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車 문 열고 시동까지 건다

    입력 : 2017.09.19 09:57

    [스마트폰 차량제어 시스템]


    - 현대모비스, 국내 첫 개발
    스마트폰을 손잡이에 갖다 대면 NFC 신호 인지해 잠금 해제… 같은 원리로 시동도 걸 수 있어
    차 키 넘기지 않고 스마트폰 앱 이용… 다른 사람이 車 사용할 수 있어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점차 자동차와 비(非)자동차 영역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자동차와 ICT(정보통신기술)가 빠른 속도로 결합하고 있으며 미래형 자동차 시장에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자동차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차량 제어 기술이다. 스마트폰을 갖고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차를 부를 수 있는 기술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차량 제어 시스템은 자율주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차 문 열고 시동까지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키 없이 스마트폰으로 차 문을 여닫고 시동까지 걸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공개한 이 기술은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해 스마트폰이 자동차 키 역할을 하는 것이다. NFC는 10㎝ 이내 거리에서 단말기 간 양방향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기술이다. 차 문 손잡이에 NFC 신호를 수신하는 안테나가 탑재돼 있어 스마트폰을 문 손잡이에 갖다 대면 신호를 인지해 잠금이 해제된다.



    운전자가 차에 탄 이후에는 스마트폰으로 시동을 걸 수 있다. 작동 원리는 역시 NFC다. NFC 신호 안테나가 설치된 무선충전기 패드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은 후 시동 버튼을 누르면 차가 움직인다. 또 스마트폰에 등록된 운전자 체형 정보에 맞게 좌석 위치와 등받이 자세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차에서 내린 후에도 차 문 손잡이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잠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량의 문을 여닫는 기능은 '쏘카' '그린카'와 같은 자동차 공유 서비스 차량에도 적용돼 있지만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차 키가 있어야 한다. 반면 현대모비스의 기술은 차 키가 없어도 된다.


    또 다른 특징은 차가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차를 넘기기 편하다는 점이다. 자동차 키를 건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차를 이용하려는 제3자에게 자동차 사용 권한을 넘기면 된다. 상대방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인증 과정을 거치면 차를 쓸 수 있다. NFC로 차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면 된다. 다만 차량 소유주는 운행에 따른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제3자의 스마트키 사용 권한을 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요일, 시간대에만 사용하거나 문은 열지만 시동은 걸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2019년 이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양산한다는 목표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 기술을 확보한 업체는 극소수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차량을 제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이다. 현대모비스는 "최신 데이터 암호화 기법과 인증 기술을 적용한 '인증제어기'를 개발해 차량과 스마트폰의 정보를 암호화하고 본인 일치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스마트폰 해킹·분실, 정보의 위·변조 등에 대비책을 갖췄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차량 호출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원하는 위치로 오게 하는 기술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 현대·기아차는 남양연구소에 운전기사 없는 '자율주행 택시' 5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차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실행하면 연구소 안의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도에 출발지와 도착지를 지정하면 배차 요청이 들어가고 이후 차량이 배정되면 차량이 호출 지점까지 운전자 없이 이동해 온다. 이후에는 정밀 지도를 바탕으로 차량에 장착된 레이다, 라이다(첨단 자율주행용 센서), 카메라, GPS 기능을 활용해 운전자 없이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는 스마트폰을 통한 차량 호출 기술을 일반 차량에 탑재한다는 목표로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자동차가 음원 서비스인 멜론과 공동 개발해 지난 6월 내놓은 '멜론 포 현대·제네시스'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자동차와 연결하면 차량에 있는 화면에서 멜론 음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 위치뿐만 아니라, 연료 소비율, 브레이크 패드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놓았다. 이 시스템은 차량 부품 교환 시점, 부품 고장 이유 등을 서비스센터로 전달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