 60~70% 정도인 비용은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주 2~3회 카풀 앱을 이용하는 회사원 전모(37)씨는 "평소 택시로 1만4000원 정도 나오는 출·퇴근길을 9000원~1만원 정도에 이용한다"고 말했다. 젊은 IT(정보기술) 인력이 많은 경기도 판교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카풀 스타트업들은 최근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 이용자가 1만명을 넘기기도 한다. 업계는 2020년이면 연간 카풀 이용자가 3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카풀 앱 이용자가 앱으로 연결된 운전자와 만나는 모습. 택시 요금의 60~70%인 비용은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를 통해 자동 결제되며, 출·퇴근 경로 이외의 목적지로는 운행할 수 없다. /풀러스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카풀 관련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SK는 2015년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의 지분 20%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카풀 서비스 기업 풀러스의 지분도 20% 확보했다. SK는 쏘카와 말레이합작법인을 세워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다. SK 관계자는 "자동차는 더 이상 하드웨어적인 '탈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며 "자율주행차 시대 이후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미국 우버도 '우버 셰어'란 이름으로 출·퇴근 시간 서비스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2년 만에 국내 차량 공유 시장에 다시 진출하는 것. 우버 관계자는 "우리 서비스의 본질은 차량 공유가 아니라 카풀"이라고 말했다.


    ◇"차량 공유는 자동차의 미래"


    미국에선 구글이 인수한 내비게이션 앱 웨이즈가 합승 전용 '웨이즈 카풀'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구글은 샌프란시스코 교통계획국과 제휴해 대학과 지역 병원들에 우선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차량 공유 업체 블라블라카는 도시 간 이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카풀을 중개하고 있다.


    국내외 대기업들이 카풀 서비스에 뛰어드는 것은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는 의미도 있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향후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 차량은 단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공유하는 식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이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차량을 사용자에게 가장 편리하게 연결해줄 기술과 시스템을 확보한 사업자가 시장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에 따르면, 공유형 교통수단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5년 400억달러에서 연평균 54%씩 성장해 2020년이면 3500억달러(약 395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카풀 시장도 2021년 701억2600만달러(약 79조원)로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