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속도, 내년 상황 봐가며 대응하겠다"

    입력 : 2017.09.18 09:21

    [文정부 경제정책 수장 김동연 부총리 ]


    "경제 패러다임 전환 오래 걸려… 소득주도 성장의 과실은 다음정부에서나 보게 될 수도"
    "대기업선 일자리 많이 안 나와… 중소기업과 창업에 기대, 현장이 원하는 대책 내놓을 것"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행정고시(2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정부에 지분(持分)이 없는 경제사령탑'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


    지난 7월 말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논란은 김 부총리에겐 위기였다. 경제부총리가 "올해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했는데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세율 인상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당시 김 부총리는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하지만 요즘도 뒷말이 많다. '김동연 패싱(passing·건너뛰기)'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세율 인상을 둘러싼 혼선이 (당·정·청이) 서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좋은 보약이 됐다. 이후 (당·정·청) 관계가 훨씬 생산적으로 바뀌었고 (혼선을 줄이기 위한) 협의 메커니즘도 제대로 작동하게 됐다."


    - 여당은 여전히 보유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보유세 인상은 전국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재로선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나 보유세·거래세 비중 조정 같은 이슈는 곧 구성될 조세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다수에 영향을 미치는 명목세율을 인상하려면 국민적 공감대 형성 같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인터뷰에 앞서 집무실을 보여주며 "평소 일할 때는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고 말했다. 테이블 위에는 경제 현안 관련 보고서가 잔뜩 쌓여 있고, 책장에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이 꽂혀 있었다. /이태경 기자


    -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 서울대 교수들이 '단기 경기 부양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취임 후 일관되게 수요 측면에서의 소득 주도 성장과 공급 측면에서의 혁신 성장을 함께 강조했다. 다만 그동안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내수 살리기가 강조되다 보니 혁신 성장은 간과된 측면이 있다."


    - 혁신 성장은 그 실체가 잘 와닿지 않는다.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파이(pie)를 키우는 것, 기업과 시장에 혁신을 불어넣어 경제가 레벨 업(level up)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신산업 분야에는 아예 규제를 하지 않는 '규제 샌드박스',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혁신도시와 기업·대학의 연결, 고용률·생존율 높은 숙련창업·재창업·팀창업·고부가서비스창업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다."


    -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정부 대책이 안 보인다.


    "10월에 산업경쟁력강화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선·자동차 등의 경쟁력을 되찾는 방안,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의 근로자·지역경제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대해 우려가 크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내년 상황을 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보려고 한다. 대통령 공약이지만, 글자 그대로 구속받지는 않겠다. 최저임금 인상 방향은 분명하지만, 속도와 폭은 신축적으로 하겠다. 정부 지원은 항구적으로 할 수는 없다. 한시적으로 하겠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정부의 직접 지원이 영세 중소기업·상공인의 고용 축소를 막는 효과가 크다고 봤다."


    - 우리 경제 최대 이슈가 일자리다. 전체 일자리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청년층이 기피하는 '미스 매치' 문제가 크다.


    "일자리 성패는 기업에 달려 있다. 대기업에선 일자리가 많이 나오기 어렵다, 중소기업과 창업에서 나와야 한다. 현장을 발로 뛰어서 맞춤형 해결책을 내겠다. 직원들과 함께 지방공단에 가서 직접 일하고, 구내식당에서 밥 먹고, 기숙사에서 자도록 하겠다. 어떻게 하면 기업이 사람을 더 고용할지,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려 할지에 대한 답을 찾아보겠다. '일자리 캐러밴(caravan·사막에 물품을 공급하는 상인 집단)'이라 해도 좋겠다."


    - 국민이 언제쯤 소득 주도 성장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소득 주도 성장'을 이번 정부가 추진하더라도, 과실(果實)은 다음 정부에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자리 만들기와 경제 혁신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가시적 성과를 최대한 빨리 봤으면 좋겠다."


    - 가계부채 대책, 주거복지 대책 등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이 일부 기대한 효과 거둔 측면도 있고 아직 불안 요인도 있다. 계속 면밀하게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은 원래 9월에 발표하려 했는데 북핵 사태와 부동산대책 추이를 보기 위해 10월로 늦췄다. 10월 중순에 가계부채 대책 발표한 뒤 그다음에 주거복지 대책 내놓을 계획이다.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그렇게 교통정리했다."